오보와 가짜 뉴스 그리고 언론중재법,
언론계 내부의 자성 노력으로 돌파해야

 

우리 언론계가 시끄럽습니다. 아시다시피 언론중재법 때문입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가 심각하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의문이 먼저 생깁니다. 언론중재법이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자는 취지로 만든 법률인데, 이른바 가짜뉴스 피해 대책의 일환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여당 정치인들이 우리 언론을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가짜뉴스는 무엇인가요? 뉴스는 사실을 취재해 보도하는 것이 전제(premise, 前提)인데, 논리적으로 가짜와 뉴스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죠. 많은 경우 오보와 가짜뉴스를 가르는 차이를 의도(목적성)가 있느냐 여부로 나눕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재임 내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비난하고 조롱을 일삼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 명사처럼 굳어버린 가짜뉴스(fake news)는 이미 한국의 시민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됐습니다. 지난 2019년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가장 유해한 콘텐츠로 ‘언론의 사실 확인 부족으로 생기는 오보’를 꼽았습니다. 또 같은 조사에서 가짜뉴스의 유형으로 위 ‘언론의 사실 확인 부족으로 생기는 오보’를 세 번째로 꼽아, 시민들은 이미 가짜뉴스와 오보를 구분해서 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저는 오보는 언론의 숙명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확인의 강제권을 갖고 있지 않는 언론인은 늘 작은 사실의 조각들에서 거대한 진실을 찾아내야 합니다. 저는 이 사실의 조각들을 ‘잠정적 사실’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진실은 우리가 ‘공동체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사실의 조각 모음과 합리적 추론의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언론보도 가운데 오보와 가짜뉴스(악의적 오보)를 단어 몇 개와 법률 조항 몇 가지로 구분해 낼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은 애초부터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법규로 가짜뉴스(악의적 오보)의 정의와 유형을 규정하고 처벌하려는 것은 오보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필연 자유로운 취재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오보를 어느 정도 용인하고 이해해 줄 수 없다면, 진실을 향한 취재는 시도조차 어려워집니다. 이 같은 설명은 저널리즘의 정의와 메커니즘을 완전히 표현해 낸 것이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언론을 공부하거나 언론에 종사하고 있다면, 이해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회원들께서 이번 호 「방송기자」를 읽어볼 때쯤 어쩌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 본 희의장을 통과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항의를 위해 몇 번 만났던 여당의 지도부와 핵심 의원들에게서 위와 같은 언론과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를 저는 조금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정치가 언론을 규정하고 통제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정치인, 그리고 이를 ‘언론개혁’이라고 믿는 지지자들의 힘과 목소리가 지금은 더 큽니다. 상황은 암담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우리 언론 자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렵지만 다시 바꿔나갈 수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개정안의 위헌 결정 여부와는 별개로 우리 언론계 스스로가 자성의 노력으로 돌파해야 합니다. 가령 언론중재위나 방송심의위와 같은 관제 기구가 아니라 언론계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규제와 심사기구를 만들어 실질적이고 효력이 있는 자율 규제와 심사를 통해 나쁜 기사와 언론사를 축출하고 언론의 신뢰를 높여 나가야 합니다. 이는 기자협회나 노동조합과 같은 현업 언론인들만의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언론 사업자들과 편집인 단체, 그리고 기사를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들까지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정작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고 지원하는 일입니다. 현 정치세력들에게 이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 힘으로 해내야 합니다. 협회원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한 때입니다.

가끔 산에서 잡니다

 

뉴스타파 오준식 기자

 

긴긴 겨울밤
‘풀벌레 소리 들으며 은하수 아래에서 자고 나면, 지저귀는 새가 아침을 알려주겠지. 뜨는 해를 보며 마시는 드립백 커피는 황홀하겠지.’ 백패킹을 가기 전에 하던 낭만적 상상의 조각들. “왈! 왈!” 근데 이 밤을 수놓는 건 왜 개짖는 소리 뿐일까. 마음속으로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수 십 번 외쳤건만 개는 여전히 짖었다. 2월 밤공기가 이렇게 차가웠나. 숨을 들이마실 때 느껴지는 공기는 얼음같았다. 그렇게 밤을 견뎠다. 첫 백패킹을 하던 긴긴 겨울밤이 었다.

첫 번째, 심항산
처음으로 간 백패킹 장소는 충주호를 낀 심항산이었다. 첫 백패킹을 하는 계절이 겨울이라 지인의 도움으로 텐트와 두툼한 침낭을 챙겼다. 큰 짐은 해결이 돼 내가 준비할 건 간단했다. 당근 마켓에서 배낭을 구매했고, 가성비가 좋은 매트와 용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드디어 백패킹 하는 날. 두 어깨에 진 배낭에 기대를 싣고 산을 올랐다. ‘삐걱’. 어디서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내 다리가 삐걱인다. 요새 과로를 해서인가 했더니 배낭 무게가 15kg나 되더라. 스틱에 몸을 의지하며 30분동안 산을 올라 잘곳에 도착했다.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경치 좋은 곳에 텐트를 치니 비로소 백패킹을 하는 실감이 났다. 온기 있는 저녁으로 몸을 녹이고, 텐풍(텐트 풍경 사진)을 찍으며 낭만을 즐긴 뒤 잠자리에 누웠다. 나머지 감상은 위와 같았다. 겨울을 더 춥게 보내고 싶거든 동계 백패킹만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추웠다.
백패킹은 배낭에 아영장비를 넣어 떠나는 여행이다. 밖에서 자는 캠핑과 비슷하지만 자동차에 짐을 실어 차에서 자는 오토캠핑, 차박보다는 짐이 작고 적다. 늘어나는 짐의 무게와 부피만큼 백패커가 감당해야 할 배낭이 커지기 때문이다. 백패킹은 야영 금지 구역이 아닌 자연이라면 어디든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차가 진입해야 갈 수 있는 오토캠핑보다 야영지 선택범주가 넓다. 한가한 때에 덜 알려진 자연으로 가면 풍요로운 고요를 누릴 수 있다.(당연한 건가…?) 다만 이웃 텐트 고성 소리가 없는 대신 수도와 화장실도 없다.

두 번째, 하계산
내 두 번째 백패킹 장소는 양주의 하계산이었다.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산을 올랐을 만큼 봄의 윤기가 찾아온 4월이었다. 겨울 백패킹 보다 장비가 한결 가벼워져 등짐 무게가 줄어드니 관절이 삐걱 대던 소리도 멎었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하계산의 밤은 아름다웠다. ‘무한도전’ 길의 말을 빌리면 경치가 정말 “진짜 가관이다.”였다. 어둠이 늦게 찾아온 만큼 지인과 식사 자리도 길어졌다. 배산임수의 절경 속에서 두릅과 막걸리를 먹다보니 지나치게 많이 먹었다. 곧 ‘먹는 만큼 나온다’는 삶의 진리가 내게 찾아왔다. 수도와 화장실이 없는 산정상에서 관련법 아래에 용무를 마친 뒤 왜 수많은 백패커들이 BPLBackPacking Light(가벼운 백패킹)과 LNTLeave No Trace(자연에 흔적 남기지 않기)를 지키는지 알게됐다.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며 백패킹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짐을 적게 가져가는 것이다.

세 번째, 명성산
‘이러다 평양이 나오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북쪽으로 이동하다보면 백패킹의 성지인 명성산이 나온다. 세 번째 백패킹 장소였던 이곳은 넓은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데크가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널리 알려진 장소이 때문에 많은 백패커가 올 것 같은 날을 피해 날짜를 정했다. 초여름즈음 백패커들은 더운 산보다 시원한 계곡으로 이동하기에 6월 중순을 골랐다. 초입부터 백패킹 장소까지 산을 한 시간만 오르면 된다고 했는데, 관절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올라야 한 시간만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고난도 잠시, 억새밭에 도착하자 모든 게 풀렸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초록옷을 입은 억새밭과 정갈하게 놓인 데크가 정말 멋졌다. 한 박자 빨랐던 더위 덕인지 다른 백패커들이 적어 평화로운 밤이었다.

백패킹은 불편하고 힘들다. LNT를 철저히 지키려면 세안은 물론 양치질도 포기해야 한다. 배낭의 무게는 10kg을 훌쩍 넘을 정도로 무겁다. 겨울이면 춥고, 여름이면 더우며 잠자리는 딱딱해서 집생각이 날 때도 있다. 가끔은 백패킹에 다녀오면 ‘역시 집이 최고다’란 말이 생각날 정도다. 그럼에도 배낭에 짐을 꾸려 다시 산으로 간다. ‘풀벌레 소리 들으며 은하수 아래에서 자고 나면 지저귀는 새가 아침을 알려주겠지. 뜨는 해를 보며 마시는 드립백 커피는 황홀하겠지’를 상상하며.

다음 만만한 릴레이에는 KBS제주총국의 보배 문준영 기자가 프리다이빙에 대해 말해줄 것이다.
가끔내게 물만난 고기처럼 유영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내주곤 하는데 얼마나 재밌는지 궁금하다. 문준영 기자가 하도 바빠서 설득하는데 애썼다. 제주에 있는 문준영 기자 연결합니다, 문준영 기자!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MBN 주진희 기자

 

내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철야 근무 후 퇴근해서 ‘이제 잠 좀 자자’하고 누웠는데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주진희님이시죠? ○○보건소입니다. 코로나19 검사받으셨을 텐데요. 확진으로 나오셨어요.” 비몽사몽에 듣는 역학조사관 목소리는 꿈결 같았다. 상대방이 가수면 상태라는 것을 모를 보건소 직원은 질문을 쏟아냈다. “지금 몸 상태는 어떠세요? 어제는 어떠셨어요? 왜 검사를 받으셨나요? 지금 가족과 같이 살고 계시나요? 몇 명인가요?” 이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족 중에 중대한 기저질환자가 있어서 3주 정도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아왔다. 선제적· 자발적 검사다. 주변에서 나는 ‘프로 검사러’로 통한다.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나는 대형마트를 가듯 보건소를 찾아 코가 헐 듯 검사를 받았다. ‘내 가족인데, 내가 조심해야지 누가 조심하겠냐!’라는 심경이었다. 이렇게 받던 선제적 검사에서 이번엔 양성이 뜬 것이다. 8월 어느 날, 나는 그렇게 하루에 수천 명이 쏟아지는 확진자 중 한 명이 됐다. 그 유명한 ‘감염 경로 불분명·무증상’ 콤보 사례다. (앗싸?)

기자가 확진자가 되면?
대혼란이다. 코로나 시국이라서 몸을 사린다고 해도 만나는 접경이 넓은 직종이다. 특히 나는 국회팀이다.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라 마크하던 캠프도 몇 개가 된다.
먼저 보건소는 전파위험이 있는 날짜의 동선을 세세하게 물어본다. 확진 날로부터 대략 2~3일 전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디서 누굴 만나고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 그리고 만난 사람 이름과 연락처를 모두 물어본다. 직업상 점심, 저녁 약속을 적어두니 진술하기 편했다. ‘잠깐, 보건소에서 전화가 갈 텐데, 내가 먼저 전화해서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거 아냐? 각 캠프나 의원들이 난리나겠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확진 통보 3시간만에 보건소에서 또 전화가 왔다. “주진희님, 바로 생활치료센터 가실 거예요. 30분 후 구급차가 집 앞에 도착합니다. 도움 없이 알아서 문 열고 타셔야 해요. 도착 5분 전에 전화 드릴게요. 자리 있으니 얼른 들어가야 해요.” 다급한 보건소 직원 목소리에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 들어보면 하루 정도는 집에서 대기하던데, 나는 끌려가듯 그렇게 생활치료센터로 향했다. 구급차로 이송되던 와중에도 통화는 계속 이어졌다. 역학조사 전화를 계속 받으면서, 틈틈히 만났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타사 기자와 국회의원들, 보좌진, 각 캠프. “제가 코로나 확진이 됐습니다. 아마 보건소 전화를 받으실 거예요….”

기자가 생활치료센터 생활을 하면?
분주하다가 고요해진다. 확진자 접촉도 없고 택시만 타고 다니는 등 ‘경로 불분명’ 판정을 받다 보니 보건소에서는 생활치료센터 입소 뒤에도 계속 전화가 왔다. 확진자가 쏟아지는 시기라 피역학조사인(?)인 내 진술에 의존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여기에다가 이어지는 회사 보고도 잊지 말아야 한다. 취재원들에게도 전화가 쏟아진다. “주 기자, 괜찮아? 언제 확진된 거야? 무슨 일이야?” 나 때문에 자가격리 들어간 사람들도 있으니 아프지는 않은지 마음도 쓰였다. 더불어 생활치료센터에서는 내 치료를 위해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많다. 치료센터 간호사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시키는대로 산소포화도나 체온 측정 등등 모두 열심히 했다. 그래서 처음 며칠은 분주하다.
나는 슈퍼 전파자가 아니었다. (아마 골골전파자?) 4일 정도 지나면 접촉자들의 감염 여부를 대략 알 수 있다. 회사 동료들이나 취재원들, 가장 우려했던 가족 중 기저질환자 모두 특이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한가해진 시점도 이 때였다.

생활치료센터 퇴소 …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그렇게 생활치료센터에서 열흘 후 퇴소했다. 예상외로 많은 것을 얻었다. 한 민주당 캠프측은 확진자 접촉에 당황하고 머리가 복잡했을텐데 “요즘 시대에 불가항력인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나”하고 호탕하게 넘기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또 어떤 사람은 격리하고 싶지 않아 역학조사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보건당국에서 전화가 와서 “A 분을 만나신 것 맞죠? A 분은 아니라고 하시는데”라며 당황해했다가 결국 CCTV로 판명됐다. 확진자를 향한 다양한 시선을 직접 받아보니,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확진됐던 것을 숨기지 않는다. 누적 확진자가 30만을 향해가고 있다. 나의 찐(?)친구는 “괜찮아? 누가 뭐라하진 않아? 은근히 차별하는 사람들이 있던데….”라고 걱정한다. 몸 담고 있는 조직이나 만나는 사람들의 차별적 시선을 우려하는 것이다. 누가 팬데믹 상황에서 확진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감염경로 불분명’을 겪어보니, 누구든지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겪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할 일은 주변 사람의 안녕을 챙기는 일인 것 같다.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다음 릴레이는 JTBC 박준우 기자에게 넘깁니다.
코로나19속에서 결혼을 성공리에 마친 박준우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쟁이 남길
단 하나의 성과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개정안)에 대한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로 한정해 보면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의원안을 시작으로 2021년 6월 24일 민주당 김용민 의원안까지 모두 16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논쟁이 격화된 때는 김용민 의원안이 공개된 직후였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방지법’, 언론보도에 따른 시민피해 구제를 위한 ‘민생 법안’으로 입법 배경을 설명하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언론개혁 과제라 밝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란 곧 입법 과정의 강행처리를 의미했다. 민주당은 16개 개정안의 통합안(대안)을 공개하지 않은 채 7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 의결을 거치며 해당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신속한 처리 절차를 밟았다.
이례적인 강행처리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와 자유언론실천재단 뿐 아니라 국경없는기자회와 유엔인권이사회 등 해외 단체까지 반대와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 국민의힘과 조선・동아・중앙 등 대형 언론사, 보수시민단체까지 반대하며 정치적 대립으로 확장됐다. 결국 민주당은 8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미루고 국민의힘과 협의체를 구성하여 9월 국회로 처리를 미루었다.
2개월을 훌쩍 넘어 진행된 개정안 논쟁은 법리적 문제를 넘어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언론보도로 인한 인권 침해 방지와 처벌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윤리학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여기에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기자들 앞에 던져졌다. 지난 8월 23일 “언론중재법 이슈는 우리가 당사자이면서 보도하게 되는 이해충돌 사안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며 YTN 실・국장회의에서 정찬형 사장이 언급한 것은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1) 대개 언론 보도는 뉴스 가치(news values)가 있는 모든 것을 보도할 수 있지만 여기에 언론 자신이 포함되는 보도는 예외적이다. 이번 개정안 논쟁도 다르지 않다. 개정안의 ‘개혁대상’이 바로 언론이기 때문에 언론은 사회적 논쟁을 취재해야 하는 주체이면서도 시청자・독자인 시민이 주목하는 대상이 되었다.
이런 딜레마는 이번 개정안 논쟁 보도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충돌, 사회 각계각층의 찬성과 반대 의견,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조항에 대한 법리적 해석 등을 ‘균형 있게’ 다루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논쟁에 대한 균형적인 보도를 넘어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문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언론에 대한 예외적인 법적 강제를 요구하는 여론의 이면이다. 여론조사는 어떤 질문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졌다. 예컨대 8월 23일 TBS가 의뢰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언론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찬성 의견은 54.1%, 반대는 37.5%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날 쿠키뉴스가 의뢰하고 데이터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0.9%가 반대, 38.7%가 찬성 응답을 보였다. 어떤 질문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여론 동향은 개정안 강행처리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찬성과 반대를 넘어 그 이면에서는 오랫동안 언론 종사자와 시민이 상식으로 여겨온 ‘사실에 근거한 객관 보도’라는 신화(myth)가 있다.
정치적 이슈 뿐 아니라 경제 및 사회 분야의 언론보도에 대해 시청자와 독자가 문제를 제기할 때 자주 쓰는 말은 “사실대로 보도하라.”이다. 이번 논쟁에서도 민주당과 개정안 찬성 단체들은 “언론이 사실대로 보도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fact)이란 목성(jupiter)이나 원자(atom)와 같이 자연과학의 관찰 대상처럼 한 명의 관찰자가 하나의 물리적 대상을 발견할 때나 가능한 실체다.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진리’에는 기자의 주관이나 가치가 개입하면 안 된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원칙에서 객관성이란 바로 이런 가치중립적인 사실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재현을 뜻한다. 법령에서 ‘보도’와 ‘논평’을 분리하여 명시한 것도 이런 상식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 자신도 ‘단독보도’나 ‘탐사보도’와 같은 용어를 쓸 때 이런 관점을 갖고 있다. 시민 뿐 아니라 다른 기자들에게도 감추어진 사실, 또는 널리 알려진 사실 이면의 또 다른 사실을 발견하는 것을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보도는 천체물리학과는 전혀 다른 대상을 다룰 뿐 아니라 뉴턴과 같은 한 명의 개인이 관찰과 묘사를 하지 않는 분야다. 예컨대 사모펀드 사기에 연루된 한 국회의원의 비리를 보도할 때, 기자 한 명의 정보보고와 취재로 사실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한 명의 기자는 한 언론사 보도국의 구성원, 같은 출입처 기자단의 일원, 그리고 기자라는 직업군에 속한 구성원이다. 흔히 조직문화나 취재관행으로 불리는 이러한 공동체의 특성은 대개의 시민과는 다른 언어와 문화 공동체의 경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경계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실로 확인해야 할 대상, 즉 한 명의 국회의원은 사모펀드 사기 사건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 법인체, 감독기관 등 이 이루는 현실의 일부다. 따라서 기자가 발견한 국회의원의 비리 단서는 목성과 같이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보도 시점에도 변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과정이다. 사회과학의 개념을 쓰자면 이러한 사실 확인은 완료형의 ‘앎(knowledge)’이 아니라 ‘알아나감(knowing)’으로 불러야 한다. ‘언론 공동체’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이 완료된 앎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알아나감이라면 그 과정은 한 개인이 결코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정안에서 ‘허위의 사실로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제2조 17의3)’로 정의한 ‘허위・조작보도’는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기자의 주관이나 가치가 부여되지 않은 순수한 사실’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언론보도에서의 사실이 사물이 아닌 행동하고 발언하며 타인과 교류하는 사람(들)이라면 ‘순수한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2) 도리어 보도 자체가 보도 대상에 영향을 줌으로써 다른 발언과 물증이 제기되고 반박이 쏟아지는 현실의 구성 요소가 되기도 한다. 과정으로서의 사실은 개정안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추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추가하고 보완할 사실이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가 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보복적’이라는 수식어에 있다. 이는 특정한 보도에 대해 당사자가 부여한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라는 구분은 사실이 아닌 ‘해석(verstehen)’에 달렸다. 이 때 해석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흔히 ‘오독’이나 ‘오해’라고 부를 때의 해석, 즉 책읽기와 같은 해석이다. 사실 또한 다르지 않다. 언론보도에서 사실이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한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기록 뿐 아니라 그것이 발생한 맥락에 대한 인식틀(frame)이 필요하다. 이러한 틀이 없다면 사실은 논리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일관성 있게 기사나 리포트로 구성될 수 없다. 그러나 취재 대상인 사건 속 사람(들)의 해석은 이와 같지 않다. 검찰 수사 관련 사건이 좋은 예다. 비리를 폭로하는 사람, 이를 반박하는 사람, 어느 한 편을 지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논리와 해석에는 엄밀한 일관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진술과 물증을 내놓는 사람들 사이의 다툼에는 사회적 지위와 권력, 사건이 미칠 영향에 대한 예측,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 등 우연성이 개입한다. 특히 정치인의 긴급 기자회견은 논리 정연한 보고서와 같은 사건의 해석에 기초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기자의 해석과 취재대상인 사람(들)의 해석은 충돌하며 ‘가짜뉴스’가 등장한다.
개정안 논쟁은 규범적인 언론의 자유나 인권 보호의 딜레마로만 이해될 수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각 정당의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처벌 받거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언론’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이런 해석의 차이는 “언론은 사실만을 보도하면 된다.”는 ‘상식’으로 감춰진다. 여기서 상식이란 그람시(A. Gramci)가 말한 전통적인 사고, 과학적 지식, 역사적으로 형성된 편견 등이 혼재되어 구성된 세계관을 말한다. 2021년, 지금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쟁은 법리적이고 규범적이며 도덕적인 명제의 대립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는, 시민 뿐 아니라 기자에게도 공유되고 있는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개정안 논쟁이 결론이 어떻게 맺어지든 이런 상식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 바로 그것 이 우리가 남길 유일한 성과다.


1) 정철운, 「YTN사장, 언론중재법 보도에 “이해충돌 유의해야”」, 미디어오늘, 2021년 8월 23일.
2) 물론 존재하지도 않은 인물과 사건을 상상하여 기사로 쓰는 예외적인 경우는 분명히 허위나 조작으로 부를 수 있다. 당연히 이런 보도는 이 글에서 다루는 ‘허위・조작보도’의 극단적 사례다.

데이터 노노? 사실 데이터저널리즘 배우고 싶었어…

 

SBS 배여운 기자

 

아는 지인으로부터 “데이터저널리즘은 이제 한 물 간 거 아냐?”란 말을 들었다. 빅데이터, 인포그래픽과 같이 한때의 유행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냐는 의미로 들렸다. 과연 그럴까? 최근 데이터저널리즘 팀이 국내 언론에서 자취를 감춘 건 맞다. 올해 1월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해체됐고, 기사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신문에서는 가장 성과가 좋았던 중앙일보 데이터저널리즘 팀, 한국일보 뉴스래빗 팀이 없어졌지만 새로운 팀이 생긴 언론사는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분명 팀으로 존재하기에는 조직 안에서 ‘성과’를 인정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서 성과란 자주기사를 보도하거나 많은 이들에게 각인될만한 보도가 필요한데 이런 기준에서 보면 비효율적인 게 맞다. 1-2개월씩 걸리는 데이터 작업 시간과 딱딱한 숫자로 점철되는 데이터저널리즘을 찾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기자들의 관심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요즘같이 언론의 혁신을 요구하는 시대에 데이터저널리즘을 공부하겠다는 기자는 오히려 많아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데이터저널리즘 강의는 매번 빠른 마감을 기록할 정도다. 그래서 이번 편은 데이터저널리즘에 대해 많이 들어왔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공유하고자 한다. 평소 데이터저널리즘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바로 ‘자격’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데이터를 다뤄본 적이 없는데 과연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쓸 수 있겠냐는 자기 검열이다. 데이터저널리즘 팀에서만 데이터저널리즘 기사를 써야 한다는 법은 없다.
또한 데이터저널리즘 팀이 무조건 있어야 기사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등 일선 부서에서도 데이터만 다룰 줄 알면 충분히 날카롭고 통찰력 넘치는 데이터 기사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해본 적이 없으니 데이터 분석책 목차만 펼치다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Q. 그래서 데이터저널리즘 배우면 뭐가 좋은데?
A. 가장 큰 장점은 로우데이터raw data 분석을 통해 보도자료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실을 캐낼 수 있다는 점이다. 공직자 재산 데이터에서 공직자들의 재산 평균값을 넘어선 불법과 편법 사례, 전국 초·중·고교의 석면 사용 실태,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정치자금, 국회 예산 분석과 같은 기사들은 데이터 속에서만 발굴할 수 있는 대표적인 훌륭한 기사들이다. 로우 데이터가 제공하는 다양한 변수를 조합하면 기존 통계와 보도 자료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사실들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특히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마이크로데이터(MDIS)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공인 통계에 쓰인 데이터를 공개하기 때문에 다양하고 새로운 통계를 기자가 직접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물론 기술을 더해서 포털의 댓글을 수집하고 여론을 분석하는 것도 데이터를 다루는 기자에게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사실을 도출하는 것 말고도 탐사보도와 궁합이 좋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최근 국내외 탐사보도는 데이터를 많이 활용하는 추세다. 최근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탐사보도 기사를 분석해 보면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를 깊게 분석한 것을 알 수 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 팀의 분석가들은 탐사보도부에 합류하기도 했다.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검증하려면 이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를 다루고 자료를 검증하는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Q. 나도 데이터저널리즘 배울 수 있나요?
A. 데이터저널리즘에는 자격은 없다. 누구나 데이터에게 질문하고 답을 얻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취재원에게 묻고 사실을 캐묻는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즉, 데이터도 취재원이 될 수 있는 현실이고 데이터에게 질문하는 법, 즉 데이터분석을 공부하면 누구나 데이터저널리즘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저널리스트로 기자 경력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취재기자가 데이터를 배웠을 때 더 유리한 점도 많다. 출입처를 통해 넓게 보고 들은 사실과 특정 취재원에게만 받을 수 있는 데이터는 현장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이터 분석에서 알 수 없는 현실의 반영에도 유리하다. 다만 새로운 기법을 배우기 때문에 꾸준하게 학습할 필요가 있는데 매일 시간에 쫓기다 보니 배운 걸 익히고 활용할 기회가 없다는 게 주변 취재기자들의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Q. 데이터저널리즘 팀을 만들고 싶은데 어떤 사람이 필요한 가요?
A. 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언론사도 많다. 탐사보도에 데이터저널리즘을 접목하고 싶은 방송사, 별도 데이터저널리즘팀을 만들고 싶은 언론사들이 없는 건 아닌데 내부에서 데이터저널리즘을 이끌 인력이 없다는 게 다수 언론의 고민이다.
아쉽지만 국내에 언론사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고 싶어 하는 인력은 없다. 더 정확하게는 오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개발자들이 언론사를 기피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력 직군을 찾는 게 힘들다면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신입을 뽑는 방법이 효율적일 수 있다. 기자를 지망하는 학생들 다수가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를 다루는 수준이 뛰어난 경우를 자주 본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에서 인턴을 했던 학생들은 올해 뉴스타파 데이터 팀과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 팀에 데이터 기자로 입사했다. 데이터를 다루고 보도하는데 어려움 없이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걸 보면 신입에 대한 걱정은 굳이 할 필요는 없다. 기존 공채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향후 입사 전형에 이 같은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면 보도국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Q. R? 파이썬? 꼭 배워야 하나요?
A.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물론 처음이고 잘 몰라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상 친절하게 답변을 주고 있는데, 이 질문을 비유하자면 기사를 쓰는데 ‘한글 프로그램으로 쓰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워드를 사용하는 게 좋을까요?’ 란 질문과 비슷하다. 결국 R언어와 파이썬은 데이터를 다루는 도구일 뿐이다. R언어는 통계와 데이터 분석을 목적으로 나온 언어이며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유용한 패키지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파이썬은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서버를 만들고 딥러닝까지 할 수 있는 범용 언어란 장점이 존재한다. 중요한 건 데이터저널리즘에서는 어떤 언어를 쓰더라도 웬만한 것들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언어 하나를 정해서 꾸준히 학습하는 걸 추천한다.
한편으로는 데이터 크기가 엑셀을 넘어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엑셀은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는 행과 열이 1,048,576행×16,384열 수준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촛불 집회에 얼마나 많은 인구가 특정 집계구에 몰렸는지 분석하기 위해 서울시 생활인구데이터를 분석하려면 엑셀에서는 불가능하다. 공공데이터도 시간이 흐르면서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엑셀을 넘어선 R과 파이썬 언어가 이제는 충분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데이터저널리즘센터에서 제공하는 무료강의(MOOC)에 R과 파이썬을 배울 수 있는 강의가 있으며 10월에 열리는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온라인 강의도 데이터저널리즘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임현식 기자의 포토에세이

나이 들어감을 몸소 느끼게 되는 것은 조금은 씁쓸한 일입니다.
보기 좋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넘치던 힘은 사그라들며 자존감까지
약해지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나 살아오면서 겪은 것도 배운 것도 많습니다.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부족한 것을 채워가면서 좀 더 지혜롭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이 가을, 혹시 제 나이대로 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가만히 돌아봅니다.

KBS 임현식 기자 (보도영상국)

‘역대급 맞나요?’
– 무더위가 휩쓸고 간 여름의 기억

 

강영호 MBN 기자

 

7월 말, 폭염 취재차 서울의 한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한달 가까이 계속된 폭염으로 모두가 지쳐갈 무렵, 무더위를 표현할 새로운 장소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때 문득 동물원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도 더운데 동물이라고 다를까’ 황토 속을 뒤구르며 땀을 닦아내는 코끼리 모자, 얼린 과일에 배시시 웃음 짓던 원숭이 남매, 얼음물에서 황홀하게 헤엄치던 바다표범까지. 시원한 냉방 격실까지 마련된 동물들을 보며 ‘사람보다 낫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7월 초부터 스멀스멀 올라온 폭염의 기세는 대단했습니다. 현장취재를 하다 보면 어느새 몸은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짧은 동물원 취재의 기억은 유쾌함으로 남았지만 그 외엔 전부 불쾌함과 찝찝함뿐입니다. 어느덧 8월 말이 됐고 12호 태풍 오마이스가 남부 지방을 휩쓸었습니다. 여름이 완전히 물러간 건 아니지만 폭염의 기억을반추해보기엔 큰 무리는 아닌 거 같습니다.

열돔과 태풍의 습격… 불볕더위에서 찜통더위로
초반 폭염의 기세를 주도한 건 이른 바 ‘열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과 서쪽의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이중으로 덮은 것입니다. 열돔이 빚어낸 더위는 ‘불볕더위’라는 표현이 어울렸습니다. 습도는 낮았지만 강렬한 직사광선에 뜨거운 열기가 더해지며 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7월 하순이 되자 두 고기압의 위치에 변화가 생기며 열돔의 기세가 약화됐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남쪽 먼 바다에서 북상한 6호 태풍 ‘인파’였습니다. 인파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남쪽에서 뜨거운 공기를 유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열돔이 불볕더위라면 인파가 몰고 온 폭염은 ‘찜통더위’였습니다. 기온은 조금 낮아졌지만 습도가 높아지며 한증막 한 가운데 들어선 느낌이었습니다.

‘역대급’ 폭염? 운이 좋았던 게 아닐지
열돔과 태풍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며 폭염은 한달 넘게 지속됐습니다. 여름을 관통하는 동안 기상청 출입기자라는 이유로 숱하게 들은 질문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더운 거야?’, ‘이 정도면 역대급이지?’, ‘기상이변 아냐?’라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이번 여름이 더웠던 건 사실입니다.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최근 30년을 기준으로 한 평년 기록을 훌쩍 넘었으니까요. 하지만 시계추를 조금만 앞당겨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올해 여름은 진정 ‘역대급’으로 불린 2018년에 비하면 약과였습니다. 열돔의 지속성, 태풍의 개입 정도 등이 모두 2018년에 비해 약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들 역시 이번 폭염은 어느 여름에든 나타날 수 있는 정도라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해외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민망해질 법도 합니다. 우리가 역대급 폭염이라며 신음하던 그때 북미와 유럽은 50도에 육박하는 ‘살인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수백 명의 온열 질환 사망자가 나왔고 해변의 조개가 그대로 익어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원인은 기후변화였습니다. 북극의 이상고온으로 말미암은 블로킹 현상이 무더운 고기압을 대륙에 정체시켰고 그 결과 기온이 살인적인 수준으로 치솟은 겁니다. 북미에 나타난 열돔에 비하면 한반도 상공의 열돔은 새 발의 피 수준이었습니다.

빨라진 기후변화… 진짜 ‘역대급’이 찾아오기 전에
폭염이 한창이던 8월 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7년마다 발간하는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의 실무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040년이 되기 전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었습니다. 앞선 보고서의 예측보다 무려 10년이나 빨라진 것입니다. 90년대 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지구적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지구온도가 1.5℃ 상승하면 극함 폭염은 8배 가량 증가하고, 집중호우나 가뭄은 최고 2배 잦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해 여름 이상기후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역대 최장 장마’라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수 많은 이웃과 재산을 잃어야 했습니다. 이상기후가 불러올 진짜 ‘역대급 폭염’이 어떤 모습일진 아무도 모릅니다. 수년 내로 한반도에도 50℃에 육박하는 살인 더위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당장 눈 앞의 더위를 두고 ‘역대급’이라고 엄살 부릴 게 아니라 진짜 ‘역대급’이 찾아오기 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Olympics, Enjoy the Moment!

 

김동세 MBC 기자

 

‘사상 처음’ 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만큼 ‘전례 없는’ 올림픽. 도쿄와의 23일간의 동거는 역시나 ‘유래 없는’ 우려와 악재 속에서 시작되었다. 방사능과 코로나에 대한 우려, 올림픽 조직위가 승인한 ‘Activity Plan’에 따라 철저히 제한된 동선. ‘기껏 불러 놓고 취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라는 의구심을 품은 채, ‘얼마나 잘 치르는지 한 번 보자’는 다소 삐딱한 시선을 카메라에 장착하고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으로 향했다.

‘원칙’만 있고 ‘효율’은 없는 운영
우선 악명 높았던 ‘입국절차.’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만 3시간 30분이 걸렸다. (5시간이 걸린 취재진도 있다) “언론인들은 일본의 적(敵)이 아니다.”라는 국제스포츠기자협회(AIPS) 회장의 일갈이 내 입에도 맴돌았다. 올림픽 현장 곳곳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은 너무나 친절했다. 보안 검색대를 한 번 통과할 때마다 ‘아리가또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를 네다섯 번씩 들었다. 그러나 그런 친절함이 결코 취재를 수월하게 해주지는 않았다. 일본인 특유의 ‘원칙주의’와 ‘꼼꼼함’이 취재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20kg이 넘는 장비를 든 취재진에게 코앞에 있는 입구를 두고 건물을 빙 돌아 들어가라고 하거나, 직선으로 갈 수 있는 길을 ‘갈 지(之)’자로 만들어놓은 건 애교였다. 온갖 절차를 다 거친 뒤 겨우 경기장에 입성하면 이미 한바탕 진이 빠진 상태였다. 자원봉사자들은 한 사람이 해도 될 일을 대여섯 명이 하기 일쑤였고 – 한 명만 거치면 될 일을 대여섯 명 거쳐야 가능했다 – 그나마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믹스드 존에서의 선수 인터뷰 시간을 90초로 제한해놓고 시간을 넘기면 카메라 옆으로 다가와 (말을 하고 있는 선수 앞에서) 끊으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이도 있었다. 특히 혼자서 영상, 음향, 송출, 장비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챙겨야 했던 영상취재기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효율성이야말로 적(敵)처럼 느껴졌다.

‘엄격’한 듯 ‘허술’했던 버블 방역
출국 전 두 번을 포함, 일본에 머물렀던 23일간 총 12번의 코로나 PCR 검사를 받았다. 매일 체온을 비롯한 몸 상태를 ‘OCHA(온라인 체크인 건강관리 앱)’를 통해 올림픽 조직위에 보고했고, 동선과 접촉자 파악을 위한 위치추적 앱도 설치했다. 입국 후 14일 간은 숙소, IBC, 경기장을 제외한 어떠한 곳의 출입도 불가했고 동선도 철저히 제한됐다. 숙소로 사용한 호텔 로비에는 조직위에서 보낸 ‘감시원’이 두 명씩 상주했고, 방에 여러 사람이 모여서 식사 및 음주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원칙대로라면’ 취재진은 차량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편의점에 들를 수 없고 현지인 가이드만 차에서 내려 대신 물이나 도시락을 사다줄 수 있었다. 다만, 올림픽 조직위 측에서 요구한 다양한 코로나 관련 수칙들은 전적으로 개인의 ‘양심(?)’에 의존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비인두도말 PCR 검사’ 방식 대신 일본에서는 ‘타액 PCR 검사’ 방식을 사용했다. 본인이 직접 테스트 키트에 검체를 채취하고 바코드를 등록한 뒤 IBC 내의 지정 장소에 제출하는 방식인데, 다른 사람의 타액을 제출해도 조직위는 알 방법이 없었다. 체온 등 신체 상태는 임의로 입력해도 그만이었고, 차에 휴대폰을 놓고 내리면 편의점에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었다. 물론 나를 비롯해 주변의 어느 누구도 이런 위반행위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인들처럼 통제에 고분고분 따르는 사람들만 올림픽에 오지는 않았을 터. 실제로 본인이 머물렀던 호텔 식당에서는 저녁마다 십수 명의 서방 국가 취재진들이 모여 마스크도 쓰지 않고 술판을 벌였지만 로비에 있던 조직위 관계자는 어떤 제지도 하지 않았다.
취재진에게 유독 엄격했던 방역수칙이었지만, 정작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던 일본 자국민에 대한 통제는 소홀하기 그지없었다. 비상사태가 선포됐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나 출입 인원 통제는 없었고, 영업시간 제한 또한 지원금을 받는 일부 점포에만 해당됐다. 하필 우리 숙소가 위치했던 신주쿠 한가운데의 유흥가는 밤만 되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모여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그야말로 무법지대였다. 현지 가이드 분은 이곳 이야말로 도쿄의 코로나19 폭발의 진앙지이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국 14일 이후로는 격리가 풀려 자유로운 이동과 외출이 가능해졌지만 숙소 근처의 식당을 가는 것조차 불안했다. 결국 3주 내내 거의 모든 식사를 도시락과 컵라면, 즉석식품으로 해결했다.

‘성적’보다 ‘성장’이 중요해진 올림픽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하고 힘들기만 했던 올림픽은 분명 아니었다. 무엇보다, 올림픽의 주인공인 ‘국가대표’ 선수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경험을 무엇에 비교하랴. 김연경(배구) 선수(이하 ‘선수’ 생략)의 스파이크를, 신유빈(탁구)의 스매싱을, 김우진(양궁)의 퍼펙트 샷을 현장에서 ‘직관’했고,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떨리는 스포츠 스타들과 눈을 맞추며 인터뷰를 했다. 승패와 관계없이 그들의 눈에서 타올랐던 열정은 바닥난 체력에 숯이 되어 있던 나의 정신력에도 불을 지펴주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내 가슴을 가장 뜨겁게 해주었던 몇몇 선수들이 기억에 남는다. 출전을 위해 온몸의 수분을 다 빼낸 것도 모자라 삭발까지 감행한 강유정(유도), 자신을 가로막는 벽은 물론 스스로의 한계까지 뛰어넘어버린 우상혁(육상),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저력으로 눈물 나는 감동을 안겨 준 신유빈(탁구), 귀화까지 해 가며 ‘한국의 아이들이 단 몇 명이라도 럭비를 알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실천했던 코퀴야드 안드레 진(럭비), 세계 최강자들과 겨루며 투혼을 발휘하고 목표 달성에 실패한 뒤에도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진윤성(역도). 메달과는 관계없이 그들은 나에게, 또 우리 국민에게 이미 챔피언이었고, 선수들이 올림픽을 즐기는 모습은 우리(한국 관객)들도 더 이상 메달과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축제 그 자체를 즐기게 해주었다. 그들과 함께 우리도 한 뼘 더, 성장했다.

ARIGATO, Team Korea
‘유래 없이’ 말 많고 탈 많았던 도쿄올림픽은 3년 후 파리를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폐막식이 끝나고 올림픽 스타디움 전광판에 펼쳐진 ‘ARIGATO’라는 감사 인사를 우리 선수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다시 시작된 3년이라는 그들의 기다림이 희망으로 가득하길 응원한다. 그리고 끝내 ‘미생(未生)’이었던 이번 올림픽 또한 파리에서는 ‘완생(完生)’으로 치러질 수 있기를 바라며, さようなら、東京(사요나라, 도쿄).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
-도쿄올림픽 취재를 마치고

 

유병민 SBS 기자

 

‘우여곡절.’ 도쿄올림픽을 정의할 수 있는 한 단어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초유의 1년 연기를 겪었고, 사상 첫 무관중 경기로 열린 올림픽. 감염 방지를 위해 출전 선수는 물론 언론까지 통제한 올림픽. 이런 우여곡절 끝에 개막하게 되자 국내언론들은 도쿄올림픽을 두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올림픽’ ‘세상에 없던 올림픽’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일본 입국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입국 서류 확인–코로나 검사–결과 대기–입국 수속 순으로 진행됐는데, 공항을 빠져나오기까지 4시간 가까이 소요됐습니다. 선수단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일부 취재진은 입국 당일까지도 일본 정부의 입국 허가가 나지 않아 많게는 8~9시간까지 공항에 체류하는 일도 겪었습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회 기간 내내 취재진에게 강력한 방역을 요구했습니다. 입국 날을 ‘0일’ 기준 삼아 14일까지는 숙소와 경기장 체류만 허용할 뿐이었습니다. 외출은 딱 15분만 허용하는데, 숙소 바로 인근의 편의점만 가야했습니다. 호텔 로비에는 조직위원회에서 파견한 감시 인력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감시 인력은 행보는 제각각이었습니다. 엄격하게 15분을 따지는 요원이 있는 반면 제가 머무른 호텔의 감시 인력은 한국 취재진뿐 아니라 모든 취재진에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취재 환경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취재부터 인터뷰까지 전 과정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특히 취재 사전 승인제도가 취재진에 큰 제약을 줬습니다. 올림픽 방송을 총괄하는 OBS는 종목별 취재 신청을 하루 전 정오까지 받았고, 야구와 축구 등 인기 종목은 이틀 전까지 취재 신청 마감을 요구했습니다. 경기장별로 취재석, ENG 포지션, 믹스드존을 각각 신청한 뒤 승인이 떨어져야 취재가 가능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올림픽 취재 현장에서 다음 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을 하고 취재 신청을 하는 건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대회 초반 우리 선수가 출전하는 모든 경기에 취재 신청을 접수했습니다. 그러나 29개 종목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경기가 진행되다 보니, 토너먼트에서 조기 탈락한 우리 선수들의 취재는 어려웠습니다.
취재 신청을 하고 가지 못해 이른바 ‘노쇼’가 발생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OBS는 ‘노쇼’를 이유로 한국 방송사에 페널티를 준다며 취재 신청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재석, ENG 포지션, 믹스드존 전체가 거부되거나 일부만 승인 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일정을 거듭할수록 상위 토너먼트가 열리고, 메달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취재 신청을 거부당하자 취재진은 ‘멘붕’에 빠졌습니다. 이때부터 취재진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취재진은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BIO(broadcast information office)를 찾아 예약 내역을 확인하고 스티커를 AD 카드에 부착해야 합니다.
스티커 없이는 어느 곳도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BIO에는 OBS 매니저가 앉아 있었는데, 경기장에 방문할 때마다 상냥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으며 현재 우리 선수와 방송사의 상황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맡은 야구와 배구, 탁구, 사격의 OBS 매니저는 취재진의 사정을 딱히 여겼는지, 현장에서 대부분 승인을 해줬습니다. 그럴 때 마다 “땡큐” “아리가또” “고맙습니다”를 연발했습니다.

매일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취재 현장을 다녔지만, 우리 선수들의 활약을 볼 때마다 피로는 눈 녹듯 녹았습니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 넘게 곁에서 지켜본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 올림픽에서 멋진 활약을 펼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에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의 마지막 무대, ‘58세 탁구 고수’ 니 시아리안의 도전 정신, KBO리그를 대표해 야구 심판으로 나선 강광회 심판원의 ‘엄격한 K-존’ 취재는 올림픽만의 색다른 묘미를 선사했습니다. 8월 8일 폐회식과 함께 성화의 불이 꺼지면서 걱정했던 코로나19 감염 없이 그렇게 도쿄올림픽은 막을 내렸습니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 시대 스포츠 국제 대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습니다. 초반 미흡한 부분도 있었지만, 일정을 거듭하면서 방역과 동선 관리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모습입니다. (물론 참가자 스스로 방역에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했습니다.) 6개월도 남지 않은 동계 베이징올림픽도 도쿄올림픽의 방역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포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관중이 없는 경기장은 적막했지만, 메달과 관계없이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은 바다 건너까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환호하며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돌아오길 기원해봅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올림픽

 

권종오 SBS 기자

 

CSI. 범죄수사대(Crime Scene Investigation)의 약칭이 아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말이다. 30년 넘게 올림픽과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를 취재해온 필자에게도 이번 올림픽은 한마디로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회이었다. 도쿄에 모인 각국 선수단과 올림픽 관계자들은 대부분 ‘조용하고(Calm) 이상하고(Strange) 불편했던(Inconvenient) 올림픽’이란 평가를 내렸다. 축제가 아닌 최초의 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의 가장 큰 특징은 근대올림픽 125년 역사상 최초로 무관중으로 치러졌다는 점이다. 일부 경기장에서 관중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 비율은 전체 입장권 수의 1%를 넘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해외 관중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개막을 앞두고 일본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긴급 사태까지 선포되자 일본 관중도 받지 않기로 해 사상 최초의 무관중 올림픽이 됐다. 지금까지 올림픽은 흔히 ‘지구촌 축제’로 불렸다. 대회 현장에 모인 선수, 지도자, 관중, 개최도시 주민, 올림픽 관계자, TV로 지켜보는 수십 억 시청자들이 모두 함께 웃고 울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올림픽은 축제가 아닌 그냥 조용히 경기만 치른 최초의 올림픽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불편함의 연속, ‘고난의 행군’
전 세계 취재진에게 도쿄올림픽은 ‘가장 불편한 올림픽’이었다. 먼저 도쿄에 들어가려면 출발 96시간 이내 1회, 72시간 이내 1회 등 두 번의 코로나 19 검사를 받아야 했고 음성이 나오면 그 결과지를 일본어와 영어로 번역한 뒤 위치 추적이 가능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비롯해 총 5개의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해야 했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뒤에는 QR코드를 체크하고 음성 확인서 등 각종 서류를 검사한 뒤 타액 검사를 실시했다. 결국 여권만 8번을 보여주며 모두 10단계를 거친 끝에 가까스로 경기장 출입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항공기가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뒤 거의 4시간 만에 수속을 마쳤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입국 뒤에도 매일 코로나 진단 키트를 수령한 뒤 자신의 검체를 제출하고 일본 코로나19 방역 대책 스마트폰 앱 ‘오차(OCHA)’에 건강 상태를 기재해야 했다. 입국 이후 14일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일반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도 없었다. 필자의 경우 국제방송센터(IBC), 경기장, 숙소 3곳 외에는 14일 동안 출입이 금지됐다.

황당한 OBS의 횡포
위에 지적한 불편은 사실 필자가 불편함을 감수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하루나 이틀 전에 취재 일정을 모두 제출해 승인을 받으라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사태였다. 전말은 이렇다. SBS를 비롯한 지상파 3사는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올림픽을 중계방송하고 취재 보도한다. 역대 올림픽의 사례를 보면 육상 100m 결승 같은 세계적으로 관심이 유독 많은 종목(이른바 ‘하이 디맨드(High-Demand)’만 현장 취재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됐다. ‘하이 디맨드’를 제외한 일반 종목은 별다른 제한 없이 취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달랐다.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는 야구, 축구, 육상은 취재 2일 전에, 다른 종목은 1일 전, 그것도 오전 11시까지 취재할 종목을 미리 신청해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를 고려해 기자들이 한꺼번에 ‘믹스드 존(공동취재구역)’에 몰려 인터뷰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원을 제한한 것으로 보였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믹스드 존’에서 인터뷰 할 때 선수와 2m 이상 떨어져야 했다. 이를 위해 지상파 3사는 길이 2m가 되는 긴 마이크를 미리 준비했다. 마스크를 낀 채 2m 거리에서 인터뷰를 하다 보면 주위가 시끄러울 경우 선수의 발언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선수와 거리두기를 철저히 했음에도 OBS는 자세한 설명 없이 ‘믹스드존 티켓’을 임의대로 하루는 A사에 줬다가 어떤 날은 B사 또는 C사에 주면서 사실상 취재의 자유를 제한하는 횡포를 저지른 것이다. OBS의 이런 행태 때문에 지상파 3사는 부득의하게 서로 취재한 화면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못해 올림픽 치른 일본
집들이에 손님을 불러놓았는데 정작 집주인이 집들이 내내 시종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 손님들은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 지 잘 모르다 귀가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코로나19 속에 굳이 올림픽 개최를 강행한 것은 일본 자신들이다. 다른 나라가 강행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그런데 일본은 마치 마지못해 올림픽을 치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심지어 이번 도쿄올림픽 유치에 앞장섰던 아베 신조 전 총리마저 개회식은 물론 어떤 경기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역대 개최국이 이처럼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열정을 보이지 않는 것도 드문 일이다. 비용 절감도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다. 도쿄의 더위는 한마디로 살인적이었다. 양궁 경기가 열렸던 유메노시마 양궁 경기장이 특히 심했다. ‘유메노시마’는 ‘꿈의 섬’이라는 뜻인데 이곳에 차양막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간이 화장실마저 부족
해 각국 취재진은 ‘찜통더위’에 악몽을 꿔야 했다. 급기야 양궁 경기장에서 근무하던 자원봉사자 1명이 체감 온도 40도가 넘는 무더위에 쓰러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도쿄 인근 치바현에 위치한 대형 전시장인 마쿠하리 메세에서는 태권도와 펜싱이 동시에 각각 A홀과 B홀에서 개최됐는데 이곳이 어느 경기장인가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눈에 띄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A4 용지 한 장 크기에 적힌 안내가 전부이었다. 외국 취재진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것은 물론 오랫동안 올림픽을 준비한 나라가 맞는 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었다.

어찌됐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은 끝났다. 필자는 한마디로 ‘실패한 올림픽’이라 생각한다. 유치 확정 이후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대회 준비는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일본을 전 세계에 알릴 개회식과 폐회식도 낙제점을 면키 어려웠다. 후쿠시마 재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일본의 강점을 제대로 알리지 도 못했다. 1년 연기와 무관중 개최로 최소 17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금전적 손실도 입었다. 이제 세계의 눈은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2022년 2월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된 규정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보다 더 큰 이슈는 중국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서방 국가들이 대거 보이콧에 동참할지 여부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가장 시끄러운 올림픽’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