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하려면 제대로 합시다.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 이후 다시 ‘언론개혁’이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산적한 언론 현안들과 낡아빠진 언론 관련 법과 제도를 생각하면 정치권의 이런 관심을 환영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정치인들이 ‘언론개혁’을 들먹이는 이유가 빤히 짐작되고 그들의 생각과 태도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언론개혁은 지난 촛불혁명 당시 시민이 요구한 주요 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촛불 이후 들어서 현 문재인 정부는 언론개혁과 관련해서 단 한 발자국의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조국 사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논란을 거치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목소리만 여권에서 커졌습니다. 이 ‘징벌적 손배제’를 제외하면 ‘언론 개혁’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나 구상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언론개혁 = 징벌적 손배제’인 셈이죠.

여당의 이 같은 인식에는 언론인들이 부당하게 정치 권력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부당한 권력과 결탁해 왜곡 보도를 일삼는다는 믿음이 깔려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은 이른바 ‘왜곡 보도의 피해자’이며 징벌적 배상과 같은 응징만이 왜곡 보도가 판치는 혼탁한 언론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언론계 안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언론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정치권과 권력을 다툴 만큼 한국 언론이 일사분란하지도 않고, 오히려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진 매체와 급격한 디지털 환경 변화로 인해 특정 언론사가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일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영향력을 따지기에 앞서 당장 살아남을 일이 걱정입니다. 

하지만 분명 우리 언론의 질은 극도로 떨어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전 세계 최하위라는 사실은 이를 증명해 줍니다. 그렇다면 언론이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개혁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요? 저는 정부와 여당이 이제라도 과거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그들 스스로 만든 공약집을 다시 펼쳐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약속한 언론개혁의 과제들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해 보았으면 합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현 여당이 언론노조와 체결한 언론정책 협약서의 제목은 ‘언론의 공공성과 미디어 다양성 강화’였습니다. 또 2017년 대선 직전, 당시 문재인 후보도 언론 정책 협약서에 서명하였는데, ‘언론적폐 청산과 미디어 다양성 강화’가 제목입니다. 요약하자면,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 다양성을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언론 독립과 같은 과제는 사실 20세기에 마쳤어야 할 진부한 얘기일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이 되는 것은 공영방송과 같은 공영미디어에 대한 정치적 예속 장치가 법적으로 전혀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론개혁은 언론 당사자와 시민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제도화된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렇다고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해서는 곤란합니다. 자칫 또 다른 ‘언론 장악’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언론 현업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언론개혁의 공론장 마련을 위해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가 함께하는 미디어개혁 논의를 위한 통합 기구 설치를 정부와 국회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개혁 논의를 위한 기구를 범정부 혹은 국회 차원에서 설치해 당장 급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비롯해 징벌적 손배제 문제 등 미디어의 공공성과 다양성 강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 지난 호 발행인 칼럼을 통해 밝힌 ‘코로나 백신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권고문)’ 제정은 논의 주체들 사이에 이견이 커 현재로선 통일된 가이드라인 제정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혼동을
드려 죄송하며, 회원 여러분의 많은 이해를 바랍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

강동인의 밥상
– 동네에서 맞이하는 일상

 

MBC 이지호 기자

 


5, 6월호 릴레이 주자로 저를 지목해주신 유용규 선배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와 함께 다시 한번 이재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당분간 야근과 출장을 자처하시는 일이 잦아질지도 모르겠군요, 선배. 바통을 넘겨주신 유 선배가 소개하신 대로 저희는 동네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상암으로 출근하는 저에게는 서울 반대편 끝자락, 월요일 출근 시간과 금요일 퇴근 시간 강변북로 위에선 늘 ‘그냥 차 버리고 뛸까’ 하게 되는 곳. 네, 저는 강동에 삽니다.
군 말년을 하남에서 보낸 저는 휴가 후 부대 복귀를 할 때 천호역에서 지하철을 내려 택시를 타고 부대까지 갔습니다. 그때는 천호역에 내리면 부대 복귀 생각에 한숨이 푹푹 쉬어지던 곳이라 썩 달갑지는 않은 장소였지요. 여기서 살게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안 해본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여차여차한 사정 끝에 강동에 거처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처음 살아보는 동네라 지리도 잘 모르겠고 어디서 뭘 먹어야 할지, 혼자 책 한 권 읽을 만한 카페는 어디 있는지 모든 게 생경했습니다. 그러다 만 2년이 지나고 한 차례의 재계약 끝에 여전히 강동에 머무르고 있는 전 제법 많은 곳을 다니며 먹어보고 마셔 봤더랬습니다. 직업 특성상 저희는 아주 다양한 지역과 장소에서 취재하게 되니, 서울의 동쪽 끝자락으로 오시는 날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가 만 2년간 이 동네에서 혀로 쌓은 데이터의 일부를 풀어드릴까 합니다.

화진포 막국수
02_만만한릴레이_MBC 이지호 기자_사진1-1날씨도 따뜻해지는 5, 6월호이니만큼 처음 소개할 집은 ‘화진포 막국수(성내로10길 12)’입니다. 진짜 화진포에 가서 먹으면 더 맛있을지 몰라도 날씨 덥고 몸에 열 좀 오르는 날 이 동네에서 가기에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취재기자, 영상기자, 오디오맨 형님 각자 막국수(7.0~7.5) 하나씩 시키시고 가운데엔 접시 수육(20.0) 하나 두세요. 동치미 국물을 약간 넣어 면을 섞은 다음 수육 한 점 올려 젓가락으로 한 바퀴 휘감아 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집의 별미이자 하이라이트는 명태 식해입니다. 기본으로 나오지만, 추가는 4천 원. 전혀 아깝지 않은 맛이니 마음껏 추가해서 드세요. 아,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이 집을 포함해 제가 소개해 드리는 모든 가게와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고모네 원조 콩탕 황태탕
02_만만한릴레이_MBC 이지호 기자_사진2-2두 번째는 ‘고모네 원조 콩탕 황태탕(풍성로57길 13)’입니다. 먹어본 콩국수(10.0) 중 콩물이 가장 진하고 고소합니다. 면도 쫄깃쫄깃 살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콩국수가 생각나면 가는 집이라 황태탕(8.0)은 안 먹어봤는데 전날 술 많이 드시고 숙취를 품은 취재 중이시다면 황태탕이 낫겠습니다. 가게 이름이 이름인지라 이름값은 하지 않을까 생각하긴 합니다만 드셔보시고 후기 부탁드려요. 뭔가 부족 하실 땐 녹두전(10.0) 시키셔서 새콤한 묵은지랑 같이 드시면 일품입니다.

반상회
세 번째는 ‘반상회(강동대로53길 50)’입니다. 작년 여름 성수동에 2호점을 냈군요. 이곳에서 제가 즐겨 먹은 메뉴는 꽃게장밥(12.0)입니다. 놋그릇에 밥을 담아 수제 피클, 튀긴 조, 래디쉬와 날치알을 올려 내고요, 참기름을 뿌린 게장이 따라 나옵니다. 이외에도 연어장밥, 삼겹살밥, 라구면 등 다양한 밥 메뉴와 면 메뉴가 있습니다. 사이드를 시키고 싶으시면 왕새우 튀김보다는 고로케(3.0)를 추천합니다. 입가심으로 곶감 치즈말이(3.5)도 추천.

피콜로
네 번째는 강풀 만화 거리에 위치한 퓨전 파스타 집 ‘피콜로(천호대로168가길 51)’입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와 제법 이름을 알린 집이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코리안-이탈리안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집의 메뉴들은 참 괜찮았던 기억이에요, 고사리 알리오올리오(9.0), 생참나물 스파게티(9.5), 불고기 크림 스파게티(9.0), 들깨 스파게티(9.0)로 이루어진 메뉴들은 가격도 착하고 양도 넉넉해 취재 중 점심으로 먹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데카망
02_만만한릴레이_MBC 이지호 기자_사진3-1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맛있는 텐동(튀김덮밥)집 ‘데카망(천호대로162길 13)’입니다. 크지 않은 가게이고 바 테이블밖에 없어 점심시간에 맞춰가시면 조금 기다리실 수도 있습니다. 새우, 오징어, 장어 등의 메인 재료를 어떻게 조화하는지에 따라 메뉴는 데카텐동(9.0)부터 스페셜 텐동(15.0)까지 나뉘고요. 뜨끈한 밥 위에서 튀김들이 눅눅해지는 게 싫다면 작은 그릇에 튀김을 따로 빼놓고 기호에 따라 와사비나 시치미를 곁들여 밥과 함께 드시면 됩니다. 수란은 신의 한 수. 밥 위에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톡 터뜨리면 노란 피를 흘리며 장렬히 전사하는 느낌 아니까.

더 많은 곳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분량 탓에 일단은 취재 중 중식으로 먹을 만한 가게들 위주가 되었습니다. 수십 가지 싱글 원두를 보유한 유쾌하신 사장님의 커피 맛집 ‘커피볶는 아침’이나 블렌딩 원두가 맛있는 로스터리 카페 ‘커피 몽타쥬’, 수플레가 맛있는 ‘미드데이 썬’이나 크로플 맛있는 ‘커피하우스1573’ 등 강동에는 예쁘고 맛있는 카페도 많아요. 다들 바쁘고 힘든 취재 일정 중 점심이라도 맛있는 것 드시고 일하셨으면 합니다. 일정 중 중식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만만한 릴레이 영광의 다음 주자는 KBS창원총국에서 1년간의 지역 순환 근무를 마치고 올 초 서울로 복귀한 박장빈 기자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되네요.

코로나 시대의 ‘K-청년’

 

MBC 양효걸 기자

 


코로나19, 모두의 일상을 앗아갔습니다. 모두가 힘든 상태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사장님들은 가게를 잃었고, 직원들은 일터를 빼앗겼습니다. 이미 1년이 훌쩍 넘어버린 ‘비상사태’는 모두의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청년들의 피해는 특수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기회 자체를 잃어버렸다는 것, 그리고 그 후유증은 코로나가 물러간 뒤에도 그 누구보다 오래 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MBC 뉴스데스크 로드맨’이 만난 119명의 청년들

만만한릴레이_MBC 양효걸 기자_사진1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코너인 ‘로드맨’은 올해 들어 코로나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모두 6편에 걸쳐 42곳, 119명의 청년을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로드맨 염규현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여러 차원의 코로나 상처들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처들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들에 의해, 치유되지 못한 채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야 원래 젊을 때는 고생하는 거야.” 혹은 “’라떼는 말이야~ 더 힘들었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더라.” “힘들어? 그럼 노~오력 해봐.”

‘청년실신’ ‘알부자족’, 코로나 청년의 또 다른 이름들
‘청년실신.’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딛자마자 ‘실’업자 혹은 ‘신’용불량자라는 신조어입니다. 로드맨이 찾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이미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저축은행 마이너스 통장 이용자의 57%가 20대였고, 학자금 대출 연체 건수도 급증하고 있었습니다. 청년들이 빚내서 주식 투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청년들은 사회에 나올 때 신용 자체가 없습니다. 큰돈 빌려 투자를 한다는 것은 아주 극소수의 청년들이거나 아니면 꽤나 과장된 이야기일 것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 청년 대출자들은 학자금과 생계비로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이러게 ‘실신’ 상태로 사회에 나온다 한들, 청년들의 상황은 많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결국, 청년 문제의 한복판에는 일자리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알부자족.’ 돈 많은 알부자가 아닌 ‘알바’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빗댄 말입니다. 상당수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코로나로 ‘증발’했고,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사정이 나은 ‘방역 알바’ 2명을 뽑는 현장엔 300명의 청년이 몰렸습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6%를 넘어 30%대로 근접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취업은커녕 단순노동 일용직까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당장 소득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부분은 이런 취업의 ‘지연’은 앞으로 두고두고 ‘낙인’으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낙인효과.’ 첫 직장 시작이 늦어지면 앞으로 10년간 임금이 계속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기간은 계속해 길어지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것은 ‘자산격차’, 그리고 ‘최악의 소비’
만만한릴레이_MBC 양효걸 기자_사진3그래서 많은 청년들이 ‘취업’에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합니다. 바늘구멍과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청년들은 그럼 한 숨돌리고 여유를 찾고 있을까. 우리가 만난 청년들은 하루하루 높아지는 자산 격차에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취업’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 사회에 나왔지만 결국 엄청난 자산 격차에 또다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미 사회의 유행처럼 번진 ‘벼락거지’라는 말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청년들을 다시 한번 깊은 우울감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부실한 대학의 비대면 수업들은 더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학기당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실강의였습니다. 수년 전 자료를 그대로 올려 수업을 하거나 아예 수업 자체를 빼먹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심지어 취업을 목표로 진학을 결정했던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은 줄줄이 취소되는 현장실습에 아예 제대로 된 졸업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청년들은 현장에서 코로나 시대, 교육에 대한 지출이 ‘최악의 소비’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경고음을 외면하는 사회
만만한릴레이_MBC 양효걸 기자_사진4기회마저 박탈당한 청년들에게 종착역은 어디일까요. 이미 우울증과 극단적인 선택으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청년들의 우울증은 이미 중간단계를 넘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의 직전까지 왔습니다. 취재 중 만난 유품정리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오는 시신 수습 및 정리 의뢰의 상당수가 20~30대 청년들이라고 털어놓습니다. 오히려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진 고령층은 사전에 포착이 되지만, 청년층은 이런 감시망에도 벗어나 있었습니다. 청년 누군가의 마지막 장소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단촐한 살림, 밀린 고지서,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청년들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었습니다. 아주 심각하게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잘 듣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코로나의 파도를 방패막이 하나 없이 온몸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이미 봄은 불쑥 곁에 와 있지만, ‘로드맨’이 만난 청년들은 겨울 한복판에 남아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K-청년’은 남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자녀이고, 친구고 이웃입니다. “열심히 살아라, 참고 견뎌라.” 다그침을 이제 멈추고 이 악순환의 구조적인 원인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만만한 릴레이 다음 주자는 SBS 김아영 기자입니다.
김아영 기자가 ‘보도 CG와 스테레오 타입’에 이야기 해준다고 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LH 땅 투기, 당신이 놓친 데이터?

 

SBS 배여운 기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파출소 서장은 미국 FBI와 한국 경찰을 비교하며 “미국은 땅이 넓어 머리를 굴려야 하지만, 땅이 비좁은 한국에서는 두 발로 뛰어다녀야 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형사의 감만 믿고 무턱대고 뛰어다니기만 한 형사를 질책한 건데, 결국 범인에 대한 실마리는 함께 근무하는 여순경이 감이 아닌 패턴을 분석해 밝혀냈다. 항상 피해자가 발생하는 비 오는 날에는 즐겨 듣는 라디오 코너에서 특정 노래가 꾸준히 흘러 나온다고 밝힌 게 결정적이었다. 이번 LH 땅 투기 의혹 보도에서 왜 이 영화 장면이 떠올랐을까?
지난 3월, 느닷없이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터졌다. 신도시 개발 이슈와 엮인 공직자들의 이해충돌을 밝히는 게 보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일선 기자들은 신도시 예정지를 두 발로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사건 초반에는 아무런 제보나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파고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도움될만한 데이터가 없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많았다.
도움이 될만한 데이터는 과연 없었을까? 취재가 시작되기 전에 현장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던 데이터는 존재했다. 다만, 아무도 몰랐을 뿐이다. 이번 편에서는 향후 토지(땅)와 관련된 취재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소개하고자 한다.

관보 재산 데이터, 이렇게 쓴다고?
LH 땅 투기 사건의 핵심은 토지 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었던 LH 직원과 그들이 투기한 농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물론, 사건이 불거지며 지방의원(광역의원+기초의원)과 해당 지역 공무원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LH 직원뿐만 아니라 국토부 담당자를 비롯한 지자체장, 그리고 지자체 소속 공무원까지도 신도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을 밝히는 건 간단하다. 신도시 개발 예정지 내에 있는 토지 소유자가 공직자인지 여부와 매입 시점을 바탕으로 이해충돌 가능성을 따져보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접근해볼 수 있는 데이터 중 하나는 공직자 정기재산공개 자료이다. 공직자들이 보유한 토지를 전, 답, 과수원, 대지 등 상세하게 구분해놓고 있다. 다만, 정부 관보는 중앙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심사한 고위공직자 재산만 공개되기 때문에 이번에 특히 문제가 됐던 기초의원 재산 내역은 빠져있다. 기초의원 데이터는 15개 광역자치단체 시보(도보)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사실 찾기 쉽지 않다.
SBS의 경우 전국 기초의원 토지 데이터를 DB로 구축해놔서 이번 LH 보도에서 유용하게 활용했다. 우선 기초의원들이 보유한 농지만 별도 추출한 후에 시흥시, 광명시와 같이 신도시 예정지 안의 땅 주소만 걸러냈다. 생각보다 신도시 예정지에 토지를 소유한 공직자들은 다수였다.
다음은, 농지를 보유한 공직자들이 실제로 농사를 짓는지 따져봐야 했다. 농지는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서 농사를 지어야만 하는데 주차장, 공장, 주유소 등 실제로는 다른 용도로 쓰거나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는 농지법 위반에 해당하며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직접 기자가 단시간에 전국 방방곡곡을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네이버와 다음의 로드뷰로 실제로 농사를 짓는지를 확인했다.
위 과정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현장 포인트를 잡고 현장을 찾았다. 데이터를 활용한 취재는 기존 취재와 한 가지가 달랐다. 제보나 취재원 없이 직접 의심 가는 토지를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소유정보 데이터, 대부분 몰랐다
하지만 재산 데이터에는 필지 주소와 면적 그리고 실거래(혹은 공시지가)만 명시되어 있다. 해당 땅이 신도시 예정지 안에 있다고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내부 정보를 듣고 땅을 구매했다는 걸 확인하려면 최소한 토지 거래 시점은 따져봐야 한다. 가령 신도시가 들어올 핵심 노른자 땅에 공직자 땅이 있어도 1950년대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이 토지 필지별 정보를 확인해야만 할 때는 토지소유정보 데이터가 답이다. 국토교통부가 매달 전국의 필지 전수 데이터를 업데이트해서 엑셀 파일로 제공하는데 소유권 변동일, 공유인수, 매매인의 현주소 등 상세한 정보가 총 28개 칼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국 토지가 무려 7,464만 필지에 이르는 방대한 데이터다. 전국의 모든 필지를 꼼꼼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에서 설명한 공직자 데이터에서 의혹이 짙은 땅을 추렸다면 지번 주소를 기준으로 두 데이터를 붙여 보자. 공직자 재산 데이터에서는 주소, 면적, 금액만 나와있는데 토지소유정보 데이터가 붙으면 ○○동 1-1번지라는 땅이 언제 팔렸는지, 매수자가 관내에 살고 있는지, 혹은 해당 필지의 공유인수가 몇 명인지까지 상세히 알 수가 있다. 가령 ○○동 1-1번지 땅이 2019년 7월 1일에 같은 시군구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5,000만 원에 팔렸단 사실까지 알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공유인수도 나와있는데 LH 보도에서는 기획부동산을 잡아내는데 큰 역할을 한 변수였다.
그렇다면 땅 주인의 이름과 주소는 어떻게 확인할까? 대부분 토지 등기부등본을 떠올리며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한 통에 무려 700원이다. 과거부터 거래 이력을 확인할 게 아니라면 정부24에서 운영하는 토지대장 발급 서비스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 거래 내역만 나오지 않을 뿐 현 소유자와 주소, 공시지가, 공동소유자 등 웬만한 정보는 무료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찾기 전에 데이터부터 찾아보자!
위의 협업으로 SBS 사건팀과 데이터저널리즘 〈마부작침〉은 빠른 시간 안에 기초의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제보나 취재원에게 듣고 현장으로 뛰어간 게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조사를 토대로 정밀하게 의혹이 짙은 땅을 좁혀간 것이다. 함께 협업한 한 기자는 “파편적이고 무질서한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효율성이 급격하게 올라가게 됐다. 데이터는 여러 각도로 취재할 수 있고 새로운 취재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데이터를 활용한 보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달의 기자상 혹은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들만 봐도 데이터를 활용한 기사들이 많다. 문제는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데이터도 취재원일지도 모른다. 사람에 대한 취재 방식뿐만 아니라 사안이 터졌을 때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서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도 보편적인 일상이될지도 모르겠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가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자. 혹시 모른다. 토지소유정보 데이터처럼 나만 아는 단독! 데이터를 확보할지도. 다음 연재에서는 데이터저널리즘 과정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제’를 소개할 예정이다.

반복 강박

 

MBC 이재민 기자

 


사상 최대 재보궐 선거였던 4·7 재보선. 역대 재보선 가운데 가장 높았던 투표율만큼 방송사들 관심도 컸습니다. 준비 과정도 다른 재보선 방송과 달랐습니다. 야외무대를 만들고, 새로운 스튜디오를 활용하고, 컴퓨터 그래픽도 단순히 다시 쓰지 않고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판이 컸기 때문인데요. 출구조사에서 예측 득표율 차이가 크게 나면서 개표할 때는 방송에 관한 관심이 떨어졌습니다. 방송을 만든 사람들은 준비한 만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겠죠.

서툰 사람들
선거 방송을 준비한 방송사들은 여느 때처럼 서로 눈치를 봤습니다. 선거 방송을 할 때마다 회사 바깥으로 눈을 돌려 다른 곳에서는 뭘 준비하는지, 기획이나 출연자가 겹치지는 않는지 살핍니다. 당연한 일이죠. 특히 이번에는 모두 처음 해 보는 방송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계와 기존 포맷을 재활용하는 데 치중하던 과거 재보선 방송과는 달라야 했던 상황. 모든 방송사가 감을 잡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규모를 얼마나 키워야 할지가 고민이었을 텐데요. 전문 인력이 부족할뿐더러, 방송사들이 경쟁 상대를 두고 선거 방송을 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서툽니다.
좋은 생각을 제안하고, 멋진 그래픽을 만들고, 깊은 분석을 내놓는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토네이도와 카리스마를 휘젓고 스케줄러와 컨트롤러를 현란하게 다룬다고 해도 여전히 갈증이 납니다. 변수가 많은 데다,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선거 방송을 완벽한 작품으로 만드는 일은 누구도 할 수 없어서입니다. 반짝이는 생각이나, 노회한 경험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든 방송을 내보내고 나면 제작자들은 회한이 남습니다. 선거 방송 내내 혼돈을 즐기던 사람들은, 무대에 불이 꺼지고 나면 그제야 특정한 답을 내놓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드는 사람과 평가하는 사람 모두 서투릅니다.

소란한 무대
다들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도 한국 선거 방송은 해외 사례를 참고할지언정, 무작정 따라가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영국과 미국, 일본은 물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선거 방송까지 그대로 해 보고 싶은 장면들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 선거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는 따라올 곳이 없습니다. 일견 시끄럽고 어수선해 보일 수 있지만, 불안감 대신 여유를 주는 방식. 해외 여러 미디어에서도 주목하거나 부러워했죠.
선거 방송 때마다 방송사 사이에는 형식을 놓고 경쟁이 벌어집니다. 화제를 만들 수 있는 그래픽, 채널을 돌릴 수 없는 출연자, 여운이 남는 카운트다운 화면, 처음 보는 장비까지. 시청자가 놀랄 만한 콘텐츠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듯합니다. 본질 대신 형식만 좇는다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싸움 구경에만 몰두하는 느낌이죠. 그러나 선거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역시 후보 이름과 득표율, 순위입니다. 다른 모든 데이터는 당선인에 달리는 각주에 불과합니다. 시청자를 가르치려고 하는 방송이 아니라면, 개표 상황부터 잘 전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후에 나타납니다. 선거 방송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이 나올 때, 제작자들은 안심하고 있을 뿐 새로운 포맷을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선거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느라, 다른 부분을 놓치고 있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하루를 위해 몇 달을 고생하고도, 선거 방송 당일에 만들 수 있는 여러 포맷에 대해서는 뒷전인 분위기였습니다. 화려한 그래픽 대신 진지한 내용을 더 많이 방영하자고 외칠 일은 아닙니다. 선거 방송은 ‘레이스’ 말고 무엇을 더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지 살피고, 아직도 기초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시각화에 대한 학습을 체계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슬픈 족속
모든 방송사가 선거 방송에서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건성으로 만드는 포맷은 하나도 없습니다. 겉으로 보면 미디어 조직 전체가 선거라는 벽에 전력으로 부딪칩니다. 다음에는 다시 후회하고, 새로 시작하면서 경주마처럼 내달려 기획안을 짭니다. 전투하듯 새로운 기술을 찾고 그래픽을 만듭니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고, 지방선거도 치릅니다. 당일에 부릴 재주는 기본. 선거 몇 달 전부터 콘셉트를 어떻게 끌어가는지가 당일 선거방송 성패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각 방송사마다 있는 고유한 시청층, 또 다른 수용자는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그저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 잘 쓰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지금처럼 선거 방송을 준비하면 서툴고 소란한 환경에서도 두렵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통나무를 잡고 바다에 표류하는 느낌이겠지만, 막판에는 적어도 뗏목으로 떠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러나 하루만 잘 넘기겠다는 슬픈 반복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선거방송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가 보입니다. 방송 기자가 수행하던 기획·취재·기사·출연·송출 영역이, 선거 방송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앞으로 더 넓어지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 발로 뛰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미디어비평을 지향합니다

 

KBS 조현진 기자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역사는 18년 전 ‘미디어포커스’에서 시작됐습니다. ‘미디어포커스’는 ‘미디어비평’ ‘미디어 인사이드’로 이어지다 2016년부터 2년 남짓 명맥이 끊어졌고 이후 ‘저널리즘 토크쇼 J’로 부활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딱딱한 주제를 다루는 미디어비평의 영역에 ‘토크쇼’라는 형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엔터테이너를 투입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편집과 CG를 적극 활용해 시청자가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단순한 내용분석에 그치지 않고 맥락과 구조를 해석·논평하려 노력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통해 스타가 탄생했고 화제성도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2년 반 이어지면서 ‘비슷한 주제와 비평의 반복’ ‘확장성의 한계’ ‘보도본부 내부 동력의 확보 난항’ 등의 문제가 누적됐습니다. 결국,KBS는 개편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이후 만들어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기획

◦시청자 600명 설문 조사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업 기자 177명 설문 조사
◦언론학자 20여 명 면담 및 심층 설문 조사
◦제작진, 학자, 시민단체, 뉴미디어 전문가, 현업 기자가 참석하는 세미나 개최

KBS의 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이 실시한 의견 수렴 과정입니다. 어떤 의견이 나왔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설문에 응한 시청자 가운데 76%가 ‘KBS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고 답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32.7%)보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응답(67.3%)이 훨씬 높았습니다. 프로그램 내용에 있어서는 ‘가짜뉴스 판별과 팩트체크’ ‘잘못된 보도의 선별과 비판’을 다뤄달라는 의견이 많았고 ‘기존 주류 언론에 대한 비평을 강화’하면서도 ‘인터넷, 대안 미디어,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로 비평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답이 주를 이뤘습니다. 현업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응답률도 낮았고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도 시청자에 비해 부정적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 방송기자의 의견입니다. “특정 기사와 사설을 비판하면서 글쓴이가 그 글을 쓰게 된 배경이나 의도에 대해 직접 들어보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글쓴이의 의도를 비평자 스스로 판단해 시청자에게 제시하는 비판은 해당 언론사나 기자의 반성은커녕 공감조차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성공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되려면 비판 대상인 기자들이 스스로 아파하고 수긍하는 비평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비평 이전에 그 대상을 직접 취재하고, 비판하려는 보도가 나오게 된 경위와 상황에 대해서도 치열한 취재가 이뤄져야 합니다. KBS 기자들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제작에 자원하지 않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가 일반 시청자의 평가보다 높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언론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면담 과정에서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신 분도 있었고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신 교수님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성균관대 김희경 교수님께서는 세미나 발제를 통해 ‘미디어 환경 변화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가치’에 대해 대단히 심층적인 분석과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그 가운데 ‘지속 가능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위한 제언’을 되새겨봅니다.

①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성이다.
②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③ 판단이 모호한 사안에 대해 성급하게 비평하는 자세는 지양되어야 한다.
④ 자사 비판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KBS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⑤ 외부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하다.

서울대 이준웅 교수님은 공영방송의 언론비평 책임에 대해 고언을 해주셨습니다. “공영방송이 언론의 자기 감시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이를 의식적으로 실천할 것을 자임하는 일은 칭찬 받을 일입니다. 다만 몇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언론비평을 수행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지 스스로 평가해서 밝혀야 합니다. 둘째 감시와 고발 원칙을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합니다. 셋째 이 모든 일들이 어떻게 시민의 삶에 기여하는지 평가해서 밝혀야 합니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비평
이런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가 기획됐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는 ‘기자들의 취재를 바탕으로 한 팩트, 그 팩트에 근거한 비평’을 차별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VCR을 강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토크쇼에 비하면 흥미가 될 만한 요소도 떨어지고 맹렬한 비판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올 수 있습니다만,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시도라는 판단입니다. 첫 방송에서 ‘질문하는 기자들 Q’는 시청자에게 약속했습니다. 첫째, 끊임없이 질문하겠다. 둘째, 답을 찾기 위해 발로 뛰겠다. 셋째, 공감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평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자들은 막중한 부담감에 시달립니다. 그래도 추락하는 언론 신뢰도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언론의 품격을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현장을 뛰고 원고를 쓰고 섭외를 합니다. 저희의 진심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호모 클릭쿠스를 위한 생태계

 

유재규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전 SBS 기자)

 

사람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호모 ~쿠스’라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런 작명법을 적용해 본다면 ‘호모 클릭쿠스’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수도 없이 클릭하며 시간을 보내니 말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클릭하는 콘텐츠 중 아마도 뉴스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과거에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매체를 통해서만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조간신문으로 하루를 열고 저녁 뉴스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와 함께 살고 있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변화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각종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이에 따라 콘텐츠 보호에 적용되던 법률 역시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여러 논의가 있다.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저작권이 보호하는 대상
저작권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법률로 보호하는 권리이다.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배타적인 권리를 갖는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이용하면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이용 행위를 금지할 수도 있다. 우리 법은 타인의 불법행위로 입은 손해는 돈으로 배상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타인의 불법행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허락된 권리는 그리 많지 않다. 저작권자에게 이러한 권리를 허락하는 이유는 그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이 향상, 발전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모든 것에 관하여 법률로 보호를 하지는 않는다. 일정 수준 이상의 창작성을 갖춘 것에 대하여만 저작권을 인정한다. 이때 창작성이란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독창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베낀 것이 아니라 작자 자신이 직접 만들어 냈어야 한다. 또한, 우리 법원은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에 대하여는 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보아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뉴스 기사에도 저작권이 적용된다
뉴스 기사로 가보자. 뉴스를 전하는 기사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므로 당연히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다. 다만 우리 저작권법에 따르면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 보도’는 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이러한 저작권법의 취지에 대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은 외부로 표현된 창작적인 표현 형식일 뿐 그 표현의 내용이 된 사상이나 사실 자체가 아니고, 시사 보도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간결하고 정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창작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 수준에 이르지 않고 단순히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 보도의 정도에 그친 것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하였다.
어떤 기사가 개성 있는 표현 수준에 이른 것인가? 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보자.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스포츠 소식을 비롯하여 각종 사건이나 사고, 수사나 재판 상황, 판결 내용 등 여러 가지 사실이나 정보들을 언론매체의 정형적이고 간결한 문체와 표현 형식을 통하여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라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위 대법원판결 이후에 나온 하급심 판결 중에는 “인사발령기사, 부고 기사, 주식시세,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였는가라는 육하원칙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사실로만 구성된 간단한 사건·사고 기사(화재, 교통사고 등)와 같이 단일한 사항에 대하여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하는 것은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본 사례가 있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보도기사라 하더라도 소재의 선택과 배열, 구체적인 용어의 선택, 어투, 문장 표현 등에 창작성이 있거나 작성자의 평가, 비판 등이 반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언론사 사이의 기사 이용과 저작권
우리 저작권법은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에 관하여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규정에 따른 신문 및 인터넷신문 또는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규정에 따른 뉴스 통신에 게재된 시사적인 기사나 논설은 다른 언론기관이 복제·배포 또는 방송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시사적인 기사나 논설은 여론 형성에 기여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다른 언론사에서도 전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다른 언론사의 기사, 논설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다른 언론기관’으로 제한된다. 이때 다른 언론기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문제 될 수 있다. 언론중재법에 따르면 언론은 ‘방송,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및 인터넷 신문’을 말한다. 신문법은 어떤 매체가 인터넷신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주간 게재 기사 건수의 30% 이상을 자체적으로 생산한 기사로 게재할 것과 주간 단위로 새로운 기사를 게재하여 지속적으로 발행할 것이라는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퍼링크와 저작권
인터넷 검색엔진은 뉴스 기사가 검색되도록 하고 검색된 기사를 해당 언론사의 웹페이지로 링크한다. 유럽연합에서 이른바 구글세에 대한 논의가 나온 배경에는 링크로 뉴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뉴스 이용 대가를 지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널리 사용되는 링크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바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링크를 설정하는 행위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바 있다. 링크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저작물의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유럽연합에서 여러 논란 끝에 통과된 ‘디지털 단일 시장에서의 저작권 지침’에서는 검색엔진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뉴스 서비스를 할 때 언론사에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면서도 하이퍼링크로 제공하는 것은 예외로 하였다.

바람직한 뉴스 생태계를 위하여
뉴스가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뉴스 유통 환경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언론과 기사의 가치에는 변함이 없다. 좋은 기사에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고 이는 다시 좋은 기사를 낳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저작권법은 뉴스 생산자의 권리를 지켜주면서도 뉴스 이용자들이 좋은 뉴스를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도구이다. 뉴스 생태계에 더욱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도와 운용의 묘를 기대해 본다.

다시 보자, ‘기레기’ 댓글

 

MBC 공윤선 기자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
2016년 2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자동차 뉴스 ‘핫이슈’란에 자동차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인 ‘MDPS’ 관련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모 씨는 이 기사 댓글에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달았고, 해당 기사를 쓴 기자 정 모 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씨는 재판에서 기사를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기 위한 것으로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모욕죄는 무엇일까요? 형법 311조에 해당하는 모욕죄는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대법원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표현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선고 2016도 9674 판결 참고)’라고 판시했습니다.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
1심 법원인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은 이 씨에 대한 모욕죄를 인정해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기레기’라는 표현에 주목했습니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누군가를 쓰레기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다는 겁니다. 단지 그 단어 뒤에 물음표를 다는 것만으로 이러한 사정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씨는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 역시, 같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자에게 ‘기레기’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겁니다. 

“모욕적 표현 있어도 모욕죄는 아냐” 뒤집힌 판결
이 씨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게 됐습니다. 1심 판결 4년여 만인 지난달 3월 25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돌려보냈습니다. 원심판결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판결이 뒤집힌 이유는 뭘까요?
‘기레기’라는 표현 자체에 주목했던 1, 2심 재판부와 달리 대법원은 해당 표현이 쓰인 댓글의 맥락을 살폈습니다. 비록 모욕적 표현이 사용됐다 하더라도, 해당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해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와 관련된 자신의 판단을 밝히고 이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해당 댓글이 이런 모욕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된다는 겁니다. 정 씨의 기사가 게재됐을 당시 자동차 소비자들 사이에선 MDPS 결함 의혹이 큰 이슈였습니다. 관련 결함 의심 사고를 보도하는 방송기사도 나왔죠. 그런데 정 씨의 기사는 주로 MDPS의 장점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 밑에는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는 ‘네티즌 댓글’란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이 씨도 여기에 ‘기레기’ 댓글을 달았던 겁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댓글의 내용, 작성 시기와 위치, 이 사건 댓글 전후로 게시된 다른 댓글의 내용과 흐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댓글은 그 전후에 게시된 다른 댓글들과 같은 견지에서 MDPS 의혹 방송 내용 등을 근거로 해당 기사를 비판하는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레기’는 기사 및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이고, 이 사건 기사에 대한 다른 댓글들의 내용과 논조에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기레기’도 비판의 일환이라면…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결국 ‘기레기’라는 모욕적 표현도 때에 따라 하나의 비판적 표현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기자 쓰레기’라는 모욕적 표현을 내 기사에 대한 비판으로 감수한다? 기자 입장에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기자에게 ‘기레기’라는 모욕적 표현을 쓰는 시청자나 독자 역시 쉬이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말이죠. 이번 판결의 의미까지 두루 살핀다면 이제 기사에 달린 ‘기레기’ 댓글을 단순히 인격 모독이라며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때론 시청자와 독자의 통렬한 비판의 외침일 수 있으니까요.

“1년에 한 번으론 부족해”
그래서 매주 만납니다!
– SDF 포럼팀이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한 사연

 

SBS 류란 기자

 

‘SDF 다이어리’는 SBS의 사회공헌 지식나눔 플랫폼, SDF가 만드는 뉴스레터 서비스입니다. 시작한 지 만 1년, 아직은 ‘신생’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구독자분들께 매주 수요일, 총 51편(2021년 4월 30일 기준)의 메일을 통해 인사 드렸습니다. 입소문이 나면서 구독자 수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이맘때의 2배 가량 됩니다. 범람하는 뉴스레터 시장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새싹 같은 존재예요.

‘SBS D FORUM (D포럼)’은 매해 10월 말(혹은 11월 초) 세계 정상급 연사들이 참여하는 포럼
행사를 통해 지식 나눔의 장을 펼칩니다. 이를 위해 보도본부 소속 기자들과 예능본부 PD, 작가 등 사내 다양한 직군들이 한 데 모여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온종일 생중계되는 포럼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선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깊이 있게 들여다 봐야 할 화두를 ‘주제’로 정하는 데에만 몇 달이 걸립니다. 통찰 있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선, 방법적인 고민도 필요한데요. 그 과정에서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을 찾아가 의견을 구하고, 책이나 논문 등을 통해 스터디하는 등 1년 내내 숨가쁜 일정이 진행됩니다. 

2뉴스레터를 시작한 건,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들이 ‘아까워서’였습니다.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에 알게 된 지식들 – 다양한 사회적 실험,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혁신적인 도전 등 – 의 퀄리티가 훌륭해, 저희끼리 알고 있기에 정말 ‘아까웠습니다’. 학계와 업계에서 회자될 만한 전문 지식들은 진지하고 무겁습니다. 그런 것들을 단행본이나 논문으로 제대로 소개하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저희 뉴스레터의 역할은 이제 막 전문가 집단에서 ‘태동’하기 시작한 ‘통찰’들을 발빠르게 알리는 것입니다. 아직 이론으로서 체계를 갖춰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따끈따끈’합니다.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중장기적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는 팀으로서, 1년에 한 번 포럼이 개최되는 날에만 만나는 관계 – 단발성의 프로젝트 – 는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올해 주제는 왜 이것으로 정했는지, 연사들을 섭외하는 데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평소에 공유해야만 저희 포럼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포럼에 ‘맥락’, 연결고리를 만드는 작업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뉴스레터는 솔직합니다. 구독자들에 게 어떤 연사를 섭외하면 좋겠냐고 묻기도 하고, 신박한 아이디어를 구하기도 합니다. ‘같이’ 만들어가는 포럼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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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다이어리엔 최신 뉴스나 시사 상식이 없습니다. 금융과 부동산 정보 같은, 알아두면 당장 요긴한 정보도 없고요. 짧은 스크롤, 많은 이모티콘, 쉽고 대중적인 문체로 쓰여진 대부분의 뉴스레터와는 확연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SDF 다이어리는 AI, 비인간 존재와 공생, 메타버스, ESG 경영처럼 긴 호흡으로 가져가야 하는 주제들을 다룹니다. 세계적 석학 피터 싱어(Peter Singer), 「사이버그가 되다」의 저자 김원영 변호사와 같은 여러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금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게 나눈 대화를 싣는 데 그치지 않고, 파생되는 다양한 주제들을 자료와 곁들여 공유합니다. 그렇기에 구독자들은 다른 곳에선 만나기 어려울 소중한 ‘통찰’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공동체로서 같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 혹은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들여다보려 노력합니다. 지난 1년이 그러했듯, 앞으로 SDF 다이어리가 구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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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등록제 및 자격 세분화’ 제도와 방송촬영

 

KBS 유용규 기자

 

TV를 보다 보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 영상을 보게 됩니다. 하늘 위에
서 전경을 보여주는 영상은 보는 사람도, 제작하는 사람도 필수라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드론 영상이지만, 드론을 직접 운용하는 사람은 언제나 추락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운용하는 사람도, 관리하는 기관도 안전한 환경을 구성해야 합니다.

4종 멀티콥터 자격증명
2021년 3월 1일 이후부터 250g 이상의 드론(초경량비행장치)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제4종 교육이수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온라인 교육을 6시간을 이수한 후, 온라인시험 70점 이상을 넘으면, 증명서를 줍니다. 조종자는 자격증명 없이 비행 시 300만 원의 과태료를 받습니다. 대부분 언론사에서 취재에 이용하는 드론은 DJI 회사의 제품이며, 무게는 250g가 넘습니다. 필자 본인도 온라인 교육을 듣고, 시험을 봐 증명서를 취득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운용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많지 않았습니다. 잠의 특징인 렘수면에 관한 내용, 지구 대기권 특징부터 국제 표준대기압, 심지어 물리학에서나 나오는 벡터에 대한 설명 등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지나치게 전문적인 문제들이 출제됩니다. 또한, 온라인에서 손쉽게 족보를 구할 수 있고, 문제은행 방식으로 20문항이 출제되는 시험이기에, 40문항 정도인 문제은행 족보를 보면 누구나 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방송사의 드론 등록과 비행 허가 및 촬영허가
초경량 비행 장치를 운용하는 경우 비영리와 영리를 구분합니다. 영리의 경우 비행 장치를 신고하고 등록해야 하지만, 통상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의 경우 비영리로 구분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최대이륙중량 2kg 이상의 기종을 운용하려면 무조건 기체신고를 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부서로 요청하는 항공촬영의 경우, 열에 여덟은 당일 혹은 전날 의뢰합니다.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의 드론 촬영의뢰의 경우 당일 촬영할 수 있는 지역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대부분 지역(일부 관악·금천·강동구 제외)은 허가 없이 촬영이 불가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은 취재 시에 관계기관에 취재 협조 요청을 구두로 하거나 공문을 보내 취재합니다. 하지만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허가는 드론 원스탑 홈페이지의 승인 방식으로만 통합되어 운영됩니다. 또한, 촬영허가와 비행 허가가 나뉘어 있습니다. 촬영허가는 국방부에서, 비행 허가는 군과 지방항공청 등 해당 비행 지역의 관계기관이 검토 후 2가지를 모두 승인받아야 합니다. 평일 기준 3~4일 정도 걸린다고 되어있지만, 주말이 껴있는 경우를 고려한다면, 일주일을 잡고 여유 있게 신청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야간 촬영의 경우 최소 30일(휴일 제외)이 걸리고, 안전상의 문제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더욱 많습니다. 보도국의 드 론 취재는 기획보다 발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당일이나 전날 항공촬영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매일 뉴스에서 자주 보이는 드론 영상이지만, 법적인 문제 없이 즉각적으로 드론을 운용하는 것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영상기자들은 항공촬영 취재를 배정받을 때마다 항공촬영에 문제없는 구역인지 아닌지 제일 먼저 검토하고, 비행 금지구역일 경우 불법 비행을 하지 않기 위해 드론 영상의 대안을 찾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감을 담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열려있는 옥상을 찾는 영상기자들이 현장에서 애쓰고 있습니다.

사례들
KBS는 얼마 전 국회 바로 옆 윤중로 벚꽃 축제상황을 배경으로 드론을 이용한 실시간 연결 테스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국회의사당 인근은 비행제한구역(R75)으로 고도 150m 이하로 비행은가능한 곳이지만, 촬영은 허가 없이는 불가한 곳입니다. 녹화 없이 실시간 영상을 테스트하기 위한 용도로 운용하였고, 국회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리지도 않았습니다. 국회 경비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방사와 국방부 관계자들에 의해 제지를 당했습니다. 드론으로 녹화된 저장본도 없었고, 비행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더는 운용할 수 없었습니다. 반대의 상황도 있었습니다. 2018년 상도 유치원 붕괴 취재현장의 경우, 국회의사당과 마찬가지로 비행은 가능하지만, 촬영할 수 없는 비행제한구역입니다. 현장에 있는 모든 언론사가 드론을 이용해 비행하였고, 허가 없는 촬영을 하였습니다. 천재지변에 의한 긴급보도 등 부득이한 경우는 제외되는 항목 덕분에 모든 언론사는 영상을 뉴스에 사용했습니다.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문제가 되었다는 언론사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공항, 항만 등 국가시설 인근에서 비행하는 드론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은 이미 구축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의 공익적 목적을 일부 인정하기에 안전과 보안에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문제 삼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 개정된 드론 관련 법안은 더 이상의 불법 비행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제아무리 공익적 목적이라 할지라도, 불법적으로 취득된 영상이 사용된다면, 그 보도의 가치가 과연 공익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개정된 드론 관련법에 대한 제언
‘렘수면’과 ‘벡터’같은 문제보다는 초심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과 시험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운용하며 가장 필요한 부분은 ‘비상상황 시 대처법’이었습니다. 조종기가 연결이 끊긴 경우 대처방법, 비행할 때 주의해야 할 요소들(송전탑, 전깃줄, 자기장 정보, 주파수 등), 새가 날아오는 경우 기체를 위로 띄우는 게 좋은지 내리는 게 좋은지, 고층건물 주변 빌딩풍이 부는 경우의 대처, 비행 중 쿼드콥터의 프로펠러가 부서졌을 경우에 대한 조종법 같은 것들입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하면서 배웠던 비상상황에 대한 정보들이 있었다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대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안전하게 추락을 유도하는 방법 같은 내용도 시험에 담는다면, 초심자에게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교육과 자격증 세분화 제도의 취지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