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보도, 속보 경쟁보다 감염병 위기 탈출이 먼저입니다

 

신축년(辛丑年) 설이 지난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바람이 아직 차갑지만 이따금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요즘, 우리 언론계를 달구는 핫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징벌적 손배제’ 도입과 관련한 논란입니다.
지난 3월 2일 열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관련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날 플로어에 앉아 토론회를 지켜보던 저에게 남은 강한 인상은 토론회에서 언급된 내용보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진하는 여당 관계자의 태도였습니다. 강한 확신과 비타협적인 태도는 그 동안 보통의 정치인들에게선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강경하게 만들었을까요? 여러 원인과 이유가 있겠지만 추락한 언론 신뢰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누구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끝없는 신뢰 추락의 위기에 몰린 한국 언론에게 또 한 번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지난 2월 26일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백신과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언론이 백신 접종 과정에서 취할 보도 태도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부작용에 대한 과장 보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 보도에 대한 우려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포털에는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백신 패닉…고양·평택 AZ접종 환자 사망’ ‘AZ 백신 접종한 평택·고양 요양병원 환자 사망’ ‘아스트라제네카 중증 이상환자 접종 나흘 만에 숨져’ ‘요양병원 환자 2명, 아스트라백신 접종후 사망’
일반 시민들이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물론 기사 중간에 숨진 사람이 심장질환 등 복합적인 기저질환이 있었고 백신 접종과의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만, 백신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일으키는데 무게 중심이 가 있는 기사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더구나 기사 공급과 소비를 포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 언론의 현실 속에서 뉴스 이용자들은 비슷한 기사들을 무더기로 접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벌써 언론들이 백신 접종 반응을 놓고 속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다른 언론 현업단체들과 함께 ‘코로나 백신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권고문)’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서둘러 만들어 배포할 것입니다. 그 전까지 경쟁적 보도, 선정적 제목을 단 기사를 지양해 주시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은 기사화에 신중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방송기자들만큼은 당장의 속보보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 감염병에서 해방되려면 어떤 보도를 해야 하는지 먼저 생각해주시고, 특히 온라인용 기사들에 더욱 신경을 써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

아기가 태어난다는 건
– 이제 자야지? 이재야!

 

KBS 유용규 기자


이동학 기자가 릴레이 다음 주자로 글을 부탁했을 때, 1월 영상기자협회보에 출산에 관한 소회를 담기 위해 적고 있었다. 연락이 와서 조금 당황했지만, 같은 주제와 내용이라도 기자생활을 하며 출산과 가정생활에 대해 느낀 점을 나누고 싶었다.

28시간
2020년 11월 2일 오전 6시 아내에게 진통이 찾아왔다. 불안감과 설레는 마음을 뒤로하고 야간근무를 서기 위해 오후 4시 30분 회사로 출발했다. 회사에 아내의 상황을 보고했다. 뉴스가 끝났고 자정을 넘겼다. 다음날 오전 3시, 성남에 사는 처제가 긴급히 왔고 함께 걸어서 병원에 가고 있다는 아내의 카톡을 받았다. 좀 더 기다렸다. 아기는 금방 나오는 게 아니라는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오전 4시 병원으로 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고, 40분 만에 가족분만실에 도착했다. 약 5시간 후, 아내가 진통을 처음 느낀 지 28시간 만에 나의 딸 ‘이재’가 11월 3일 오전 9시 59분에 세상에 나왔다.

육아 100일 차
출산의 기쁨과 행복은 정말 잠시. 육아보다 근무가 편하다는 선배의 말이 와닿았다. 아내는 모유 수유로 아기의 도시락이 되었고, 나는 매일 저녁 세신사가 되었다. 이재가 웃으면 아주 예쁘고 행복했지만, 너무 짧았다. 대부분 울거나 뭔가 불편한 것이 있는지 끙끙거렸고, 아이의 사인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초보 아빠 엄마만 있었다. 아내의 배려로 잠은 많이 잤지만 수유하며 아기를 달래는 모습을 매일 밤 보고 있다. 출근하면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새해 첫 아침 자가 출근 때 올림픽대로에서 앞차를 들이받아 과실 100% 사고도 났다

경험담
내가 아는 한 기자는 미리 취재 등록해야 하는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고, 출장 중에 둘째 아기가 태어났다. 러시아 월드컵 때 출장을 가서 모두가 한국 축구 16강을 응원할 때, 간절히 조별예선 탈락을 바라는 초조한 아빠와 불안한 만삭 아내의 이야기를 들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병원에서 알려준 출산예정일에 출산휴가를 올렸고, 첫아기의 생일을 맞춘 예지력 있는 아빠도 있었다. 글을 적기 위해 출산 경험이 있는 친분 있는 기자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물어보았고, 출산을 보지 못한 경우나 사연 있는 경험담은 나의 예상대로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좋은 남편, 좋은 사위
실제로 우리 아가는 예정일 보다 2일 빨리 나왔다. 하지만 출산 전 방문한 병원에서는 늦게 나올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예정일과 의사 선생님을 믿고 출근한 야간근무였다. 티는 내지 않았다. 마음속에는 ‘발생이 생기면 어쩌지, 그때 아내에게 아기가 나온다고 연락이 온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야근 때마다 산이나 어딘가에서 불이 났었던 선배, 야간근무마다 중요한 일정이 발생해 출근하는 나보다 더 늦게 회사에 복귀했던 동기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35년 전 아내의 출산 때 장인어른은 없었다는 장모님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나에게 전하는 무언의 경고 같았다. 긴 밤이 끝나고 예정된 아침 일정도 없던 새벽 4시, 걸려온 아내의 전화에 대응하여 병원으로 재빨리 갈 수 있었다. 평일 야간근무 중이었으나 아무런 일정이 없어 카메라 렉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의 평온한 야간상황, 현장 MNG 연결 없는 아침 뉴스 데스크들의 편성과 조용했던 오전 취재 일정 덕분에 나는 아내와 출산의 감동을 함께할 수 있었다. 예정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좋은 날을 골라 태어난 우리 딸은 나에게 좋은 남편, 가정적인 사위로 만들어준 효녀가 되었다.

나는 출산을 할 때 가족 곁에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또한, 언젠가 중요한 순간에 없을 미래의 나 자신을 바라보며 이 말을 아내와 아기에게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꼭 항상 같이 있겠다는 확답은 줄 수 없지만,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은아 남편이, 이재 아빠가 될게. 우리 잘살아보자. 그리고 세상에 나온 지 백일 좀 넘은 이재야. 이제 자야지? 아빠 출근해야 해.

다음 릴레이는 MBC 이지호 기자에게 넘깁니다.
퇴근길에 마주치면서 동네 주민임을 알게 된 이지호 기자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 국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SBS 김수영 기자


지난해 2월 어느 날 방송기자들이 기사 작성에 한창 바쁠 시각 즈음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국회에 다녀갔다는 벼락같은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방역 조치상 시급히 자리를 비워달란 요청에 짐을 싸서 국회 앞 카페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지독하고 길어질 줄 예상하지 못하고 해프닝처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여러 번의 대확산 고비를 지나면서, 이러다가 곧 괜찮아지겠지, 애써 낙관해 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에도 국회 출입기자의 확진으로 또다시 국회가 폐쇄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젠 우리 사회 어디든 그렇지만, 모두가 언제든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심하는 것이 국회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카메라 빛을 반사하곤 하는 회의장 칸막이조차, 이제는 없는 것이 더 어색할 정도니까요.

“우르르” 취재 어디 갔나요? 밥 먹잔 말이 힘들어
가장 뜨거운 이슈가 있는 곳, 인물이 있는 곳에 기자들이 달라붙는 곳. 본회의, 상임위, 각 정당의 회의, 인사청문회, 토론회 등 여러 사람이 모이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는 곳. 말이 돌고 모이는 이곳 국회에서 출입기자들은 곳곳을 오가며 현장을 취재하곤 했습니다. 취재원을 쫓아다니며 묻고 또 묻는 게 당연했습니다. 기자들이 다 함께 우르르 몰려다닐 때도 잦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접촉의 밀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상임위는 현장 출입이 제한됐고, 각 정당의 회의에도 일부 사전에 정해진 기자들만 참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유튜브, 국회의사중계시스템을 통해서 상황을 지켜보긴 하지만, 현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풀 취재’를 통해 정치인들의 말은 활자로 전달되지만, 직접 뒷자리에 앉아 그 회의 분위기를 느끼고 쉬는 시간 복도로 나온 의원들에게 뒷얘기까지 소소하게 들었던 것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전화 취재로도 채워지지 않는, 현장의 이야기들은 직접 보거나 만나서 듣는 것이 훨씬 생생할 때가 많은데 만남은 점점 더 어려워져 갑니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가벼운 안부 인사 같던 말의 무게는 천금 같아졌습니다. 서로 싫어할 것이 마음 쓰여, 밥 먹자는 말을 하기 조심스러운 탓입니다. “오늘도 어렵겠지요?”, “네 미루시죠.” 이런 전화 문답이 반복되곤 하는데, 몇 달 전에 잡은 식사 약속이 밀리고 또 밀리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코로나 끝나고 한번 보자.”라는 말이 1년 내내 반복된다는 우스개가 있는데, 국회도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전화 통화로는 절친, 대면으로는 “처음 뵙겠습니다”
총선을 마치면 새로 입성한 국회의원들을 만나며 얼굴을 익히는 것은 정치부 기자의 의무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총선 뒤 21대 국회는 달랐습니다. 얼굴도 모른 채 전화 통화만 친근하게 농담까지 해가며 나누었는데, 몇 개월 만에 정작 만나선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해야 했습니다. 처음으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니 새삼스레 어색한 기류가 흘렀습니다. 그뿐 아니라 휴대전화 연락처에 제 이름 석 자가 뜨면 반갑게 받던 의원들도, 현장에서 얼굴만 봤을 땐 저인 줄 몰라서 데면데면하게 마주 보는 상황도 종종 벌어지니 이름 자막이라도 띄워 올리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을 만났을 때도, 마스크 탓에 무심코 모르고 지나치는 일도 생깁니다. “저, 누굽니다.”하고 쫓아갈 기회라도 있으면 서로 “아이고” 몰랐네요, 하고 웃어넘길 일인데, 의도적으로 못 본 척한 거로 오해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만큼, 아니 그 이상 취재원과 기자의 거리감은 벌어진 듯합니다. 무릎을 맞대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기회도 줄었고,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하다 보니 서로의 표정 변화를 읽는 데 둔해져 말의 뉘앙스 파악이 더뎌졌습니다. 또 촬영된 영상만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다 보니 현장 발생 사안이나 분위기를 잘못 읽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 거듭 확인을 거쳐야 하게 되었습니다.

데스크보다 먼저 자녀에게 보고하는 재택
“에이 어떻게 기자가 재택을 해.” 코로나19 초기 재택을 권고하는 국회 사무처의 요청에 국회 기자들은 이렇게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1년 만에 ‘설마’는 현실이 됐습니다. 지정생존자를 남겨놓듯 조를 짜서 돌리며 일부는 국회에 나가고, 나머지는 재택을 하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제가 재택 근무조인 주입니다. 처음엔 편한 복장으로 근무하는 것이 좋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이 있는 기자들은, 다 아시죠? 세계의 언론인들이 자녀들을 동반 출연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서 차마 그저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 상황이거든요. 문을 걸어 잠그고 있을 때도 “아빠”를 찾는 소리가 수시로 끼어들고, 문이 열려 있기라도 할라치면 친절하게(?) 찾아와 제 귀에 대고 아빠를 부릅니다. 오디오를 읽을 때면 아이들에게 “이제부터 아빠가…” 하며 업무 진척 상황을 보고해야 합니다. 제 업무 상황을 데스크보다 먼저 압니다. 옷장에서 오디오를 읽다가 숨바꼭질로 오해받은 적도 많습니다. 자녀들이 달려들어 결국 커피숍으로 나온 기자, 문을 잠그고 일을 해도 거실의 TV 소리가 들린다는 기자, 가뜩이나 업무와 개인의 삶이 모호한 기자의 삶에서 경계가 더 사라졌다는 등 재택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선제적으로 재택을 시작해 일찍 적응한 어떤 기자는 뒤늦게 합류한 다른 기자들의 이런 하소연이 빗발치자, “거봐, 내가 재택 힘들다고 했잖아.”하며 무뎌진 자의 거드름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 코로나19 확진 공식적으로 ‘0’, 1호는 되기 싫어
국회는 전국에서 사람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는 반복하는 곳입니다. 지역구 의원들은 주로 평일에는 국회에 머물다, 주말에는 자신의 지역구로 가서 행사 참석 등 대면 접촉을 많이 합니다. 코로나 이후 절대적인 행사 자체가 줄었다 해도 여전히 사람 만나는 게 정치인의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직군보다도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상당히 높아 보이는데, 아직까지 걸렸다는 국회의원은 없습니다.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아니니 무증상 감염까지 모를 일이겠지만은, 어쨌거나 공식적으로는 ‘제로’입니다. 국회 사람들도 이런 현상은 의외라고 합니다. 국회의원에게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다가가기 싫은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한 의원은 항상 긴장 상태여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자체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1호가 되기 싫은’ 의원들이 몸조심에 나선다는 이야깁니다.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국회 취재에서 ‘밥자리’는 가장 중요한 취재 방식 중 하나로 꼽혀 왔습니다. 코로나 이후에도 이 공식이 통할지는 의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상황은 함께 밥을 먹으면서 말을 섞을 때니까요. 일부에선 이참에 국회 취재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왜 굳이 ‘출입기자’와 ‘국회의원’이 식사를 같이해야 하냐는 거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적극적인 자기 홍보라든지, 취재원과의 신뢰를 쌓기 위한 다른 방법들을 고민하는 기자들도 한층 늘어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쉽게 꺼내기 어려운 내밀한 이야기는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그나마 나오는 편이지요. 또 누군지 정확히 모르고 받는 전화 통화보다, 서로 웃고 울고 함께 부대껴 본 기자에게 취재원의 마음이 가는 것도 인지상정이겠죠.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믿음은 아직은 쉽게 흔들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사실 저도 아직까지는 어떤 게 정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꾼 것처럼, 국회 취재 관행도 분명히 바꿔 놓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만만한릴레이 다음 주자는 MBC ‘로드맨’에서 ‘팩트맨’을 맡고 있는 양효걸 기자입니다.
코로나 시대 청년에 대해서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입니다.

정보공개청구, 이건 몰랐지?

 

SBS 배여운 기자


데이터저널리스트에게는 출입처가 없다. 살아 있는 취재원에게 정보를 캐묻지 않는다. 대신 데이터가 현장이자 전쟁터다. 끊임없이 데이터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7년간 정보공개청구서를 작성한 것만 5,500건을 넘어섰다. 그만큼 정보공개청구는 데이터 저널리즘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출발선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통계를 볼 때 데이터저널리스트는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통계는 원자료, 이른바 ‘로우 데이터(Raw data)’를 기관에서 한번 가공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그 로우 데이터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있을까? 가공하기 전 로우 데이터(Raw data)에게는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분석 결과는 감히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런 로우 데이터는 결국 공공기관 내부에 깊숙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술적인 청구서 작성을 통해 잘 빼 오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아는 기자들은 많지만 정작 사용하는 경우를 본 적은 거의 없다. 요즘은 간단한 통계를 받으려고 해도 정보공개청구를 하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첫 시작은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는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데이터 분석의 시작은 데이터 획득이란 점을 꼭 명심하자. 그만큼 데이터를 얻는 게 중요하다.
기본적인 정보공개청구 방법은 공식 사이트에 잘 소개되어 있으므로 그간 정보공개청구를 해오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정보공개청구 시 시간을 아끼는 ‘꿀 팁’을 소개한다. 시간은 금이니까. 특히 기자에게.

1. “그 데이터, 실제로 있나요?”
정보공개청구는 공공기관에서 생산 및 관리하고 있는 자료가 대상이다. 즉, 없는 것을 공개할 순 없다. 따라서 데이터를 조금이라도 빨리 받고 싶다면 담당자에게 직접 문의해 해당 데이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데이터가 존재한다면 재빨리 청구서를 작성하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확인 절차 없이 정보공개청구를 할 경우, 길게는 열흘이 지나서야 ‘부존재’란 통보를 받게 될 때가 있다. 그만큼 허탈한 것도 없다. 일선 기자들이 가장 당황하는 경우이다. 꼭 원하는 데이터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청구하도록 하자. 여기에 더해, 통화로 청구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면 담당자가 훨씬 청구 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조금 더 팁을 공유하자면 담당자에게 문의할 때 데이터 존재 여부뿐만 아니라 해당 데이터(엑셀)의 변수를 함께 물어보는 것을 권장한다. 가령, 업무추진비 사용시간 내역을 분석하려면 엑셀에 시간(ex. 17:52:00)변수가 꼭 있어야 하는데, 그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엑셀이 있다는 말만 믿었다가 후에 사용 총 금액만 있는 자료를 받으면 그 역시 허탈한 순간일 테다.

2. 난 네가 지난날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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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기관은 정보 공개에 ‘방어적’이다. 그러다 보니 담당자가 바뀌면 이전에 같은 데이터를 공개한 적이 있음에도 정보를 부존재 처리하거나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알려준 대로 전화로 문의까지 했음에도 데이터가 없다고 하면 그걸로 포기해야 할까? 절대 아니다. 재빨리 구글이나 포털에서 과거 기사 검색을 해보자.
얼마 전 돼지 사육농장 주소를 얻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하려고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그런 데이터는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재작년 돼지 열병으로 시끄러웠던 당시 환경부 보도자료에는 빨간 점으로 지도 위에 돼지 사육농장을 표시해서 보여줬다. 다시 연락해 “이전에 공개한 걸 왜 없다고 하냐”라고 따져 물으니, 그제야 착오가 있었다며 공개를 검토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주소는 개인 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지만, 만약 과거 자료를 검색하지 않았다면 그 데이터는 정말 없는 줄 알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받고 싶은 데이터(자료)가 과거에 나온 적이 있는지 꼭 검색해보는 걸 잊지 말자. 과거에 공개한 적이 있는 자료라면 오히려 빨리 받을지도 모른다.

3. 청구서는 꼼꼼하고 또 꼼꼼하게!
정보공개청구의 핵심은 ‘청구서 작성’이다. 처리 기관은 청구인이 작성한 내용을 토대로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충 키워드만 몇 개 넣어서 청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육하원칙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처리 기관 담당자라고 생각했을 때 충분히 이해될 정도로 구체적으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때 한 담당자가 고충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청구합니다’ 라고만 적어서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 처리 기관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원하는 거지?’ ‘금액만 공개하면 되는 건가?’ ‘PDF로 공개하면 되겠지?’ 등등. 담당자는 청구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그래서 임의로 처리해 공개하는 게 대부분이다. 열흘이 지나고 고대하던 자료를 받았는데 고작 1개월 치 업무추진비 총 금액에 대한 PDF 스캔본을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던 데이터가 아닌데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그건 청구서에 구체적으로 원하는 항목을 꼼꼼하게 작성하지 않은 청구인에게 있다. 따라서 담당자가 한 번에 이해하기 쉽도록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청구서를 작성하는 게 핵심이다. 기간, 파일 형태 등 세세한 항목들까지 청구서에 다 작성하자. 추후에 잘못된 자료를 받더라도 처리 기관의 오류를 당당하게 지적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4. 이렇게 채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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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샘플 형식’을 엑셀로 만들어 청구서에 첨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보공개법을 구체적으로 아는 담당자는 가공을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지만, 양식을 제시하는 걸 환영하는 경우도 많다.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기관에서도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공개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렇게 샘플을 보여주고 이렇게 받고 싶다고 하면 채워주기도 한다. 앞서 2018년 중앙일보 데이터저널리즘에서 일할 때 처음으로 226개 기초의회에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청구해봤다. 대부분 기초의회는 PDF 혹은 HWP로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고 있었다. 하나씩 전화를 걸어서 엑셀로 다시 공개를 요청했는데어떻게 공개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9개 변수로 구성된 엑셀 샘플 파일을 건네줬더니 거기에 맞춰서 공개하기 시작했다. 226개 기초의회에서 동일한 형태로 자료를 공개하다 보니 데이터 정제에 들이는 시간을 굉장히 아낄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처리 기관에서 공개 의지는 있는데 어떻게 공개할지 모를 경우나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청구하는 경우는 엑셀 샘플을 제시하는 게 효과적이다.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정제 작업이 걸러지게 되며 전체의 절반가량의 업무를 줄일 수 있다.

한국 방송기자들의 고민과 희망이 담긴 8년만의 보고서

 

대한민국 방송기자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 소식은 매일매일 경쟁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정작 방송기자 자신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고, 또 어디로 가야하는 지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품고 지낸다.
한국 방송기자들의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 세대 간 격차를 비롯한 자신의 회사 생활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언론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직접 물어보았다. 기자들의 직업적 인식 조사는 많이 봐 온 것 같지만, 전체 기자 집단이 아닌 방송기자 집단에 초점을 맞춘 조사는 지난 2012년 첫 조사에 이어 이번이 사상 두 번째다.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번 조사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설문 문항도 방송 매체 종사자의 특성과 그들이 처한 구체적 상황을 반영해서 만들었다는 점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언론인 인식도 조사와는 다른 의미와 차별성을 갖는다고하겠다.
구체적으로 조사는 이렇게 진행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산하 저널리즘 특별위원회에서 주관
했고, 3~13년차 7명으로 구성된 저연차 그룹과 15~25년차 7명으로 구성된 고연차 기자 그룹의 FGD(Focus Group Discussion)를 우선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100여 개의 설문 문항을 확정하였고, 모바일과 PC를 통해 설문 응답을 받았다. 바쁜 일과에도 설문에 적극 참여해주신 회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KBS 정제혁 기자 (제3기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위원)

 1. 조사개요

· 조사 대상 방송기자연합회 회원사 소속 방송기자
· 조사 시기 2020년 10월 21일(수)~10월 31일(토)
· 응답자 특성

저널리즘 특위_사진1

 

 2. 조사개요
2.1 기자의 일상적 업무 및 일과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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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일상적 업무 및 일과에 대한 인식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 항목들을 살펴보면, ‘나는 현재 하고 있는 업무가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가 3.58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 방송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나는 언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비난으로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가 3.43점으로 그 뒤를 이어, 언론에 부정적인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정신적 갈등을 겪고 있는 기자들이 적지 않았다. ‘기자를 그만 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 응답률도 42%로 적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기자들은 ‘타 언론사로의 이직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60.9%로 나타났지만 ‘타 업종 및 비(非)언론사로의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전체의 62.7%(173명), 그리고 이를 ‘최근에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45.3%(125명)로 나타나, 오히려 언론사가 아닌 다른 직업 부문에 대한 관심사는 상당이 높은 수준인 것으로 해석된다. 참고로 이직을 고려 중인 업종 중에서는 IT회사나 뉴미디어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약 10%로 가장 높았다.

 2.2 소속 언론사에 대한 인식
① 소속 언론사의 사회적 역할 수행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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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언론사의 사회적 역할 수행 정도에 대한 질문에는 ‘비판 및 감시 기능’이 3.21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대안 제시 기능’이 2.7점으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 기자들이 이제 언론 보도가 단순한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넘어서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② 소속 언론사의 조직 특성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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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언론사의 조직 특성에 대해서는 ‘관료제적 성격이 강한 조직이다’ ‘권위적인 조직이다’ ‘엘리트 의식이 강한 조직이다’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를 해석하는 데는 설문 참여 기자들의 소속 언론사 유형에서 ‘전국(40.2%) 및 지역(21.7%) 지상파 방송사’가 전체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③ 언론사의 조직 문화와 소통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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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의 조직 문화와 소통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현재 소속 부서 내에서나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한 지’를 묻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했으며 ‘사내 온라인 게시판은 의사소통 문제나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동의한 응답자 비율은 약 8% 수준이었다. ‘업무와 관련하여 선배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에 동의한 응답자 비율도 30%에 미치지 못했다. 의사 소통에 대한 선배와 후배들 간의 시각차도 분명하게 드러났는데 ‘업무와 관련하여 후배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고 동의한 응답자 비율은 34.4%인 반면에 선배들과의 소통이 원활하다고 동의한 응답자 비율 29%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④ 소속 언론사의 임금 구조 및 보상 체계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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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속 언론사의 임금구조나 성과 평가제도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에 비례하여 적절한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한 응답자 비율은 20.3%뿐이었으며, ‘회사가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에 동의한 응답자는 18.8%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인사 평가가 공정하게 운영된다고 생각한다’ ‘회사 내의 인사이동이나 보직, 특파원발령 등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에 동의한 응답자는 약 10% 정도에 불과해 인사 운영의 합리성과 공정성에 대해서 상당수 기자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방송기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소속 회사의 지원 수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가장 두드러져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3. 언론의 역할과 기자 윤리에 대한 인식
① 우리나라 언론매체 보도의 신뢰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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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언론 보도 전반과 신문 보도, 방송 보도, 인터넷언론의 보도 각각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문항에서는 방송 보도, 우리나라 언론 보도 전반, 신문 보도, 인터넷 보도 순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전반적인 신뢰도 점수는 8년 전 보다 상당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문 보도와 인터넷 보도의 신뢰도 점수는 우리나라 언론 보도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점수보다 낮았다. 그 외의 평가 항목에서는 우리나라의 방송 매체가 ‘정파적이다(정파성)’라고 응답한 비율이 2012년 55.9%에서 2020년 66.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언론 활동 수행이 자유롭다(언론 자유)’고 응답한 비율이 15.5%에서 43.8%로 크게 증가했다.

② 취재 보도 원칙의 중요도 및 수행 정도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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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4가지 취재 보도 원칙의 중요도와 그 수행 정도에 대한 이번 인식 조사 결과를 8년 전의 것과 비교했더니, ‘공직자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일’ ‘국가 정책 현안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을 제공하는 일’ ‘주요 사안에 대해 일반 시민이 의견을 표출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 ‘근거없는 소문을 기사화하지 않는 일’ ‘기업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일’이 중요도와 수행평가 점수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요도와 수행평가 점수가 모두 하락한 경우는 ‘뉴스를 보다 빨리 전달하는 일’ ‘중립적인 보도 자세를 견지하는 일’ ‘사실을 정확하게 취재하는 일’ ‘가능한 많은 수의 독자, 시청자, 네티즌이 관심을 가질 뉴스를 보도하는 일’로 나타났다. 중요도는 감소했는데 오히려 수행 평가 점수가 상승한 경우는 ‘사회 현안에 대해 언론이 적극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펴는 일’ ‘기사를 쓸 때 이윤 추구 같은 경제적 가치보다 기사의 질이나 의무를 우선시 하는 일’ ‘정부 정책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파고드는 일’ ‘중요 뉴스에 대한 해설과 비평을 제공하는 일’로 나타났다. 이상의 분석 결과, 방송 기자들의 인식 속에서 언론 보도의 속보성, 정확성, 중립성 등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과 관련된 문항의 점수가 중요도와 수행 평가 측면에서 8년 전 보다 모두 하락한 것이 두드러져 보인다.

③ 언론윤리 전반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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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윤리 교육 및 언론윤리 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다수 기자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윤리 교육과 관련해서 ‘현직 기자들에게 언론윤리에 관한 교육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직 기자들 중에서도 특히 데스크가 언론윤리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가 모두 4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언론윤리 규정에 관해서는 ‘취재 과정에서 자료 화면이나 영상의 활용에 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활용에 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모두 높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변화하고 있는 매체 환경에서 소셜미디어 활용이나 영상 활용 등에 관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공감하고 있었다.
‘기자가 된 이후에 언론윤리에 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38.4%, ‘없다’고 응답한 경우가 32.6%로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으며, ‘언론윤리 기준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 취재 보도가 어려워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높은 점수(3.94점)를 나타냈다. 대다수의 응답자(71.4%)가 취재 과정에서 기자로서의 직업윤리나 언론윤리 제반 규정의 준수를 놓고 내적 갈등 혹은 취재원과의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윤리 제반 규정을 직접 찾아본 적이 있는 경우는 58%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기자들은 언론윤리 관련 규
정들을 직접 찾아보지 않은 이유로 ‘언론윤리 규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없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언론윤리 규정을 찾아볼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서’ ‘회사 동료나 선배들로부터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어서’ ‘어차피 상사의 지시와 회사의 관행에 따라야 해서’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추가로 본 조사에서는 ‘방송기자연합회가 윤리강령 및 실행준칙을 마련한다면 꼭 포함되어야 할 내용에 대해 1, 2, 3순위’를 응답자들이 주관식으로 복수 응답하도록 하였는데, 1순위로는 사실보도·정확성·진실보도와 관련된 것으로 분류되는 내용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순서로는 취재원·인권·사회적 약자 보호와 연관된 내용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3. 시사점
이번 조사 결과가 그려내는 우리 방송기자들의 초상(肖像)은 갈수록 어려운 기성 언론의 상황을 비교적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직업으로서 기자직은 아직 매력이 남아 있지만, 기자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성과가 제대로 보상받고 있지 못하며 보상 체계도 공정하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직과 언론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갈수록 심해지는 부정적 시각에 방송기자들 역시 적지 않은 마음의 갈등을 겪고 있었으며, 기성 언론이 쇠퇴하고 있는 현실에서 IT 부문 등 아예 비(非)언론 부문으로의 전직을 고려하는 기자도 상당수가 있었다. 관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데다 엘리트 의식도 강한 조직 문화 속에서, 업무를 위한 원활한 소통에 대한 평가에 관해선 선후배들의 시각차, 온도 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회사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 상황에서 기자들은 양질의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더불어 각자의 이념과 정파로 나뉜 여론 지형 속에서 기자의 ‘좌표’가 찍히고 비난을 받는 이중의 부담을 지면서 고달픈 기자 생활을 참아내고있는 안타까운 모습도 엿보였다. 비록 2012년 조사 때보다는 낮아졌지만 방송기자들은 한국 언론 매체 가운데서 방송을 가장 신뢰받는 매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자들이 8년 전보다 언론 활동은 더 자유로워졌다고 느끼면서도 방송 매체가 정파적이라는 인식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방송기자들이 언론 자유의 확장이라는 우호적 조건 아래서도 양질의 불편부당한 보도로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는 결국 실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뼈아픈 성찰과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취재 보도 원칙의 중요도 부문에 대한 응답에서는 ‘뉴스를 보다 빨리 전달하는 일’과 ‘중립적인 보도 자세를 견지하는 일’에 대한 중요도가 8년 전보다 가장 크게 감소하였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속보 경쟁이 갈수록 무의미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방송기자들이 전통적인 객관주의 저널리즘 원칙으로부터 점차 이탈해가고 있는 것으로도 조심스럽게 해석할 수 있다. 취재 보도 원칙의 수행 정도에 대해서는 ‘사실을 정확하게 취재하는 일’이 지난 2012년 조사 때보다 비교적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양질의 저널리즘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인 ‘정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작으나마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부분은 우리 방송기자들이 정정당당하고 올바른 기자, 시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자가 되고자 하는 화두를 놓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갖은 윤리적 갈등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는 대다수 평균적인 방송기자들은 그만큼 언론 윤리 규정과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으며 언론 윤리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취재 보도가 어려워지는 것도 기꺼이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미국에서 1970년대 초 존스턴(Johnston)과 그 동료들이 행한 기자들에 대한 인식 조사로부터 시작돼 비교적 최근인 2002년까지 이어진 위버(Weaver)와 동료들의 미국 기자 집단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러한 성격의 조사는 일정한 시간의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수행되어야만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들이 역량 있는 해석자와 만나 스스로 진실을 밝혀주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이제 겨우 두 차례에 불과하지만 방송기자연합회가 실시한 이번 2020년도 설문조사가 ‘현장 기자들의 호응과 보다 적극적인 참여 속에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방송 저널리즘이 격랑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데 유익한 참조점을 제공하는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해 본다. 

‘클럽하우스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버액션’이었나

 

요즘 많은 일이 그렇듯 발단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였습니다. 머스크가 클럽하우스 앱에서 비트코인 투자를 권유한 이후 비트코인이 폭등했죠. 그의 말이 전해진 통로인 클럽하우스 앱의 인기도 같이 치솟았습니다.

어렵게 친구에게 추천권을 얻어서 가입했습니다. 내 주소록 정보를 넘기니 그것을 기반으로 추천하는 클럽하우스 방이 여럿 떴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클럽하우스 라디오 비상대책위원회’였습니다. 방에 들어가니 여러 방송국의 유명 PD들께서 클럽하우스가 라디오의 종말을 가져오지 않을까를 놓고 토론 중이셨습니다. 클럽하우스 앱을 라디오 방송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방법도 논의했고요. 신선했습니다. 다른 방에서는 젊은 선남선녀들의 미팅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문자가 아니라 오로지 단 한 장의 프로필 사진과 목소리만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식입니다. 제약이 상상의 새로움과 상상의 원천이 됐습니다. 북한말만 쓰는 방도 있었고 반말 방이나 음성모사 방도 많았습니다.

하루 이틀은 제가 이 앱을 찬양했지만 이후 시들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며칠간 여러 방을 탐색했지만, 이제는 장단점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단점부터. 조리있고 지루하지 않게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조용히 나가기’ 기능으로 조용히 나가면 되지만 좋은 방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방을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이 혁신이라고 하는데 내 쪽에서 문제가 있는 것인지 그다지 좋은 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기자들은 아이폰 사용이 드뭅니다. 그럼에도 장점이 많습니다. 녹음이 원칙적으로는 금지된 앱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말하기도 합니다. PC통신과 싸이월드 이후 우리는 글로 쓰는 SNS생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글은 논리적이지만 글로는 전해지지 않는 정서나 맥락도 있죠. 사람의 목소리가 주는 힘이 있습니다. 클럽하우스 앱은 한 번에 여러사람이 말해도 또렷하게 들립니다. 음성전달 기술의 결과입니다. 팁. 굳이 초대장을 받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나의 연락처가 입력된 아이폰으로 누군가가 먼저 클럽하우스에 가입해 있다면 내가 가입신청을 한 뒤 그 사람이 승인하면 나도 입장할 수 있습니다. 굳이 3만원을 내고 당근마켓에서 입장권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가입 시에는 실명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익명을 쓰는 사람들도 있고요. 이름은 일단 은 바꿀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필 사진 1개 외엔 이미지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없기에 ‘프사’를 자주 바꿔서 설명하거나 기분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마이크 버튼을 눌러서 음성 전송을 켜고 끌 수 있습니다. 누군가 좋은 말을 했을 때 박수를 친다는 뜻으로 마이크 버튼을 반복해서 눌러 깜빡이게 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방을 개설하면 ‘모더레이터’가 됩니다. 모더레이터는 방에 입장하는 사람을 ‘스피커’나 ‘모더레이터’로 격상시킬 수 있습니다. 방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입니다. ‘스피커’가 되기 전에는 그 방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단 들을 수만 있습니다. 나도 말하고 싶다면 손을 드는 기능이 있는데 그걸 보고 모더레이터가 스피커로 승격시킬 수 있죠.

클럽하우스가 얼마나 클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페이스북을 보고 기사를 쓰듯 클럽하우스를 열심히 듣고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기사를 써야만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비녹취를 전제로 발언하는 클럽하우스 발언을 토대로 기사를 쓰는 것이 허용되는가 논란이 될 소지도 있겠죠. 클럽하우스는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는 시대의 반영입니다. 따뜻한 육성으로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열풍의 원인으로 보입니다. 또, 녹취되거나 박제되지 않고 자유롭게 말하고 싶은 사람들의 기대도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방을 떠나기’가 가능하고 또 얼마나 많은 좋은 이야기들이 오갈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직 클럽하우스는 새로운 SNS 문법을 찾아가는 단계입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 개발이 끝나면 간단한 회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듣고만 있는다면 ‘저관여 매체’로 분류할 수 있기에 라디오 피디들께서는 라디오를 대체할만한 물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듣기가 안된다는 점이나 정기적으로 ‘룸’을 이어가기가 쉬워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방송 같은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앱이 수익모델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클럽하우스는 ‘그들만의 리그’일까요? 원래 유명했던 분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다만 유명인이 지속적으로 사람을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유명세를 이용하여 사람을 모으는 분들이 많고 SNS 자체로 유명해지는 분들은 오히려 유튜브에 많아 보입니다.

KBS 박대기 기자 (산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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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식 기자의 포토에세이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KBS 임현식 기자 (영상취재부)

운명의 한 달…
도쿄 올림픽 어떻게 될까?

 

SBS 유성재 도쿄 특파원

올림픽, 될까요?
‘코로나’는 레몬 잘라 넣고 마시는 외국 맥주라고만 알던 2019년, 나는 임기 1년도 미처 못채운 초보 특파원이었다. 그해 가을,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일본 공무원 A를 알게 돼 두어 차례 저녁 식사를 했다. 나로서는 일본의 중앙 공무원과 어렵지 않게 친해져 기대가 컸지만, 2020년에는 결국 A를 한 번밖에 만날 수 없었다. 바로 코로나 때문이었다.
A는 내가 “만나자.”라고 운을 띄우면 “한 번 뭉치자.”라고 하면서도 정작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면 ‘혹시 몰라서’ 약속을 연기하기 일쑤였다. 행여 중앙부처 공무원이 밖에서 외국 특파원과 만나서 저녁 자리를 갖다가 감염이라도 되면, 한몸에 받게 될 싸늘한 눈총을 나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A에게 얼마 전 설날에 새해 인사를 겸해 문자로 인사를 보냈다. “지난해 자주 못 봐서 아쉬웠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서 전처럼 시끌벅적한 곳에서 한잔했으면 좋겠다, 연기된 올림픽도 잘 됐으면 좋겠다.” 친분이 있는 사이에 흔하게 보내고, 또 비슷한 내용의 답장을 받을 거로 당연히 예상되는 새해 덕담이었다. A로부터는 그날 밤늦게 답장이 왔는데, 내 눈이 멈춘 건 마지막 한 줄이었다. “올림픽, 될까요?”

스케줄대로만 돼 준다면…
SBS 도쿄지국이 입주해 있는 도쿄 시오도메 NTV(니혼테레비) 타워 5층은 이 방송사에서 보도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이 모인 곳이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한때는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와 현지 출퇴근을 시행하면서 잠시 썰렁하기도 했지만, 어쩐지 요즘엔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이곳에는 NTV 보도국 국제부와 업무상 도움을 주고받을 일이 종종 있어서 방문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한쪽 벽에 의자를 붙여 놓고 나란히 앉은 ‘높으신 분들’, 즉 보도본부장-국장-부국장(NTV에서는 국차장이라고 부른다)과 간단한 안부와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짧게 주고받는다. 국제부에만 쌩하니 들렀다 가기 죄송해 온 김에 인사라도, 이런 느낌으로 갔다가 한 명과 얘기가 길어졌다. 나는 그래도 최근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줄어서 ‘3차 유행’도 끝나가는 것 같다는 얘기만 했을 뿐인데 돌아온 답은 이렇다.
“3월 7일 긴급사태가 해제될 만큼 확진자가 계속 줄어만 주면 정부도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 곧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의료종사자 4만 명에 대한 선행 접종이 2월 17일 시작), 접종 차례는 아직 멀지만, 일반인의 막연한 두려움도 차차 잦아들 것이다. 긴급사태부터 벗어난 다음에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올라오지 않을까. 긴급사태로 확진자를 감소세로 돌리고, 백신만 접종 스케줄대로 돌아간다면….”

싸늘한 여론, 조직위는 ‘흔들’
중앙부처 공무원과 민영 방송사 선임 언론인으로, 처한 입장도 상황도 다르지만 두 사람의 올림픽에 관한 생각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코로나 사태로 도쿄 올림픽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고, 지금으로선 백신이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와 바흐 IOC 위원장의 긴급 통화로 일단 올림픽을 1년 뒤로 미룬 지난해와는 상황이 또 다르다. 이제는 뒤로 미룰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렇다고 코로나 따위는 모른 척하고 새로 정한 일정대로 추진하거나, 정상적으로 해외 선수와 관중을 모두 받으며 강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월 초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2월 5~7일, 전국 성인 1,102명 유무선 전화 방식)를 보면 도쿄 올림픽 개최를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은 28%, 다시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은 33%로, 개최에 부정적인 의견이 60%가 넘게 나왔다.
이 와중에 지난 12일에는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모리 요시로 위원장(85, 86대 일본 총리를 지내고 2012년에 정계를 은퇴한 83세 노정객)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쫓기듯 사임하고 2월 18일에 급한 대로 정부의 올림픽 담당 장관인 하시모토 세이코가 위원장 자리에 앉기로 결정됐다. 필사적으로 대회를 사수해도 시원치 않을 도쿄 조직위 내부의 분위기도 엉망이 됐다.

시한은 3월 말, ‘무관중’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앞서 인용한 2월 초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올여름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여론이 60%를 넘었는데, 그러면 나머지는 어떤 의견을 냈을까. 무려 28%가 ‘무관중으로 개최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취소’와 같은 비율이다. 사실 최근의 올림픽 관련 기사들을 접하다 보면 ‘무관중 개최’라는 종착역이 이미 설정되지 않았나 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물론, 무관중 올림픽이 된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우리 돈 1조 원에 가까운 경기 관람권 수익과 그보다 훨씬 더 큰 외국인의 일본 내 소비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이미 올림픽이 한 번 연기된 상황에서, 적어도 올림픽을 ‘취소’까지는 하지 않았다는 자존심이라도 지키는 최후의 방안이 될 수 있기에 일본의 여론은 조심스럽게 ‘무관중 개최’로 모이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제 남은 시간은 길어야 한 달 남짓. 지난해 도쿄 올림픽 1년 연기 결정이 성화 봉송 시작 직전인 3월 24일이었으니까, 올해도 후쿠시마에서 성화가 출발하는 3월 25일 전에는 최종 개최 여부와 개최 형태를 결정지어야 할 것이다.
도쿄의 지하철역을 이용하다 보면, 역사 벽면과 승강장 차단문에 ‘TOKYO 2020’의 감색 로고와 (연기된) 개막 날짜를 쉽게 볼 수 있다. 원래 2020년 7월 24일이라고 적혀 있던 곳이 하얀색 스티커로 2021년 7월 23일이라고 덧씌워졌지만, 기분 탓인지 요즘에는 하얀색이 많이 바랜 것처럼 보인다. 시선이 그곳에 멈출 때마다 나는 5개월 뒤, 특파원으로 도쿄에서 보낼 마지막 여름 ‘도쿄 2020’ 개막을 볼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