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의 히치콕, 그가 만든 _YTN 방병삼 기자

일시_ 2015년 6월 11일
장소_ 서울 상암동
인터뷰_ YTN 양일혁 기자(경제부)

YTN에도 제작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면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YTN은 뉴스만 하는 곳 아니었나요?’ 확실히 제작물은 YTN의 불모지, 혹은 게토나 다름없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YTN의 프로그램 제작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방병삼 기자다. 뉴스를 진행할 때면 깨알 같은 아이디어와 실험 정신으로 뉴스 프로그램의 질과 격을 높였고, 최근에도 전무후무한 기획이었지만 아쉽게도 때를 잘못 만나 일찍 막을 내려야 했던 토크쇼 <10년 후>를 기획·제작하기도 했다. (감히 이런 표현이 허락된다면) 그는 YTN의 알프레드 히치콕이다. 이런 그가 지난겨울 내내 거리를 누비며 노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거리의 노인들> 3부작이다. 못 본 사람은 있어도 그냥 흘려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호평이 이어졌다. 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길거리의 노인들, 그들에게 다가서기

<거리의 노인들>이 호평 속에 방영을 마쳤는데요. 우선 축하드립니다. 먼저 어떤 작품인지, 왜 만들게 됐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길을 지나다 보면 기죽은 노인 분들이 많아요. 그런 걸 보면서 ‘저분들이 왜 집을 나와 돌아다닐까, 집에 있지 못해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또 ‘지하철 이런 곳에 폐지 줍고 하는 노인들의 사연을 좀 담아봤으면…’ 막연하게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YTN=뉴스’라는 공식이 강한데, 뉴스에서는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대상에 대한 친밀감이 느껴졌거든요. 그 친밀감은 어떻게 얻게 됐나요?
“일단은 ENG 카메라가 주는 위압감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부담감을 없애 줘야겠다, 찍는 기계가 다르면 다른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거다…. 그게 먹힌 부분이 있는 거죠. 만약에 이 프로그램을 ENG로 찍었으면 이런 이야기는 절대 못 담았을 거예요.(<거리의 노인들>은 디지털 캠코더인 소니 PMW-200과 HDR-CX560으로 촬영했다)”

오랜 시간 어마어마하게 찍으신 거로 아는데요. 실제적인 촬영 기간과 분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작년 10월 말부터 시작해 올해 3월까지 찍었어요. 다닌 곳으로 치면 40군데 정도. 분량은 2.3TB(2,300GB) 정도 돼요. 보통 3부작 하면 200GB 정도 찍으면 된다고 하던데, 평균보다 10배 찍은 거죠. 누가 계산을 해 줬는데, 옛날 90분짜리 테이프로 100개? 저도 특집을 좀 해봤는데 이렇게 무식하게 찍은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왜 이런 용량이 나왔느냐면, 섭외를 해서 가면 찍을게 뻔히 나오거든요. 노인들하고 촬영하면서 끝까지 (카메라를) 대고 있었어요. 우리가 진짜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다, 충분한 장면을 다 찍었다 할 때까지 계속 찍는 거죠.”

 

“오래된 포맷으로 우려먹기 싫었어요”

이런 제작 방식은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이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고, 기존 방송과는 다른 접근법인데요. 어떤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까?
“예능이나 이런 쪽 보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포맷도 개발하는데 보도는 항상 리포트, 단신, 이런 식으로 아주 오래전에 개발된 콘텐츠 포맷을 가지고 변함없이 우려먹는 것 같아요. 결국은 뉴스에도 기자나 PD가 사람에게 다가서는, 그런 성의나 자세가 들어있는 좋은 포맷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어요.”

제작을 마치고 편집할 때 우여곡절이 많았다던데요?
“재밌는 것은, 우리 사장이 (지난 3월 새로) 왔을 때 한번 큰 위기가 왔는데 (취임 직후) 처음 했던 얘기가 ‘넥타이 매야 한다.’ 나한테까지 그 얘기가 온 거예요. 점퍼 뙈기 입고 모자 쓰고 돌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했는데…. ‘웬만하면 너 나오는 장면 걷어내라.’ 이런 말까지 들었어요. 다행히 방송 나가고 복장으로 제재는 안 들어오더라고요.”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말은 ‘결국 노인이란 우리의 미래다’였습니다. 미래의 노인인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고령화 속도가 진짜 어마어마하게 빠르거든요.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고민을 우리는 하고 있어야 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데, 사실은 모든 숙제를 미뤄놓고 노인들을 필요로 할 때 이용만 하거든요. 선거철 같은 때 노인들에게 표 구걸하고, 그리고는 ‘미안합니다. 노령연금 못 드리겠습니다. 다음 선거 때 뵙죠.’ 노인들은 순박해서 악수 한 번 해주면 다 잊어주고…. 우리가 노인이 됐을 때 준비들이 제대로 안 돼 있어요. ‘대한민국, 지금처럼 누리면서 살 수 있나?’ 어떤 전문가가 그러더라고요. 재앙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결국 (작품에서) 하고 싶은 얘긴 그거였는데, 밑천이 빈약하기 때문에 그 얘기는 못 하고 일단 같이 느껴보자는 것까지는 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