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앞을 떠나는 시청자, ‘듀얼 유저’ 전략으로 잡자_구글 코리아 김범휴 매니저

TV의 온라인 ‘영업’, 소비자 중심인가?

미디어 관련 일을 하기 전 약 5년간 제조업 현장 영업직에 종사했다. 당시 영업에 대한 철학을 확립해 준 문구가 하나 있었는데, 영업이란 ‘무언가를 파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의 구매를 돕는 행위’라는 것이다. 나의 입장, 회사의 입장이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그러하지만, 많은 영업 현장의 실상은 사실 판매자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일단 제품이 시장에 나왔으니 어떻게든 팔아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도 들린다.
뜬금없이 영업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국내 방송사들이 젊은 시청자층을 잃지 않기 위해 온라인 매체와 결합하는 양상이, 사고 싶지 않은 물건을 억지스럽게 권하는 모습이 아닐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인기 스타를 TV에 출연시킨다고 해도 겉포장이 전형적인 TV 예능의 형태를 띠고 있다면, 온라인 스타의 팬들은 낯설어할 뿐 아니라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TV 스타가 온라인에서 자신만의 채널을 열고 1인 방송을 할 때도 전형적인 TV식 진행을 하고 있다면 온라인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한다.
그 누구도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온라인스러움’과 ‘TV스러움’에 대해서는 여기서 논하지 않기로 하고, 다만 확연히 다른 이 두 영역을 어떻게 하면 동시에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공급자 관점이 아니라 수요자 관점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TV로도 보고 온라인 비디오로도 함께 즐길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는 이른바 ‘듀얼 유저’ 전략을 국내외 성공 사례를 통해 짚어 보고자 한다.

해외의 ‘듀얼 유저’ 성공 사례

일본 후지TV의 ‘테라스 하우스’라는 프로그램 사례를 먼저 보자. 이 프로그램은 2012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젊은 남녀 여섯 명의 리얼리티 쇼인데, 이 프로그램의 첫째 장점은 뻔한 이야기 전개를 거부하는 십대, 이십대 시청자층의 취향에 맞게 대본 없이 일반인들의 실제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쇼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물론 훌륭한 편집을 거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연륜 있는 제작자의 몫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강조하고 싶은 이 프로그램의 두 번째 장점은 온라인 스핀오프spin-off 즉, 번외편을 인기리에 유통시키면서 더 많은, 젊은 시청자가 TV 본편도 함께 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후지TV는 ‘테라스 하우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별도로 생성하고, 매주 TV에서 본방송이 끝나자마자 TV에서 볼 수 없었던 화면을 담은 번외편을 올리기 시작했다. 별도의 큰 제작비 투자 없이 만들어진 이 번외편만으로 후지TV는 유튜브에서 2억8천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TV를 보지 않고 온라인 영상을 주로 보던 시청자에게도 TV를 함께 보게 하는 전략을 성공시켰다.
더 나아가 이 프로그램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자, 후지TV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TV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의 미공개 장면들을 활용한 온라인 예고편을 영화가 개봉하기 한 달 전부터 매일같이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세심함을 보였다. 31개의 서로 다른 예고편을 온라인을 통해서 카운트다운 하듯이 선보인 것이다. 지난 2월 ‘테라스 하우스 클로징 도어’는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온라인에는 유튜브 예고편을 통해 영화를 보게 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소 오래된 사례이지만 국내에서도 2010년 MBC의 ‘장난스런 KISS’가 본 드라마 외에 ‘유튜브 특별판’을 다국어 자막 서비스와 함께 인기리에 제공한 바 있고, 현재까지 유튜브에서 5천만 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당시 유튜브를 통한 인기에 힘입어 13개국에 드라마가 판매되었으니, 온라인을 통해 온라인도 보게 하고 TV도 보게 하는 ‘듀얼 유저’ 전략이 국경을 넘어서까지 효력을 발휘한 셈이다.
한편, 호주에서는 여기서 한층 더 발전한 번외편 전략을 구사한 사례가 있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는 호주의 장수 프로그램 ‘네이버스’Neighbours는 작년 9월 루나 마룬Louna Maroun이라는 유튜브 스타와 손을 잡고, 번외편 제작을 이 1인 창작자에게 위임했다. 루나가 짧은 시간에 제작한 총 8편의 ‘네이버스와 좀비(Neighbours vs. Zombies)’라는 컨셉의 영상은 3주 만에 40만 이상의 조회수를 만들어 내면서 향후 유튜브 스타와의 더 큰 협업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TV를 보지 않는 젊은 시청자를 ‘듀얼 유저’로 만들고자 하는 전략은 중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동의 가장 큰 방송사 중 하나인 MBC(Middle East Broadcasting Center)에서 제공하는 아랍 아이돌Arab Idol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전통 미디어 밖의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매번 쇼가 끝난 이후에 유튜브에 특별 에피소드를 올렸고, 여러 소셜 서비스 접점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현재까지 10억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TV와 온라인, ‘억지 결합’을 넘어서려면
국내 방송사의 경우 아직까지 유튜브 플랫폼을 디지털 홍보 채널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TV 방송 본편의 예고편이나 짧은 클립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동영상을 주로 시청하는 젊은 시청자층을 TV ‘듀얼 유저’로 만들기 위해서는 앞선 네 가지 사례처럼 TV와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을 보다 전략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촬영장 뒷이야기, NG 장면, 미공개 장면, 색다른 편집 장면 등 TV 본편에서 파생되는 콘텐츠를 플랫폼 성격에 맞게 유통만 해도 유튜브 이용자층에 한 걸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호주의 사례처럼 흔히 크리에이터라고 칭하는 개인 창작자와 협업해서 이미 형성되어 있는 팬fan 집단을 프로그램의 팬으로 유입해 볼 수도 있겠다. TV는 TV대로의 장점을 유지하고, 유튜브는 유튜브대로의 장점을 살려 주는 것이 억지로 결합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소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했지만, TV에서 온라인 비디오와의 다양한 결합을 시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시행착오를 통해 더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고, 또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온라인 비디오 역시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시행착오가 서로 다른 두 플랫폼에 대한 무관심 또는 무지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플랫폼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최선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