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xth Global Fact-Checking Summit 참관기] ‘Global Fact 6’를 가다

[The Sixth Global Fact-Checking Summit 참관기] ‘Global Fact 6’를 가다

MBC충북 신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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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일상이 팩트체크인데 뭐 그걸 하겠다고 남아공까지 가니?” 동료들의 어이없는 표정을 뒤로 한 채 꼬박 하루 걸려 도착한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 도시, 케이프타운의 6월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 있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Apartheid’는 1994년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가 이끈 흑인 정권의 탄생으로 철폐됐다고 하지만 흑인과 백인은 여전히 빈부의 격차로 인해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사는 듯 보였다. 남아공에 대한 호기심은 잠시 접어두고 우리는 이곳에서 또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낯선 팩트체크의 세상으로.

가짜뉴스와 싸우는 사람들
미국 플로리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IFCN(Poynter’s 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 주최로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케이프타운대학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 6Global Fact 6’는 전세계 팩트체크 기관(fact checking initiatives)의 팩트체커fact checkers에 의한 팩트체크fact check를 위한 콘퍼런스다. 전문 팩트체커부터 기술벤처, 연구자, 현직 언론인까지 이른바 가짜뉴스(fake news, mis/disinformation) 확산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모여 고민을 공유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인데, 갈수록 관심이 커져 올해는 55개국에서 250여 명이 참석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후원자로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필자를 포함한 11명이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참가 기회를 얻었다. 케이프타운이 여섯 번째 개최지로 결정된 것은 아프리카 대륙 팩트체커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지구적인 고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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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백신, 팩트체크
“가짜뉴스가 바이러스라면 팩트체크는 백신입니다.”
첫날 기조연설(Keynote speech)에서 콘퍼런스를 관통하는 일성이 나왔다. 아프리카 체크Africa Check의 설립자 피터 존스Peter Cunliffe-Jones는 근거 없는 거짓 정보들이 어떻게 아프리카 공동체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지, 2002년 나이지리아의 북부도시 카노에서 있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백신을 맞으면 불임에 걸릴 수 있다는 이슬람 사원에서 시작된 거짓 정보가 지역 신문에 보도되고 이것을 본 지역 정치인이 백신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출처를 추적해봤더니 파상풍 백신이 불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1994년 한 의학 논문을 잘못 해석한 것이 돌고 돌아 발생한 일었는데, 백신금지령 이후 소아마비가 급증해 희생이 컸다고 한다. 가짜뉴스가 정책이 되는 과정에서 언론도 정치인도 공범이었고, 피해자는 국민이었다. 거기는 아프리카고 우리는 다르다고 과연 확신할 수 있겠는가?

IT 기술과 재미로 강력해진 팩트체크 트렌드
가짜뉴스의 백신이 팩트체크라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대량 생산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처방해야 가짜뉴스가 넘치는 온라인 세상에서 정보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콘퍼런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Show&Tell 세션에서는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각국 팩트체크 기관의 열정이 돋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두는 팩트체크 자동화 기술이다. 아르헨티나 대표 팩트체크 기관 체케아도Chequeado가 선보인 체케아봇(Chequeabot)은 자연어 처리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이용해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의 발언을 실시간 텍스트로 변환해 팩트체크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발트 삼국 인터넷 포털업체인 DELFI는 온라인에서 2분 안에 가짜뉴스를 찾아내는 인공지능 기술, ‘Debunk.eu(rapid alert service)’를 소개했는데 러시아발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전략의 일환이었다. 팩트체크 자동화가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지만, 이 콘퍼런스를 태동시킨 미국 듀크대학교 리포터스 랩Duke Reporters’ Lab의 빌 아데어Bill Adair 교수는 정치인이 TV에서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 때 시청자들이 팩트체크된 결과를 실시간으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팩트체크의 미래를 전망한다.
자동화 기술이 팩트체크 속도를 앞당긴다면 재미는 팩트체크라는 백신이 잘 듣게 하는 처방전과 같다. 팩트체커들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창의적인 팩트체크 포맷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온라인 지면에서 벗어나 웹툰이나 영상 제작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발표자가 소개한 온라인 사이트 하나 소개한다. Lumen 5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텍스트를 비디오로 만드는 플랫폼인데 한글에서도 작동하니 시도해 보면 좋을 듯하다. 이탈리아의 공영방송 RAI는 팩트체크를 예능 프로그램화한 킬리만자로Kilimangiaro를 소개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우주의 은하계에서 산딸기맛이 난다는 사실을 천체물리학자를 출연시켜 풀어가는데, 우리 방송에서도 예능을 결합한 팩트체크 프로그램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팩트체크, 협업이 답이다
‘글로벌 팩트 6’에서 목격한 팩트체크의 흐름은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수행해온 전통적인 사실 확인과는 결이 달랐다. 오히려 전통 미디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음지에서 가짜뉴스와 외롭게 싸우는 활동가처럼 보였고, 자신들의 팩트체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전통 미디어와의 협업을 원하고 있었다. 한국은 어떤가? 정치인의 의도적인 작심 발언부터 출처 불명의 괴담까지, 소셜미디어에 기생하며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가짜뉴스가 차고도 넘치는 세상이다. 저널리즘의 한 장르로 부상하고 있는 팩트체크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 협업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팩트체크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