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에 결국 봄은 오지 않았다_KBS 정홍규 기자

KBS 정홍규 기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前 간사)

 

무뎌진 권력 비판과 인사 검증… 총리 구하려 해설까지 교체
KBS 보도로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지 불과 반 년 뒤인 지난해 1월 말, KBS는 메인 뉴스인 <뉴스9>를 통해 이완구 총리 후보자 ‘양도 소득세 논란… 날마다 바뀌는 해명’이라는 검증 리포트를 방송했다. 취재진은 후보자가 타워팰리스 취득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총리 후보자의 해명 또한 잘못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후보자 측은 당초 밝힌 매입 가격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계약서 원본 공개는 거부했다. 이 기사는 뉴스가 나간 뒤 포털에 메인 뉴스로 올라가며 논란이 커졌고, 다급해진 총리 후보자 측은 KBS 보도본부장에게 연락해 다음 날 계약서 원본을 공개하겠다며 인터넷에서 기사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KBS 보도본부장은 기사에 오류가 없었음에도 총리 후보자 측과 약속했다면서 취재기자와 협의조차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인터넷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두 달여 뒤 여러 의혹에 대한 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거짓 해명이 드러나면서 후보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졌다. 당시 KBS는 아침 뉴스인 <뉴스광장>용으로 ‘이 총리 결단해야’라는 제목의 ‘뉴스해설’을 방송 전날 녹화까지 마쳤지만, 결국 내보내지 못했다. 보도본부장은 ‘여론 재판이며 사퇴 요구가 빠르다’는 이유로 해설 제목 수정과 함께 ‘본인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라는 맺음말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뉴스해설’은 해당 해설위원이 사실상 수정을 거부하자 다른 해설위원으로 주자가 바뀌어 ‘국정혼란 우려된다’는 제목으로 용퇴 촉구에 대한 내용이 사라진 채 방송됐다.
KBS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완구 후보자는 낙마했다. KBS는 후임으로 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후보자에 대해서도 ‘구애’를 계속했다. 지난해 5월 중순 탐사보도팀은 ‘총리 후보자 기부 약속 지켰나’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발제했지만, 결국 전파를 타지 못하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나갈 수 있었다. 한때 기자상을 휩쓸며 성가를 올렸던 KBS의 공위공직자 인사 검증 보도의 칼날은 이렇게 무디어져 갔다.
<훈장> 아이템 불방… 뉴라이트의 공세에 백기 든 KBS 보도
지난해 초 KBS는 광복 70주년 특집 다큐 <뿌리 깊은 미래>를 둘러싸고 해묵은 이념 논쟁에 휩싸였다. KBS 공영노동조합이 성명을 내자, 이를 받아 이인호 KBS 이사장이 지적하고 나섰다. 이를 다시 보수언론이 받아쓰며 <뿌리 깊은 미래>를 좌편향 프로그램으로 낙인찍었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징계까지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런 논란 속에서 조대현 사장을 비롯한 사측은 제작 자율성 수호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4부작 예정이었던 해당 프로그램은 결국 2편만 나간 채 종영됐다.
지난 6월 <뉴스9>를 통해 일본 지방정부의 공식 기록을 바탕으로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타진 사실을 전한 리포트는 이승만 박사 기념 사업회를 위시한 뉴라이트 세력과 보수언론으로부터 융단 폭격을 맞았다. 단순히 망명을 요청한 날짜에 오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측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굴욕적인 반론보도를 내보냈다.
사측이 사실상 뉴라이트 세력에 백기 투항하면서 KBS 저널리즘과 제작 자율성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고, 그 처참한 몰골은 ‘시사기획 창’ <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 2부작 프로그램 불방을 통해 드러났다. 정부 수립 후 수여된 훈장 70만 건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국내 최초로 발굴한 해당 보도는 지난해 5월 방영 예정이었지만, 사측은 제작진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내용 수정을 요구하면서 지금까지도 방송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