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삶] Isn’t She Lovely?


Isn’t She Lovely?
우리 딸, 연우를 만나고 제가 달라졌어요


 


MBC 신지영 기자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휴일에도 엇갈린 근무로 인해 밥 한 끼 같이 먹기 힘들었던 저희 부부에게 파업은, ‘수입을 전부 앗아간 대신, 함께 얼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MBC 내에서 최소 5명 이상의 2세들이 이 기간에 생명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니, 본의 아니게 그분은 최고의 출산 장려 정책을 실시하신 꼴이 됐습니다.


새 생명의 잉태. 드라마에서 보면 다들 테스트기의 두 줄을 보며 기쁨의 눈물마저 흘리던데, 기쁨을 만끽하기에 저의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회사에 언제 어떻게 알리느냐.’ 그 사실을 알리면 현장에서 떠나게 될까봐 걱정이 됐거든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임신 사실을 눈치 채고 물어 오시는 선배들도 계셨는데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임신한 게 뻔히 보이는데 아니라고 했으니 얼마나 속으로 웃으셨을까요.


부장님께 말씀드린 건 임신 4개월이 넘어서였습니다.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싶었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어렵게 말을 꺼낸 것은 더 이상 숨기기엔 야근을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야근을 하고 난 다음날이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으로 하루 종일 집안을 떼굴떼굴 굴러다닐 정도였어요. 다행히 만삭이 되기 전까지는 현장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배려해 주셨고, 저는 일과 태교를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몸 좋고 잘 생긴 운동선수들을 보며 태교를 한 결과 건강하고 잘 생긴 딸(!)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태아를 생각하면 제 욕심을 버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임신 7개월에서 8개월로 접어들 때쯤이었을 겁니다. 회사 일로 큰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일이 있고 2주가 지난 뒤 정기 검진에 갔습니다. 태아가 2주 동안 전혀 크질 않은 겁니다. 몸무게도, 키도, 머리둘레도 이전 검진 때와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충격이었습니다. 결국 그 때 크지 못한 건 나올 때까지 따라잡지 못했고, 지금도 평균에 비해 체중이 적게 나가는 편이니, 엄마 욕심에 고생시킨 건 아닌지 미안해집니다.


요즘 2-30대들은 어머니 세대와는 많이 다릅니다. 어머니가 보여준 헌신과 희생을 보며 자랐지만, 자존감과 풍족한 교육을 보장받은 첫 세대이기도 합니다. ‘엄마란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라고 보고 자랐기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도, 또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할 수 없어서 고민하는 세대입니다.


저 역시 연우가 태어난 이후부터 줄곧 모성과 욕구 사이를 줄타기하는 심경입니다. 모든 직장 맘이 겪는 일이겠지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사회에서 인정받는 여성도 되고 싶은, 그렇지만 둘 다 이룬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옷만 갈아입어도 울고, 퇴근 후엔 엄마 품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밤에는 자다가도 엄마가 곁에 있는지 간간히 깨어나서 확인하는, 휴직 기간 중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볼 때면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일을 그만둘 순 없으니 미안함을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채 업무에 임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아기가 예쁘고 소중하다 해도 몸이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는 법! 휴직 중의 일입니다. 남편이 저 모르게 대휴를 쓰고는 저에겐 출근을 하는 척 나갔다 들어온 겁니다. 시엔 몰랐다가 두 달 뒤에야 알게 됐는데, 그 때 느꼈던 배신감이란! ‘아니, 난 이렇게 하루 종일 아기와 씨름하느라 힘든데 혼자 살겠다고 나갔단 말이야?’ 그런데 막상 출근을 하고, 하루 절반은 회사에, 퇴근 후엔 연우에게 전념하다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해지네요. 어느새 몰래 대휴를 써볼까 궁리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동안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빈 틈 한 번 보이지 않은 선배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선배들이 왜 야근 후에 집에 바로 가지 않고 숙직실에서 주무시고 가시는지, 그 마음을 이제야 헤아립니다. 선배들은 제게 아기는 엄마의 걱정과 달리 훨씬 잘 자랄 것이라고 말합니다. 역시 그렇겠죠?


그래도, 연우 덕분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늘 부정적이었던 시각도 제법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사람에 대한 마음도 많이 너그러워 졌습니다. 입에 붙어 다니던 험한 말도 많이 줄었습니다. 요즘은 후배들이 부쩍 귀여워(!) 보입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기쁨이 새록새록 가슴을 채웁니다. 무엇보다, 연우로 인해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연우와 함께 살아갈 앞날엔 또 얼마나 많은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비록 힘든 일도 많겠지만, 연우의 웃는 얼굴을 보고 나면 충전~!!”을 외치며 또다시 힘을 내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모든 엄마기자 여러분,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