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me if you can?_KBS 조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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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외탈세는 정말 잡아내기가 힘듭니다.”
지난 1월부터 출입을 시작하면서 국세청은 물론이고 조세 전문가들도 역외탈세 이야기만 나오면 한결같이 먼저 꺼내는 말은 정말 잡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만 200건의 역외탈세를 적발해 8천 2백억 원을 부과했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적발된 역외탈세는 해외에서 정보를 파악해낸 것보다는 국내 탈세조사를 진행하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적발된 사례가 많다고 했습니다. 또 탈세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몇 달은 기본이고 자료도 상당히 축적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국세청은 4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역외탈세를 지목했습니다.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ICIJ의 문을 거듭 두드렸건만…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한 서류상 회사 설립대행업체 두 곳의 하드디스크 내용이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관심은 한국인 정보도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설립대행업체 한 곳은(나중에 전재국 씨가 고객으로 밝혀졌던 업체입니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대표적인 역외서비스 제공자로 알려진 업체였습니다. 한국인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게다가 이들은 트러스트, 이른바 신탁회사로 서류상 회사를 통한 부동산투자는 물론 금융투자를 통한 자산운용까지 종합적으로 컨설팅 해주는 곳입니다.

서류상 회사 설립정보뿐만 아니라 자금의 흐름까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대목입니다. “거물급 정치인 몇 명이 포함돼 있다.” 같은, 직접 확인할 수 없기에 더 취재 욕심이 나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이미 한국의 언론인들이 참여해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ICIJ 측에 취재 의사를 밝혔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없었습니다. ICIJ는 기성언론 대신 뉴스타파를 파트너로 택했습니다. 얼마 후 뉴스타파의 선배들이, 하드디스크 속에서 찾아낸 한국인 관련 정보와 취재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예상대로 사회적인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국세청의 이상한 태도

발표 내용은 9시 뉴스 등을 통해 바로 보도해야 했기에 촉박한 시간 속에 공개된 인물들과 국세청을 상대로 취재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해외주재관 등을 통해 ICIJ 측에 여러 차례 자료 제공을 요청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던 국세청은, 이 정보가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름만 드러나 있는 이 자료만 가지고 조사에 들어갈 수는 없고 탈세를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다. 맞는 말이긴 합니다. 조세회피처에 서류상 회사를 세웠다는 것 자체가 위법행위는 아닙니다. 또 국세청이 실제 조사에 착수하려면 구체적인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나야 합니다.

하지만 속내는 계좌정보와 자금흐름 내역까지 있는 역외탈세정보를 그냥 앉아서 받아보기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아서 실망한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국세청의 역할은 무엇일지 궁금해졌습니다. ICIJ와 뉴스타파가 정부 당국에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이유도 애써 찾아내고 가려낸 정보에 대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라는 뻔한 답변이 예상됐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끝까지 추적 보도할 것”

다행인 점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사람들의 명단이 잇따라 공개되고 사회적인 관심도 높아지면서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이 협업체제를 가동하는 등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ICIJ와 뉴스타파는 전 세계 10만 개, 그리고 한국과 관련 있는 140개의 관련 정보를 일제히 공개했습니다. 시민과 모든 언론이 함께 이 조세회피처에 숨은 진실을 찾기 위해 협력하고 경쟁하고 또 당국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지켜보게 됐습니다.

여러 국가를 거치며 벌이는 자금 세탁은 기본일 정도로 역외탈세는 갈수록 치밀하고 지능적인 수법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치 “Catch me if you can.”을 외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꽁꽁 감추려 했던 것들이 하나둘 씩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또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보면서 그들에게 더 이상 숨을 곳은 없다는 경고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어쩌면 길어질지도 모르는 역외탈세와의 전쟁에서 모두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도록 저 역시 끝까지 추적하고 보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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