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청구, 국민이 ‘갑’인 걸 확인하는 제도”_춘천MBC 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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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용 기자는 정보공개청구 전도사다. 정보공개청구를 많이 할 때는 1년에 3,000개씩 했다고 한다. 출입처가 없어도,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재하는 데 지장이 없단다.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령’,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소 변경 의혹’ 기사 등 정보공개청구를 밑천으로 많은 특종기사를 썼다.

 

“1년에 3천 개 청구, 사장도 적극 밀어줘”

 

처음 정보공개청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2008년 미국 연수를 갔을 때 처음 배웠죠. ‘아, 이런 식으로도 취재하는구나.’ 배우고 돌아와서 사장한테 말했습니다. 건의하고 파워포인트 만들어서 발표도 했죠. 당시 사장이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명함도 파고, 해보라 하고 밀어줬습니다. 1년 넘게 그것만 했어요. 한 달에 기사는 한 건 정도만 썼습니다. 1년에 3,000개씩 정보공개청구를 하니까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나중에는 저를 다 알더라고요(웃음).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비공개하겠다면 곤란한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종합편성채널 관련 방송통신위원회 자료가 어떻게 공개가 됐느냐면 정보공개법 14조로 된 거예요. 부분 공개할 수 있을 때는 개인 정보를 제외하고서는 ‘공개할 수 있다’가 아니라 ‘공개해야 한다’는 거죠. 기관에서 모든 정보를 비공개하겠다고 나와도 어떤 정보든 맨 위에 한 줄은 받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결국 자기들이 불리한 거라도 개인정보만 가려서 공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공개했을 때 싸움이 시작되는 거죠.

 

어떤 기자들에게 필요한 취재기법일까요?
모든 기자에게 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초년생에게 꼭 필요하고, 연륜 있는 기자들도 다양한 영역에 쓸 수 있으니까 필요합니다. 기자 초년생들은 경찰서에 너무 ‘을’의 자세로 가버립니다. 별로예요. 아무것도 줄 정보가 없으니까 그러는 거죠. 그럴 때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해야 합니다. 정보공개청구로 받는 건 거래도 없는 거죠. 보도자료 ‘받아 쓸’ 생각 말고 ‘엎어 쓸’ 생각을 해야 기사가 됩니다.

 

정보공개청구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십니까?
정보공개청구는 기자가 국민을 대신해 국민이 ‘갑’인 걸 확인해주는 제도라는 걸 명심해야죠. 평소 섭외가 어려운 인사가 기자회견 할 때, 궁금했던 데이터 원본을 들고 질문할 수도 있죠. “기자회견 마칩니다.” 할 때 곤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겁니다. 시민들은 그런 걸 보고 싶어 합니다. 공무원들이 일 잘하는 것은 세금 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잘하는 건 관심도 없고요.

 

“답변 거부하면, 자료 청구했죠”

 

청구하는 아이템의 선정 기준이 뭔가요?
다른 기자가 쓴 기사를 보거나 공무원과 얘기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놓습니다. 하루에 열 개씩 하면 은근히 바빠요. 달력 애플리케이션 같은 거 써야 합니다(웃음). 현장에서 답변 안 한 자료를 청구하는 것도 좋아요. “현장에서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정보공개로 이런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러면 재미있잖아요.

 

정보공개청구를 잘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요?
법 조항을 언급하는 것이 노하우죠. 예를 들면 최근 ‘윤창중 성희롱 사건’ 취재를 해보고 싶다면 관련 법 조항을 찾아보는 거죠. ‘모든 공공기관은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기관이다.’라는 법이 있습니다.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르면 귀 기관은 의무기관이다. 따라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교육한 기록물을 공개하라.’ 그러면 열흘 뒤에 딱 나와요. 윤창중도 4월에 받은 걸로 나와 있습니다. 교육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난 거죠. 그런 게 얘기가 됩니다. 이 경우 성희롱 예방교육을 했더라도 기사, 안 해도 기사죠. 그런 걸 보는 눈이 생겨야 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취재에 활용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제 트위터 팔로워가 9만 명인데, 실제 얘기하는 사람은 100명이 안 된다고 봅니다. 기자들은 갑처럼 행동할 때가 많죠. 그래서 가끔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일반 국민한테 배우는 거죠. 트위터가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템 선정하기 전에 물어보는 거죠. 이런 거 취재할 계획인데 어떨 것 같으냐? 그런 거 안 궁금하다, 이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죠. 그럼 저는 국민 편에서 나침반의 N극을 자꾸 조정하는 거죠. 제가 기득권 쪽에 서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평범한 사람 이야기가 진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SNS로 대단한 특종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루에 아무리 사람을 많이 만나도 10명을 못 만나지만, 트위터에서는 그게 아니니까요.

 

정보공개청구로 취재하려는 기자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정중하지만 당당한 태도가 중요합니다. 회사 안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어떤 조직에 정보공개청구하면 높은 사람들은 보도국 간부들한테 얘기 한 번씩 할 때가 있어요. “그 기자는 뭐하는 사람이야. 매일 정보공개청구나 하고.” 그러면 간부도 저한테 한마디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저까지 말을 안 좋게 툭 내뱉으면 원수가 되는 거죠. 쏘지 말고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제 기사가 좀 아팠나 봐요.”라고 말하면 후배 기자한테 뭐라고 못하죠. 예전에 모 선배 부인이 공무원이었어요. 한 달 가까이 매일 밤 10시에 퇴근하더래요. 제가 정보공개청구한 것 때문에…(웃음). 선배는 아이를 자기가 돌보고 짜증도 나니까 한번은 화를 확 내더라고요. 그때 제가 말이라도 “선배, 제가 적게 하겠습니다.” 했죠.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최소한의 예의도 놓쳐버리면 좋은 기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