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IRE 총회를 참관하고_뉴스타파 최경영 기자

2007년 KBS 구성원으로, IRE(전미탐사보도협회)의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참여했던 애리조나주 피닉스 컨퍼런스 이후 8년만의 참관…. 개인적 감회는 남달랐지만, 따로 적지 않겠다. 가능한 내가 보고, 들은 것의 핵심만 전달하고자 한다.
2015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6월 3일부터 7일까지 4박 5일간 열린 IRE 컨퍼런스의 핵심 내용을 분류하면 다음 3가지로 정리된다.

1. 분야별 중견 기자들의 취재 노하우
2. 맵핑, 엑셀, GIS 등 각종 CAR(Computer-Assisted Reporting) 기법
3. 언론법,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포함한 외부 전문가들의 강연

4C
하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발표 내용들을 관통하는 몇 가지 화두들은 있었다. 필자는 이를 4C로 요약했다.

1. 강연이 아니라 대화다. (Be conversational)
2. 일반대중이 아니라 맞춤형 고객이다. (Be customized)
3. 살고 싶다면 디지털, 컴퓨터에 능하라. (Be computerized)
4. 외로운 늑대가 아니라 관계의 윤활유가 돼라. (Be cooperative)

부정할만한 말은 없다. 모두 시대에 타당한 진술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뭐지? 뭐가 빠졌지?

1C
그렇다. 정작 빠진 건 콘텐츠contents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별다른 콘텐츠도 없이 주로 도구적 이야기만 나열하다 보니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던 것이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도구적이고 기술적 내용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존 그 자체가 다급함을 암시한다. 그러나 무언가를 팔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그게 공급자 마음대로 팔릴까? 동대문 시장에서 “골라, 골라.” 소리친다고 물건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면 장사해서 누가 망하느냐는 말이다.
MBA 초급과정 같은 기자들의 컨퍼런스
ICT뿐만 아니라 전 산업을 통틀어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사를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마케팅 조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자신의 제품에 담아내려고 노력했지, 소비자에게 팔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아니, 애플의 ‘광팬’들은 최소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애플의 소비자들은 비싼 애플 제품을 사고도 남다른 애착과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30여 개국 천여 명의 기자들이 모인 IRE 컨퍼런스는 마치 경영학 대학원(MBA) 초급과정 같은 느낌이었다. 파는(sell) 기술에 집착하는 저널리스트들을 바라보는 저널리스트의 심정은 유쾌하지 않았다. 그러나 팔아야 생존한다는 강박적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건 오늘의 미국 저널리즘이나 무늬만 공영방송 중심인 우리의 그것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실이다. ‘생존’이 화두였고, 그 화두를 위한 잔기술들이 주요 현안이 됐다.

다시 던지는 질문… 기자의 열정은 어디에?
하지만 정말 그렇게만 한다고 잘 팔릴까? 설사 그래서 잘 팔린다 한들 그게 기자의 진실하고 순수한 열정이 제대로 담기지 않은, 대중에게만 어필하고픈 콘텐츠라면 우리는 과연 이 직업을 만족하며 영위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단지 시청률로 평가받는 장사꾼인가? 씁쓸함이 몰려오는 저녁거리에 문득 고개 들어 쳐다본 필라델피아의 석양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