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2012년은 방송기자에게 무엇을 남겼나?

  

이재강  

방송기자연합회장

    

OLYMPUS DIGITAL CAMERA또 한 해가 저물었다. 여느 해처럼 뿌듯함과 아쉬움이 함께 남았다. 뿌듯함의 근거는 올 한 해 방송기자연합회가 이룬 성과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방송기자 재교육 프로그램인 ‘저널리즘 아카데미’의 성공적 정착을 꼽을 수 있겠다. 올해 ‘저널리즘 아카데미’는 커리큘럼 기획단계부터 현장 기자의 필요와 요구에 최대한 맞추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인지 수습기자부터 중견기자까지, 국내과정부터 해외과정까지, 크게 호평을 받았다. 2012년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되어 2013년 프로그램을 더욱 알차게 해줄 것이다.

    

방송기자연합회의 전국화를 이룬 점도 2012년에 뜻 깊은 일이었다. KBS와 MBC의 지방사 소속 기자들이 모두 연합회에 들어왔고 광주방송과 청주방송 기자들도 가입했다. 이로써 방송기자연합회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방송기자를 대표하는 기구로 발돋움했다. 연합회는 조직의 위상에 걸맞게 더 큰 책임감으로 2013년을 출발하려고 한다.

    

이밖에도 저널리즘 특별위원회를 본격 가동해 첫 보고서를 낸 것, 예비 방송인들을 위한 ‘저널리즘 스쿨’과 ‘저널리즘 캠프’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점,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통해 귀감이 될 만한 기자와 보도를 발굴한 점 등 여러 면에서 만족할 만한 한 해였다고 자평한다. 각 방송사 기자협회장들과 2,500여 회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준 연합회 사무국 직원들에게도 똑같은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뿌듯함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올 한해 KBS, MBC, YTN에서 동료 기자들이 기나긴 제작거부와 파업을 벌였다. 공영방송 두 곳과 대표 보도전문채널이 이렇게 거의 동시에 행동에 나선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낙하산 사장에 대한 저항과 불공정 보도에 대한 항의였다. 기자들에게 편파 보도를 강요하는 것은 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라는 요구이다. 생각이 있고 기자윤리가 있는 기자라면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동료들이 줄줄이 해고당하고 징계당했다. MBC의 박성호 기자, 박성제 기자, 이용마 기자, 최승호 PD, 강지웅 PD, 정영하 위원장이 올해 해고자 대열에 들어갔다. 이들을 포함해 이명박 정권에서 방송인 14명이 쫓겨났고 400여 명이 크고 작은 징계를 당했다. 공정방송을 위해서 언론인이 밥줄을 걸어야 하고 수감을 각오해야 하는 처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기자들에게 이명박 정권은 낙하산을 투하해 방송을 장악하고 이에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가차 없이 잘라낸 무자비한 정권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는 해직 언론인을 어떻게 하는지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들을 그대로 놔둔 채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그런 구호를 믿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의심할 것이다. 바른 말 하는 언론인들을 배제한 100%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겠는가. 때문에 우리는 2013년 새 정부 출범에 앞서 해직 언론인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방송저널리즘의 퇴행 역시 2012년의 방송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친정부 친여 편파성 방송이야 이명박 정부 내내 계속되어온 것이었지만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극심한 불공정 시비가 벌어졌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시청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과거 방송사들은 선거 보도, 특히 대통령 선거 보도에서만큼은 답답하리만큼 중립과 균형을 지켰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최소한의 보도 원칙마저 흔들렸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외부의 학자들과 시민단체는 물론 일선 기자들도 대체로 그같은 문제제기에 공감했다.

    

언론인이 핍박받는 사회, 편향된 보도가 횡행하는 나라라면, 올 한해 방송기자연합회가 수행한 다양한 활동과 성과를 자랑하기도 민망해진다. 동료 방송인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빼앗긴 채 하루하루 보람을 잃어 가는데 연대의 정신으로 뭉친 방송기자연합회가 어찌 이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모두 빚진 자이다. 공정보도를 지키려다 쫓겨나고 징계당한 동료 언론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이 하루 속히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데 전국의 방송기자 모두가 힘이 되어 주기를 간곡히 염원한다.

    

2013년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자 한다. 만신창이로 찢긴 방송계에 새 살이 돋아나기를 희망한다. 아픔을 딛고 국민이 부여해 준 언론자유의 신성한 소명을 온전히 이행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