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언론 자유

 

‘5공식 시위 보도’ 등장

손관수(방송기자연합회장) ∷ 안녕하십니까? 지난 11월 14일 광화문 집회에서 충돌이 있었고, 당시 취재하던 기자들도 물대포로 공격을 당한 이후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언론 자유, 아무래도 최근 상황을 회고하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종철(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 그날 집회는 평화롭고, 상당히 축제 분위기였죠.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책임, 교과서 국정화, 국회에서 추진되는 노동법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고, 농민들의 경우는 쌀값 폭락에 대해 분노를 나타내면서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외친 것이죠.
오후 5시쯤 광화문 앞 우체국까지 갔더니 벌써 저쪽에서 물대포 쏘는 게 보이고…. 근데 차벽이라는 게 원래 위헌이잖아요. 68세인 백남기 농민, 그 노인이 밧줄을 잡고 있다는 이유로 물대포를 정조준해서 가슴 위 머리로 쏜 것은 직접적인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인데, 권력이 저지른 살인 행위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습니다. 오히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한테 소요죄까지 적용한다고 하는데, 문제의 본질이 완전히 뒤집힌 거죠.
박성제(MBC 해직기자) ∷ 예전에는 5공 시절에도 그랬지만, KBS, MBC 토론을 보면 ‘시위 문화, 이대로 좋은가’ 이런 제목으로 대담이 방영됐었어요. 그러다가 10여 년 이상 그런 게 없었는데 최근에 그런 게 다시 등장하더라고요. MBC 100분 토론 제목이 ‘시위 문화, 이대로 괜찮나?’ 이런 식의 제목이 나오고요. 시위대와 경찰의 대립 구도로 전환시켜서 뉴스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도 거기에 혀를 끌끌 차게 만드는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데, 시위 보도의 아주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최근에 부활한 5공식 보도입니다.

안주식(한국PD연합회장) ∷ 이번 시위는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마스크팩 쓰고 와서 “이것은 가면이 아닙니다. 얼굴 예뻐지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이런 재기발랄함이 있었죠. 가만 놔두면 당연히 평화적으로 될 사안들인데, 뉴스에서는 일부 과격한 행동에 초점을 맞춰서 반복적으로 보여줬죠.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복면 쓴 IS’라고 했다가 외신의 조롱까지 당하고…. 이건 형식과 내용으로 봐도 말이 안 되는 불균형이고, 과도한 것입니다.

 

“노동악법에 기자들 위기감 부족”

손관수 ∷ 사실 ‘쉬운 해고’를 하겠다는 노동개혁의 대상에는 언론도 포함되지 않습니까? 자각이 늦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김종철 ∷ 최근 집회 현장에 등장한 취재방해감시단은 의도는 좋죠. 그런데 박근혜 정권의 위헌적, 불법적, 폭력적인 행태에 대한 보도를 제대로 못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반성보다는 일회적 행사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있고요. 현업 언론인들이 박정희 유신독재나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때와 같은 상황이 왔다는 각성을 갖고 다시 민주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노동악법을 강행할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언론에도 대단히 위협적인데…. 이에 대한 위기감이 부족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박성제 ∷ MBC는 인사고과 제도를 바꿔 최하 등급인 R등급을 할당하고 있거든요. R을 세 번 받으면 교육대상이 되는데, 앞으로는 저성과자로 분류돼서 해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됩니다. 그렇다면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다거나 마음에 안 드는, 바른말 잘하는 기자, PD들이 해고 1순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인데, 이미 MBC가 그걸 겪고 있습니다.

안주식 ∷ KBS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는 자연, 환경, 지구,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정작 한국 사회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일선 PD들은 당연히 그런 걸 하고 싶죠. 그런데 KBS 스페셜 같은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 기획회의를 합니다. 모든 PD가 모여 현재의 한국 사회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아이템 하나를 결정하는 과정을 겪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기획회의가 없어졌어요. 어느 부장이 PD 한 명을 만나서 ‘이런 좋은 기획이 있는데 해보지 않을래? 재단에서 협찬도 받아줄게.’ 이렇게 바뀌었어요.

김종철 ∷ 역설적으로 JTBC를 얘기할 필요가 있겠어요. 거기서는 현 정권의 실체를 보여주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고, 드라마도 <송곳>처럼 노조 문제를 그렇게 본격적으로 다룬 곳도 거기밖에 없습니다. KBS, MBC를 보면 정치성이 있거나 권력 비판 시사프로그램은 전혀 없고,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런 거 있죠? 많이들 보더라고요. 좋은 프로그램 같은데 거기엔 정치의 ‘정’자도 없는 거거든요. 요새 MBC <복면가왕>은 시청률도 높고 한데 전부 시청자의 시선을 그런 데로 집중시키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판할 수 있는 의식을 없애는 거죠. 이게 어떻게 보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때보다 언론 상황은 더 심각해졌어요.

박성제 ∷ 단적인 예가 김재철 사장 아닙니까? 그전 사장들까지는, 물론 권력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언론인으로서 원칙을 조금씩은 지키려고 했던 사장들이었는데, 이분은 정말 후안무치했죠. 청와대만 바라보는 사람을 MBC 사장에 보냄으로써 노조를 파괴하고 여러 가지를 바꿔놨습니다. 이런 MBC에서 세워놓은 선례들이 KBS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방문진 이사하다가 KBS로 간 사람도 있잖습니까? 그 사람이 방문진에서 6년을 하던 노하우를 아마 KBS에서도 살려서 하지 않을까요?

 

“방송사 내에서는 진영 논리로 억압”

손관수 ∷ 걱정이군요. 공영방송의 이사회가 전면에 나서서 거의 경영진에 못지않은 개입을 하면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겠습니까?

안주식 ∷ 예전에는 이사회의 존재도 잘 몰랐죠. 갑자기 2008년에 정연주 사장을 이사회 의결로 해임하면서 이사회가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 이후 이사회에서 한 발언이 제작진에 직접 내려온 경우가 많아졌어요. 모 이사가 ‘뭐 이 프로그램이 다 있어.’ 하고 소리 지르면 당장 그 다음 날 아침 제작진 귀에 들어오고. 제작부장이 그걸로 인해서 벌벌 떠는 모습을 제작PD로서 보게 되면 인간적으로 미안해지고.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생긴 거죠. 실질적으로는 검열이라고 봅니다. 이사회가 검열을 해왔다는 것이 굉장히 큰 변화고요.

박성제 ∷ 예전에는 선배들이 부당한 지시를 내리면 그래도 부끄러워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녁에 술 한 잔 사주면서 “방송 못나가게 돼서 미안하다.”고 하면 후배들이 “선배, 그럴 수 있어요?”라고 화내고, 선배는 풀어주고. 이런 자리도 있었고요. 지금은 너무나 당당합니다. 또 거기에 항거하면 ‘좌빨’, ‘종북’, ‘좌파 언론인’, ‘좌파 기자’ 이렇게 몰아붙이거든요. 예전하고 달리 진영 논리를 개입시키고 있습니다.

안주식 ∷ JTBC 관련해서 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면, 손석희라는 인물도 중요하지만 JTBC는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전문가주의라는 걸 살렸다고 봅니다. 그것이 외형적으로 프로그램에 나타나는 거라고 보거든요. 손석희 씨가 민주 인사라서 JTBC가 균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KBS, MBC에는 전문가는 없고, 진영만 있어요. 이러니까 무너지는 거죠.

 

“비판 옥죄는 제3자의 명예훼손 고발”

손관수 ∷ 오늘(12월 16일) 발의 예정인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안에선 명예훼손에 대한 제3자 고발, 임의 삭제가 가능한데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안주식 ∷ 예전에 우리나라 영자 경제지에 근무했던 외국인 기자가 쓴 회고록을 보니 ‘한국의 언론 현실에서 가장 큰 문제는 명예훼손죄가 있어서 권력 비판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더라고요. 동의합니다. 제3자 신고는 굉장히 무서운 건데요.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어떤 프로그램이 문제 있다고 신고하는 분들 가운데는 간혹 실체도 없는 몇몇 집단들이 돌아가면서 제기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정치적인 함의가 있는 것이죠.

박성제 ∷ <PD수첩> PD들도 광우병 프로그램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죠. 기존 언론은 이미 장악했으니, 인터넷 세상을 손보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원래는 명예훼손을 당한 당사자가 인터넷 사이트의 관리 책임자, 다음이면 다음, 네이버면 네이버에 요청하면 절차에 따라 삭제해주게 돼 있어요. 포털 사이트들이 합의한 규정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3자가 할 수 있게 돼 있으니 문제가 생기겠죠.

김종철 ∷ 앞으로 디지털 통제법이 나온다면, 총선이나 2017년 대선 국면에서는 집권 세력에 불리한 것은 모조리 지울 수 있겠죠. 거기에 테러방지법까지 있으면 유사시에는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데. 현업 언론인들도 이런 법이 왜 심각하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자체 토론, 공부도 하고 대응해야 할 것 같아요.

손관수 ∷ 그렇다면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언론인들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까요?

김종철 ∷ 그런 문제를 안고 있는 개정안의 공표를 시민단체들이 막지 못했고, 언론이 한겨레나 몇 군데에서 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빼고는 거의 침묵을 했죠. 이거야말로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될 겁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민주화 지수가 날로 후퇴하더니 저런 데까지 가는구나 하겠죠. 현업에서 사회적 쟁점화하거나 보도에 앞장서야 되는데 언론인들은 위축돼있어 참 걱정입니다.

박성제 ∷ 한마디로 말해서 고개를 쳐들면 죽는다는 패배주의라든가, 프로그램에서 문제의식과 무관한 소재에 천착하게 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제일 무섭습니다.

 

“지속적인 연대로 언론 자유 지켜가야”

손관수 ∷ 국경없는 기자회나 프리덤 하우스에서 발표하는 언론 자유 지수는 계속 추락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종철 ∷ 총체적인 언론 자유 지수가 떨어진 것보다 자기 조직에서 자기가 실천하는 언론 자유는 과연 있는 것인지, 이런 걸 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기 조직 안에서 서로 단합하고 끊임없이 동지애도 다지고 해야 한다는 게 몇 십 년 동안 지켜본 제 생각입니다.

손관수 ∷ 그게 임무인데, 인터넷 공간이라는 게 사상의 자유공간인데 거기서 간헐적으로 표출되는 그런 것조차 못하게 막으려는 여러 가지 조치들이 최근에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종철 ∷ 후배들한테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절망하거나 좌절만 해서는 길이 안 보일 것이다, 끊임없이 토론하고 격려해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입니다.

안주식 ∷ 예전에 87년에도 PD협회하고 기자협회하고 모여서 언론사 노조를 세웠죠. 한국의 기자협회나 PD협회는 뿌리가 언론 자유에서 출발한 거니까 다른 나라의 언론인 단체하고는 성격도 다르고, 아직까지는 그런 정신은 보존되고 있다고 보거든요. 진영논리를 극복해가고 또 외연을 넓혀가는 운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손관수 ∷ 참여를 해서 한마디라도 더 하고 활동을 계속적으로 이어가는 게 있어야, 우리가 고민하는 게 후배들 대에서든지 언젠가는 이뤄지고 그 때를 위해 적립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세 분,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