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의 비밀: ‘LIDs’의 법칙_SBS 이한석 기자

 

특종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기자생활 만 10년째이지만, 따로 정해진 왕도나 노루목이 있는 건 아니더군요. 열심히 한다고 특종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점차 경험이 쌓여가고 있지만, 기자의 구력도 식견과 안목이 높고 넓어진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설사 특종이라고 취재했지만, 편집회의 반응이 시큰둥할 때도 적지 않습니다. 타사들이나 네티즌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새롭다고 다 특종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삿거리들은 많지만, 파장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이 기사가 사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특종은 주요 언론사들이 대서특필해 줄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고민고민하다 이제야 겨우 특종의 공통점이 보이더라는 겁니다. 물론 모든 기사들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사회의 문제점을 주로 바라봐야 하는 사회부 기자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이 정도의 요건이 갖춰져야 특종의 가치와 파장이 커지더라는 겁니다.

거짓말(Lie)
소구력 있는 기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고발성’입니다. 통상 시청자들이 분노할 수 있는 팩트를 찾는다면 의미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취재영역에서 찾는다면 공인 또는 취재 대상자의 거짓말에 주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초 검찰 특별수사팀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 할 무렵,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고故 성완종 전 회장과 친분이 없다며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성 전 회장 측 인사들의 구체적인 증언에도 이 전 총리는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거취를 결정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과 ‘1년간 217차례 통화했다’는 SBS 보도가 나온 뒤 결국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특종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1차 지점은 바로 거짓말을 입증할 수 있는 팩트를 발굴하는 것입니다.

제보자(Informer)
제보자의 도움을 받은 취재가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중요한 건 제보자는 큰 특종 기사의 단초가 된다는 겁니다. 기자는 제보자가 알고 있는 실체적 진실을 최대한 끌어내야 합니다. 방법은 결국 오랜 설득 작업과 진정성입니다.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무얼 해주겠다는 거래가 아니라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지속적으로 쌓아나가는 게 왕도입니다. 기자가 제보자와 거래를 한다면 그건 반드시 기사를 쓰겠다는 진정성 있는 약속입니다. 2011년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단일화 뒷거래 의혹 보도’는 그렇게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뒷거래(Deal)
사회적인 반향과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는 더욱 파장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검은 뒷거래’를 규명할 수 있다면 가장 훌륭한 취재입니다. 노골적인 현금은 물론 선물을 가장한 금품이 오갔다면 도덕적인 비난에서 그칠 문제가 아닙니다.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 ‘국새 사기사건’ 당시 쟁점은 4대 국새가 전통방식이 아닌 현대적인 방식으로 제작됐느냐 여부였습니다. 민홍규 당시 국새 제작단장은 전통 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하청을 받아 국새를 제작한 이창수 씨는 현대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폭로합니다. 그러나 검증이 쉽지 않은 탓에 국새 제작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일주일 넘게 팽팽하게 이어졌습니다.
국면이 전환된 결정적인 계기는 ‘금 도장’ 로비 후속 보도가 나오면서입니다. 민홍규 씨가 4대 국새 제작단장에 오르기 위해 당시 정부 관계자에게 금 도장을 만들어 선물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위 인사가 받았다는 금 도장 실물과 함께 여러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논란은 ‘금 도장 로비’ 보도를 기점으로 전 언론사의 논조가 한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복수(-s)
국새 제작단장 민홍규 씨에게 금 도장을 받은 사람들로는 당시 복수의 여당 국회의원들과 행정자치부 고위 공무원 여러 명이 지목됐습니다. ‘금 도장’ 뒷거래로 촉발된 ‘국새’ 보도는 그렇게 보름 넘게 전 언론사 주요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금품을 받은 인사들이 복수의 인물이라는 팩트는 기사가 ‘게이트’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됐습니다.
특종의 기술에 대해 열거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특종의 개수보다는 특종을 하겠다는 기자의 의지와 사회를 바라보는 진실어린 관점인 것 같습니다. 결과보다 특종을 위한 기자의 삶과 의미 있는 취재과정은 기자들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