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_SBS 김호선 기자

SBS 김호선 기자(정치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예정 활동 기간은 100일 정도로, 오는 9월쯤 최종 혁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파문이 전국을 강타해 혁신위가 주목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혁신위의 활동은 야권의 앞날을 점쳐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과연 혁신위는 어떤 혁신안을 내놓을 것인가. 또 계파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인적 쇄신 칼바람은 어디로 향할까
혁신위는 5월 15일, 문재인 대표가 혁신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구성됐다. 그런데 혁신기구 발표 전날인 5월 14일, 문재인 대표는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준비했다. ‘당 일각의 지도부 흔들기는 도를 넘었다.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거나 당을 흔드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최고위원들의 반대로 실제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대표가 비주류 측의 공격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혁신위원장 물망에 오르다 위원으로 참여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가. 조 교수는 혁신위에 참여하기 전 SNS에 4대 요구사항을 쓴 바 있다. ‘계파 불문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는 자의 공천 배제, 계파 불문 4선 이상 의원 다수 용퇴 또는 적지 출마, 현역 의원 교체율 40% 이상 실행, 전략공천 2,30% 남겨둔 상태에서 완전 국민경선 실시’가 내용이다.
이렇기 때문에 비주류에서는 혁신위에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혁신의 방향이 인적 쇄신에 맞춰져 있고 그 대상이 호남과 중진, 그리고 비노非盧에 집중될 것이라는 생각이 파다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공천을 받은 486 정치인들도 청산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혁신위가 내놓겠다는 공천제도 혁신의 핵심은 공천 기준이다. 일정 기준 밑으로는 어떤 경우 아예 공천 신청조차 못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비주류 내에서는 어차피 공천도 못 받을 상황이라면 새롭게 당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온다. 총선이 임박해 탈당하거나 신당을 만들 경우 공천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올 것이 뻔한 만큼 그 전에 명분을 만들어 탈당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당, 분당, 탈당파들의 고민은 과연 신당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 있다. ‘야권분열은 필패’라는 공식은 이번 재보선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특히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가 움직여야 명분과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데, 현 상황에서 그런 인물이 함께 당을 뛰쳐나갈지가 미지수다. 그런 후보가 함께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당을 운영할만한 돈 문제도 걸려 있다. 비주류는 친노親盧를 위시한 주류 측이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나갈 테면 나가보라’는 식의 공천 물갈이 드라이브의 시동을 걸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천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온다면 칼바람이 몰아치는 허허벌판이라도 탈당의 길을 선택할 이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야권 진로는 10월 재보선 결과에…
결국 야권의 향후 진로가 결정되는 시점은 10월 재보선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가 없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10월 재보선이 중요한 이유는 총선 전의 선거로 평가받는 마지막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들 가운데 재보선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판결이 나온 지역이 16곳에 이르고 호남 일부에서도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혁신위가 9월에는 공천 제도를 비롯한 혁신안 마련을 마무리 짓기 때문에 10월 재보선은 혁신위가 제시하는 공천 규칙의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문재인 대표 체제를 중심으로 현 지도부가 내년 총선까지 인적 쇄신을 단행한 공천을 하게 될 것이다. 총선까지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문 대표의 대선 가도가 열린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10월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문재인 대표가 계속 버텨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호남에서의 패배는 더욱 치명적일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대표직을 유지한다면 집단 반발과 탈당이 이어질 것이 뻔하고, 문재인 대표가 사퇴한다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될 공산이 크다. 새정치연합의 눈은 이미 10월 재보선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