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언론인 이야기] 선배, 다시 돌아와야합니다

“희웅아, 영상 잘 보았어…”라고 이용마 선배는 답장을 시작했습니다.

몇 날 전, “부끄러울 것 같아서 차마 보기가 거시기한데…”라고 문자를 보냈던 선배가 이제야 후배들의 영상 메시지를 본 모양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아 너무너무 반가웠다”, “파업 이후에 후배들에게 미안해서 자주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아온 것이 사실이거든”이라고 선배는 말했습니다. 선배는 “후배들은 회사 안에서의 부조리와 부딪혀야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냐. 나보다 훨씬 속상할 텐데 꿋꿋하게 잘들 버텨주고 있어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썼습니다. 땅을 내리치고 하늘에 올려 고함을 치고픈 황망함 가운데도 이용마 선배는 후배들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9월 초 복막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복막중피종이라고 하는 매우 희귀한 암입니다. 천천히 자라는 암이고 특별한 자각 증상도 없어 진단도 힘든 암입니다. 수술 자체도 힘들지만 수술을 해도 완치를 확신하기 어려운 암이라고 했습니다. 회사 안팎의 선후배들이 여기저기 병원을 수소문했습니다. 일단 지난 10월 초 국립암센터에서 수술 일정을 잡았지만 수술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경상도 어느 조용한 시골에서 요양 중입니다. 최대한 자연과 함께 하면서 자연 치유와 한방 치료 요법을 쓰겠다고 이 선배는 전해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 시점의 상황은 그렇습니다. 수술을 받은 뒤 항암치료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병이 엄중하기에 본인 외에는 누구도 결정할 수 없고 치료 방향을 권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선배의 암 선고 소식에 모두 가슴을 쓸었습니다. 지난 2012년 회사를 떠난 뒤 이제 해직 5년 차입니다. 공부에, 강의에, 이곳저곳 토론회에, 바쁘기만 했던 선배한테 어떻게 이런 병이 스며들 수 있었을까요? 이 선배와 가족에게 닥친 충격을 어찌 가늠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기원과 염원을 전하기 위해 MBC 기자협회는 성금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부문을 가리지 않고 회사의 여러 선후배 동료들이 참여해주셨고 퇴직 선배들 또한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힘내라 이용마!’ ‘이용마 파이팅!’ 등 익명으로 모금에 참여해주신 분들 또한 많았습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기자협회, 이웃에 있는 YTN기자협회·노조도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아진 성금을 지난달 중순 이 선배에게 전했습니다. 마음을 담아주신 분들께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용마 응원 동영상’을 준비했습니다
MBC 기자 후배들은 휴대전화로 10초 남짓의 응원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찍은 뒤 이를 모아 5분 정도의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파업 당시, 강의할 때, 인터뷰할 때 등의 이 선배의 사진 여러 장도 모아 함께 붙였습니다. 이 선배에 대한 후배들의 인상도 짧은 글로 넣었습니다. 이 선배는 후배들에게 똑똑하고 선량한 기자였습니다. ‘잘생겼다’ ‘눈웃음이 매력적이다’ ‘불의에 항거하는 기자’ ‘명쾌함과 빠른 판단을 가진 닮고 싶은 기자’라고 후배들은 말했습니다. “힘내세요!”, “굳건한 의지로 이겨 내세요”, “다시 함께 일할 날을 기대합니다”, “회복을 기도합니다”, “선배, 완쾌해서 소주 한 잔!”, “사랑합니다” 같은 말들이 이 선배를 그리는 후배들의 마음과 함께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후배들 말마따나 나도 병마와 싸워서 이겨낼 테니 후배들도 회사에서 독하고 질기게 잘 싸워 이겨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꼭 다시 MBC 보도국에서 만나자. 상암동의 거대 건물이 흉물스럽게 보일 때가 많아. 하지만 건물이라는 건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풍겨 나오는 기운이 달라지는 법이거든.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서 다듬으면 그 흉물스러움이 포근함으로 바뀔 거야. MBC가 다시 그렇게 바뀌어야지”
휴대전화 자판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써 보내온 선배의 답장이었습니다. 희망이 생겼습니다. ‘병을 이겨 내겠다’ ‘꼭 다시 회사에서 만나자’고 이 선배가 말했습니다. 선배의 강한 의지가 암을 떨쳐내고 일어서겠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잘 지내고, 잘 버텨주기를~”
선배의 메일은 그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이용마 선배에게 외칩니다. “선배 잘 지내시고 잘 버텨주십시오. 반드시 회복하셔서 함께 하셔야 합니다” 기도하고 염원합니다. 이를 훤히 드러내고 크게 웃는 이용마 선배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 웃음을 바라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용마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