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언론인 이야기] “MBC로 돌아가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겁니다. 반드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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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_ 2015년 2월 10일 장소_ 서울 양재동 쿠르베 청음실 인터뷰_ MBC 강나림 기자(시사제작2부)

 

박성제 기자는 2012년 MBC의 170일 파업에서 ‘선후배들과 함께 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당시 노동조합이나 기자회의 직책을 맡고 있지도 않았다. 19년을 MBC 기자로 살다가 ‘어쩌다 보니’ 해직기자가 되고, ‘그러다 보니’ 쿠르베라는 명품 스피커를 만드는 사장님이 됐다. 그간의 역경을 담은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라는 책도 냈다. 스피커 만드는 장인이자, 사업가, 저술가로 바쁘게 사는 그를 만났다. 

 

“선후배들에게 잘 버티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어요”

MBC 기자에서 쿠르베 스피커의 사장님이 되셨는데, 익숙해 보이면서도 낯설기도 하네요.
“나도 항상 왔다 갔다 해요. 평소에 여기서 일할 때는 바빠요. 특히 몸 쓰는 일을 하잖아요. 공방에서 나무 만지고, 조립하고, 품질 관리 하고, 설치까지 제가 다 해요. 일할 때는 잡생각이 안 들어요. 제가 스피커를 개발한 게 2013년 이맘때니까 2년 정도 스피커에 매달린 거네요. 일을 할 때면 MBC를 잊고 있다가 뉴스나 인터넷을 볼 때마다 ‘맞다. 나, MBC 기자였지’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MBC 이야기가 좋게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잖아요. 그럴 때마다 ‘맞다. 나, MBC 기자였지.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매일 갈등하는 거죠.”

기자를 하다가 전혀 다른 일을 하려니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처음에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내가 이 길로 가는 게 맞나. 사람들이 우습게 보지 않겠나’ 이런 생각도 하고. MBC 후배들에게 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내가 헤매는 모습을 보면 후배들도 가슴 아플 것 아니에요. 내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꼭 돈을 벌겠다기보다 꿋꿋하게 잘 버티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처음엔 좀 불안했죠. 잠도 잘 안 오고. 지금은 그런 기간은 지났어요.”

사업은 성공적인가요?
“궤도에 올랐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어쨌든 돌아가거든요. 어떤 사람은 저 보고 ‘너 떼돈 벌고 있다며?’ 하는데 절대 아니에요. 단지 빚을 내지 않고 적절히 돌아가요. 지방에서 스피커 주문 들어오면 포장해서 차에 싣고 부산도 가고 여수도 가고. 웬만하면 다 제가 직접 들고 가요. 그렇게 다니다 보면 어느새 번민에서 벗어나죠. 아무 생각이 없죠.(웃음)”
“그래도 기자 아빠가 더 좋대요”

제품을 팔려면 홍보도 해야 했을 텐데, 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겠네요.
“갈등이 많았어요. 제가 기자들을 불러 홍보할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렇다고 홍보회사를 사서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도 안 되고.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하느라 잠도 잘 안 오고. 그래서 전문가들도 많이 만나고, 직접 지하철 돌아다니며 전단지도 돌리고 그랬어요. 마케팅이나 홍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너무 잘 알게 됐죠.”

가족들은 그런 과정을 다 지켜본 거잖아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는 않았습니까?
“아내나 애들이나 쿨하게 받아들였어요. 나한테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아빠가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빠가 할 일이 없지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애들이 아침 8시에 학교 간다고 하면 나도 8시에 나와서 도서관도 가고, 극장도 가고. 사실 되게 눈치 보이거든요. 정직당하고 해고당해 본 사람들은 다 알 거예요. 그랬는데 요새는 아빠가 일도 하고 책도 내고 유명해졌다는 걸 알아요. 아빠가 만든 스피커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다, 이 정도로 이해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겠네요?
“애들이 좋아하죠. 그래도 기자 아빠가 더 좋다고 해요. TV에 나와서 그런가, 기자 아빠가 더 좋대요.”

 

“MBC를 일으킬 수 있는 순간, 반드시 옵니다.”

그런데 MBC 뉴스를 보면 어떠신가요? 익숙했던 기자들을 보기 힘들어졌고, 뉴스도 달라졌죠?
“뉴스에도 지금의 MBC 상황이 나타나요. 세월호 보도나, 국정원 기사나…. 어떻게 저런 보도들을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MBC의 뉴스, 시사보도 콘텐츠는 최악인 것 같아요. 뉴스 품질이 그래요. 제가 4년 동안 이달의 방송기자상 심사위원을 했는데, 뉴스가 망가지기 전이었을 때는 그래도 30%는 MBC가 상을 탔어요. 이제는 후보작도 안 올라올 때가 많고. 수상자 리스트에 서울MBC는 별로 없어요. 그런데도 뉴스 품질을 비판하면 파업 세력들이 야당과 결탁했다는 식의 진영 논리로 치환시켜 버리죠. 비판한다고 징계하고. MBC는 그런 조직이 아니었거든요. 과거에는 선배들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부당한 지시를 내리게 되면 부끄러워했어요.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이해해 달라, 회사를 위해 한번 참자고. 지금은 부끄러워하지 않죠. 오히려 당당하지. 내면의 권력욕 때문에 남을 깔아뭉갤 수 있는 사람들이 김재철 사장 치하에서 드러났죠. 어떤 사람들은 먹고살려고 그런 것 같고요. 그 중에는 저를 많이 인정해 주고 늘 북돋아 주던 분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요즘 상가喪家나 재판정에서 만나면 제 눈을 피해요. 난 당당한데. 떳떳하면 왜 피하겠어요. 그럴 때 아, 저 사람들이 죄책감이 있구나, 그런 걸 느끼죠.”

버티다 보면 예전의 MBC를 되찾을 때가 올까요?25-1
“버텨야죠. 할 수 있는 데까진 해야죠.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해요. 우리가 2012년에 3.1 운동을 했다가 졌다, 그래서 참여했던 사람들이나 지도자들이 옥살이하고 사형당하는 상황이다, 지금도 굉장히 암울한 상황이고 더 암울해지고 있다, 그러니 개인이 뭔가 하려다가 총 맞고 사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행동이나 저항은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따라서 조금은 치욕스럽더라도 버티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예전의 MBC를 찾을 수 있는 때가 어느 순간 또 와요.

그 때가 되면 돌아오실 거죠, 스피커 사업이 계속 잘 돼도?(웃음)
“사업하면서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MBC로 돌아간다는 말 하지 마라. 누가 네 스피커에 투자하겠냐. 설사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그런 말 하지 마라’ 그러면 저는 얘기하죠. 쿠르베를 세운 게 다시 MBC에 돌아가기 위해서다. 돌아갈 동안 버티려고. 뭔가를 해야 하니까. 때가 오면 저는 돌아갑니다. 그때까지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