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언론인 이야기] “희생 없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일시_ 2015년 10월 14일   장소_ YTN 노동조합 사무실   인터뷰_ YTN 김도원 기자(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

 

“3명은 복직, 3명은 해고.” 대법원 판결이 난 지도 어느덧 1년 가까이 됐다. 노종면 기자는 여전히 해직자 신분이다. 지난해 말, 국민TV 앵커를 그만둔 뒤 외부 활동은 모두 접었다. YTN 노동조합 노보 편집이 유일한 업무다.

 

“대법원 판결로 오히려 부채의식 덜었다”

항상 뭔가 활동을 하고 계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상에 변화가 꽤 있었을 것 같아요.
“편하진 않아요. ‘아무 생각 없이 반년 쉬어야지’ 했는데,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반년이 지났어요. 쉬진 못한 것 같은데, 심리적인 부담이 생각보다 크네요. 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나의 복직을 원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걸 보고 가슴 아팠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솔직한 생각이었어요. 막연히 처지가 궁하니까, 해고가 부당하니까 복직해야 한다, 이런 건 제 기준에선 복직을 원한다는 게 아니에요. 법적인 판단이 끝난 지금, 해고가 부당하다는 건 일방의 주장일 수 있고, 복직의 실질적 필요성, 정당성까지 끌어낼 순 없다고 봐요. 이 사람이 일을 해야 하는 당위, YTN에 복직해야 하는 당위가 있어야 해요. 그런 생각하는 사람은 당연히 많지 않을 거라 봐요. 시간이 워낙 많이 흘렀으니.”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6명이 같은 처지였는데, 3명만 복직된 후 느낌이 달라졌을 텐데요?
“당연히 다르죠. 근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졌어요. 제가 노조위원장 할 때 생긴 해직 사태라, 누가 뭐래도 제가 해직자들에게 갖는 부채의식이 당연히 있죠. 저는 3명이라도 복직했다는 데 방점을 찍습니다. 3명이 여전히 남아있는 게 아니라, 3명은 먼저 들어갔다….
또, 6명이 밖에 있을 땐 만나는 게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이벤트를 만들어야 만나는 거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유지가 안 됐죠. 근데 요새는 회사 나오면 만나잖아요. 전엔 따로 연락하고 ‘모입시다’ 해야 하는데, 연락 안 하고 와도 보게 되고, 전화 한 통 하면 볼 수 있고.”

그래도 선배도 사람인데 부럽다거나 억울하다거나 그런 생각 안 드세요?
“사람이니까 그런 생각이 안 들어야죠. 드는 게 당연하다는 것도 잘 이해가 안 되네요.”
“배석규 체제는 YTN에서 여전히 지속”

해직 7년째 날이었던 10월 6일, YTN 노조는 지금까지의 투쟁을 정리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묻어뒀던 기억이 다시금 살아났다. 노종면 기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큐 상영이 끝나고 발언 시간에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하셨어요.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인가요?
“두 방향인데, 먼저 ‘떡봉이(YTN에선 낙하산 사장 취임과 기자 징계에 앞장선 이들을 이렇게 부른다)’ 편에 대한 생각…. 자연스레 미움이 무뎌지는 측면이 있어요. 그러다가 근본적으로 사태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무뎌질까 봐 걱정을 하는 거고, 그런 사람들을 언젠가 단죄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고요.
우리 편에 대한 생각은, 처음엔 복직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당연히 해야 하는 거였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왜 복직을 해야 하지? 다른 회사는 해직되면 포기하는 사람이 대다수고, 극히 일부가 싸우다 이겨도 왕따 당하고 목숨을 끊는데, 우린 뭐가 다르지?’ 이런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돼요. 복직의 필요성이 있는가? 이 조직에, 동료들에게. 거기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심신이 미약해서 회사에 기여할 게 전혀 없다, 그러면 복직을 포기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엔 이런 생각 해 본 적이 없는데.”

마음이 약해지신 걸로 들리네요.
“합리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필요한 조직에 가야 대우받을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면 복직이 저에게도, 조직에도 도움이 안 돼요.”

그렇지만 만약에 YTN이 선배 없이도 성역 없는 공정 보도를 하는 회사가 됐다고 하더라도 선배가 복직할 필요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아유, 그렇게 되면 같이 일하고 싶은 제 욕구가 더 생기겠죠. 복직해도 되나 이런 차원이 아니라 복직하고 싶다, 저기 가서 일하고 싶다는 정당한 욕심.”

YTN 사장이 바뀌었잖아요. 비(非)언론인 출신이라 우려도 있었는데, 배석규 체제와는 좀 다른 면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선배가 보시기엔 어떤가요?
“구체적으로 접하지 못하고 평가하는 게 적절한 것 같진 않지만, 팩트라고 여겨지는 건, 사장이 특정 프로그램, 보도, 앵커에 대해 언급하고 실행으로 나아가게 하는…. 본인은 지시라고 생각 안 할지 몰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지시라고 생각하면 말하는 사람이 조심할 필요가 있죠. 그런 면에서 과거 사장들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배석규 때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고민을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2008년 이전의 수준으로 진일보했다고 할까요. 물론 이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예전의 YTN 사장들도 그런 지시를 했나요?
“있었죠. 지금과 다른 건, 그 당시엔 막았어요. 종사자들이 의견을 수렴해서 부당하다고 하면 수용이 됐는데 지금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어졌어요. 저강도의 발언도 지시로 받아들이고 부당함을 따지지 않고 실행하고, 그런 점에서 배석규 체제는 지속되고 있는 거고….”
“역사는 기자들이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것”

제가 공정방송추진위 일을 하다 보니, 우리 보도의 문제점을 느끼고 타사는 어떻게 했는지를 보면 똑같은 경우가 많아요. ‘왜 우리는 이렇게 썼냐?’고 따질 수가 없게 돼버린 거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극복해야 하는 상황인데, 자꾸 익숙해지니 문제예요. 특히나 최근에 언론인이 된 사람들 눈에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경계해야 하고요. 이미 잡힌 언론 환경이 굳어지는 경향, 이걸 트는 게 희생이나 고통 없이 저절로 되진 않을 겁니다.”

현장 기자들도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겠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나름 노력한다, 힘들다…. 그건 과거의 어떤 언론인도 그랬을 거예요. 자유당 시절에도 나름대로 노력하는 기자가 있었을 것이고, 유신 시대, 5공화국 때도 마찬가지죠. 지금은 독재정권 때보다는 덜한 시기 아닐까요?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선 노력한다’고 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역사는 지금을 언론의 침체기로 평가할 것이고, ‘그래도 현장 기자들은 나름대로 노력했다’라고 평가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언론계 집단이 전반적으로 움직여야죠. 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언론노조 등이 함께 움직여야 그나마 가능성이 생기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인가요?
“놀아야겠다고 생각한 시간이 다 지나갔고, 뭘 할지 생각이 드는 건 몇 가지 있는데 결정은 못 했어요. 미디어 운동,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 고민, YTN의 2008~2009년 싸움을 기록으로 정리하는 것, 이 3개를 놓고 생각 중입니다. 무슨 일을 해도 YTN 노조원으로서, 해직자로서 누가 봐도 인정해줄 만한 일을 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