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언론인 이야기] 해직 언론인, 그들은 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가?

해직언론인 이야기

 

 

39 최진봉

이명박 정부 5년과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대한민국 방송의 공정성은 철저히 망가졌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이 대통령은 자신의 특보 출신인 구본홍 씨를 YTN 사장으로 임명했고, 이를 반대하는 기자들을 해고했다. 곧이어 KBS 정연주 사장을 배임 혐의를 씌워 해임하고, 그 자리에 역시 자신의 특보 출신인 김인규 씨를 앉혔다. 그리고 2010년에는 자신과 가까운 김재철 씨를 MBC 사장에 임명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임명된 세 방송사 사장들은 모두 정권에 의해 투하된 낙하산 사장들로, 이들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려 노력하기보다는 임명권자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정권 편들기에 나섰다. 그리고 이에 반발하는 조직원들은 가차 없이 해고와 징계를 통해 처벌했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이 낙하산 사장들에 의해 감시와 견제의 대상인 정치권력을 홍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며 정치권력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처럼 방송의 공정성이 무너지자 지난 2012년 문화방송(MBC) 기자들이 훼손된 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곧이어 MBC 전체 구성원의 파업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편파적인 방송이 논란이 됐던 한국방송(KBS)도 파업에 돌입했고, 뒤이어 YTN이 파업에 동참했다. 사상 유례없는 방송계 대파업이 일어난 것이다. 공영방송인 MBC와 KBS는 각각 170일과 95일간 파업을 벌였다.

방송 저널리즘이 정치권력에 의해 파괴되면서 언론 노동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 대신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공정방송을 국민들의 품에 되돌려 달라며 투쟁에 나선 것이다. 방송사의 공동파업은 정권에 빼앗긴 공영방송을 되찾아 공정한 방송을 복원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노사갈등이나 임금투쟁 등이 주요 원인이었던 다른 일반 사업장의 파업과는 그 성격 자체가 다르다. 방송 3사의 공동 대파업은 낙하산 사장들에 의해 변질되고 찌그러진 방송 저널리즘을 바로잡기 위한 방송 노동자들의 양심선언이었고 투쟁이었으며,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정권의 통제에서 다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 올바른 방송 저널리즘을 회복하려는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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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사장들은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파업에 참가해 공정한 방송의 회복을 외쳤던 노조원들은 낙하산 사장들이 휘두른 해직과 중징계라는 칼날에 의해 방송현장에서 쫓겨나고 회사를 떠나야 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유능한 인력들이 방송현장에서 축출되고 공익적 프로그램들과 비판적 저널리즘은 방송현장에서 사라지고만 것이다. 아직까지도 파업에 참여했던 해직 언론인 12명이 방송제작 현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이들을 다시 방송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것만이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방송 저널리즘 파괴와 공영방송 말살이라는 잘못에 대해 속죄하는 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틀을 계승한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고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해직언론인 문제를 방송사 내부의 인사문제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해직 언론인 문제는 방송사 내부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공정방송을 파괴하려는 정권의 낙하산 사장에 저항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싸운 양심적인 언론인들이다. 해직 언론인 문제는 공영방송사에 정권 지향적인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낸 정권에 대한 문제제기였고 저항이었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제공자인 보수정권이 풀어야 하는 문제다. 더욱이 지금처럼 공영방송사 사장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정권의 결단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공영방송 파괴라는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해직과 징계를 당한 노조원들의 복직과 방송제작 현장 복귀가 당장 이루어져야 한다. 보복인사로 방송제작과 관련 없는 곳에 배치된 이들 역시 당장 제작 현장으로 복귀시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그동안 낙하산 사장들에 의해 망가진 방송의 공정성 회복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베테랑 인력을 방송제작과 취재 현장에 즉각 투입함으로써 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