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언론인 이야기] 해직기자, 강단에 서다

38-1 꼭지

38-2 이용마

서울대학교 강의실. 처음 듣는 외국 학자들의 이름이 이 선배의 입에서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점심으로 순두부를 먹을지, 자장면을 먹을지를 두고 티격태격했던 선배로부터 그런 ‘유식한’ 단어들을 들으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과 판틴의 이야기로 시작해, 자본주의 태동기의 국제 정치 상황을 설명하는 강의 솜씨가 절묘했다. 헐렁한 티셔츠 차림의 이용마 기자는 MBC를 떠난 지 2년여 만에 그렇게 완벽하게 교수님(?)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는 이번 학기에 서울대, 숭실대, 건국대 3곳을 돌며 정치학 개론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강의 준비하고, 강의하고, 시험 보고, 평가하고 나면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사정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이용마’라는 사람은 그냥 바쁜 대학교 시간강사 정도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사람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는 최근 ‘장진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해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을 돕는 모임이다. 지난 4월부터는 <국민라디오>에서 정치인들을 초대해, 정치 현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이용마의 한국 정치>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10월쯤 개봉을 앞둔 <쿼바디스>라는 영화에는 카메오로 출연한단다. 대형 교회 목사의 비리와 위선을 폭로하는 영화이다. 그는 망가진 언론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나 모임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참석하고, 발언도 빼놓지 않는다. 이론 강의를 본업으로 삼고 있지만, 38-3 이용마2그의 관심은 현역 기자 때처럼 여전히 현실 사회에 더 많이 비중이 실려 있는 것 같다.

‘인간 이용마’는 매우 솔직한 사람이다. 좀처럼 에둘러 말하지 않는, 직선적인 말투의 소유자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마는 법이 없다. 그래서 그의 말에 ‘쏘였던’ 사람은 그를 껄끄럽게 느끼기도 한다. 그는 기사도 그렇게 썼다. 좀처럼 봐주지 않았다. ‘기자 이용마’는 취재원들에게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으로 대하고 싶은 껄끄러운 기자였다. 노동조합 집행부 활동을 할 때 그의 직선적인 성격은 조합의 가장 큰 무기였다. 그가 쓴 글은 김재철 체제의 치부를 낱낱이 파헤쳤고, 임원들은 그와 마주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런 직선적인 화법은 대학 강단에서보다 기사를 쓸 때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이용마’는 이래저래 뜯어봐도 교수보다는 기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몇 달 전, 주간지 『시사인』에서 이 선배 부인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4만 7천 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읽었다. “남편이 해고됐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작은 참여로 해고 노동자를 도울 수 있어서 기쁩니다. 주위에 많이 알리려고요.”라는 형수의 글도 함께 실렸다.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 응축돼 있는 해고자 가족으로서의 고통이 절절히 느껴졌다. 담대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해고에 대해서는 담담할 수 있다. 하지만 해고로 고통 받는 가족을 지켜보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선배라고 왜 그런 고통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회사 밖에서 의연하게 언론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선배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사법부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 서 있는 회사 덕분에 언제 다시 선배와 MBC에서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날은 반드시 온다고 확신한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법원이 세 번이나 확인해 준 사실이다. 이 선배는 지금 그 날을 위해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 회사 안의 동료들도 때론 참아내고, 때론 부딪치면서 뉴스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다. 나도 그 날을 기다리며, 기꺼이 새로운 전산 시스템 구축 업무를 할 것이다. 새로운 전산 시스템은 MBC에 복귀한 이용마 기자와 우리 동료가 함께 만들어 갈 ‘공정방송 MBC’의 소중한 미래 자산이기 때문이다.

 

※ MBC 이용마 기자는 지난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김재철 사장 퇴진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2012년 3월 5일 해고됐습니다. 이 기자는 당시 노동조합 홍보국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1996년 입사한 이 기자는 경제부, 정치부, 사회부, <시사매거진2580> 등을 거쳤고, ‘삼성 이재용 불법 상속’에 관한 고발 보도 등 날카로운 권력 비판 기사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_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