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언론인 이야기] “시민의 입장에서 중요하면 어떤 주제든 못 할 게 없다”

지난 2012년 6월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 PD의 이름 앞에 이제는 해직 언론인이라는 수식보다 ‘뉴스타파’라는 타이틀이 더 익숙해졌다. MBC 파업으로 해직된 6명 가운데 가장 고참이지만, ‘언론인’으로서 가장 왕성하게 활약하며 국내 탐사보도를 선도하고 있다. _편집자 주

 

“MBC 상황, 노태우 정권 시절보다 어렵다”

해직된 지 3년이 지났는데, 어떻습니까? 요즘 다큐멘터리나 탐사보도물을 잘 보시는지,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안 보게 돼요. (해고) 초반에는 보는 게 괴로웠기 때문에. 특히 MBC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보기 힘들었어요. 요즘에는 꼭 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재 뉴스타파에 있는 입장에서도 안 봐도 부담스럽지 않은, 크게 안 봤다고 해서 탐사보도 하는 입장에서 ‘놓쳤네. 아쉽네. 다음에는 찾아서 봐야지.’ 이런 생각이 드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어요.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는 제가 생각했을 때 특히 MBC의 경우는 지나칠 정도로, 사회적 이슈에 대해 거의 발언하지 않는 다큐멘터리가 됐어요…. (잠시 침묵)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MBC에서 30년 재직하셨는데 현재의 MBC 상황을 과거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굳이 비교하자면, 아마 노태우 정부 시절 1990년에서 1992년 사이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87년에 노조가 만들어지고 난 뒤 88년에 우리가 첫 파업을 했고, 90년에 <PD수첩>이 만들어졌잖아요. 만들어지면서 긴장감이 굉장히 고조됐죠. ‘우리 농촌 이대로 둘 수 없다’는 프로그램 불방 건으로 노조 위원장·사무국장이 해고되면서 극렬하게 사측과 노조가 부딪히는 상황이 됐고…. 굉장히 암흑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그때는 결국 50일 파업을 통해 회복됐잖아요.
93년부터 시작된 김영삼 정부도 언론에 대해서 만만찮은 보수정부였지만, 방송에 대한 탄압의 정도로 봤을 때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다고 봅니다. 당시에도 방송의 중요한 결정권을 간부들이 갖고 있었고, 그들을 통해서 방송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정권에 있었을 겁니다. 92년 파업할 때는 평사원 중심의 노조였고, 두터운 간부층을 향해 싸우는 그런 성격이었는데, 상대적으로 간부층이라는 사람들은 독재정권하에서 자신들이 보였던 부분에 대해 마음에 약간 후회랄지 빚 같은 걸 갖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권력과 노동조합 사이에서 적당히 통제력을 갖고 있던 상태랄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현업 기자들과 PD들의 힘이 점점 강해졌죠. 제작자들의 힘이 강해지고 자율성이 강해지고, 젊은 제작자들이 추구했던 이슈들인 사회 기득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프로그램에 직접 표출되면서 특히 기득권 세력들은 굉장히 위기의식을 갖게 됐었던 것 같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면서 그러한 위기의식들이 방송 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겠다는 것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고요…. 지금은 극단적인 인물들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 하고 있잖아요. 과거에는 보수 쪽에서도 그래도 나름 신망도 있는 사람들이 와서 했지, 지금처럼 김광동, 차기환 이사 같은 극단적인 사람들이 방문진에 와서 이러진 않았거든요.”
“뉴스타파, 갈수록 넓고 깊어질 것”

MBC 해직 후 뉴스타파에서 2년 반 정도 일하셨거든요. 탐사보도를 이어오면서 콘텐츠 유통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이런 매체의 가능성과 한계를 어떻게 느끼시는지요?
“조세피난처라든지, 간첩조작이라든지, 국정원 대선 개입이라든지 최근의 친일파 후손에 대한 추적 작업이라든지 뉴스타파의 이런 굵은 탐사보도들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현 시대는 적어도 의미 있는 이슈들에서 새롭고 중요한 팩트를 발굴해 보도할 때, 비록 그것이 작은 언론의 보도라 하더라도 시민들에 의해 충분히 알려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뉴스타파가 목소리를 내면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시민이 언론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해 더욱 파장이 커지더군요.”

언론의 제작 자율성이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신장됐던 시기에 <PD수첩>을 하던 PD로서 지금의 뉴스타파와 비교한다면요?
“<PD수첩>에서 제가 주로 활동했을 때는 국장 책임제라든지, 단체협약사항에 편집권 독립 조항이 엄연히 살아있을 때였잖아요. 4대강이라든지 황우석이라든지 주제를 선택해서 취재할 때 상당히 자율성이 중시됐던 상황에서 일했던 것이죠. 그때가 사실 MBC의 채널 이미지, 신뢰도, 영향력이 최대치로 올라갔었죠. 2010년까지….
뉴스타파 같은 경우 편집 부분에서 상당한 자율성이 있고, 또 방송의 스타일도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일주일에 꼭 한 번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 분량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PD수첩> 같았으면 한 가지 주제로 일정 한도 이상 계속 반복해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죠. 제가 ‘검사와 스폰서’ 방송할 때 세 편을 했는데 그게 한계였습니다. 1년 내내 검찰에 대한 비리를 계속 추적하면서 보도한다는 건 아무래도 힘들겠죠? 제가 세 편 했을 그 당시에도 상당히 ‘아, 됐잖아. MBC가 완전히 검찰 잡을 일 있나?’ 그런 의견이 있었죠. 지금 뉴스타파가 국정원 이슈에 집중하듯 취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거로 봐요. 기계적인 중립을 위해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집어넣었겠죠. 국정원이 지나치게 항의하지 않도록.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죠.”

최근 뉴스타파의 성과를 보면 뉴스타파 같은 모델이 좀 더 탐사보도의 영역에 걸맞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겠군요? 탐사보도 저널리즘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기동력이랄까, 한 주제에 천착할 수 있는 자유로움, 그러면서도 전문성을 잃지 않아야 할 텐데요. 뉴스타파 시스템에는 뭔가 다른 게 있습니까?
“뉴스타파 모델이 굉장히 강력한 모델이긴 해요. 두 가지 측면인데, 하나는 99% 시민들의 성금을 통해서 제작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권력이랄지 금력의 외압이나 게이트키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이죠. 그래서 어떤 주제든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중요하다고 하면 못할 게 없는 거죠. 중요한 모든 이슈를 제한 없이 다룰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다른 어떤 매체도 따라오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여기가 전문성이 있다는 거죠. 사실 <PD수첩> 할 때 PD들이 2년 이상 안 하려고 하잖아요. 하기 힘드니까. 다 빠져서 다큐멘터리 하려고 하고 딴 프로그램 하려고 하지, 그렇게 <PD수첩> 오랫동안 하겠다고 자청하는 PD가 거의 없거든요. 새로운 PD가 배치되면 그 사람이 제대로 된 취재 능력과 방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는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할 만하면 가는 거야. 이런 현실이 반복된다고 봅니다. 기자들도 마찬가지죠. 출입처 나가서 기사 하나 주워가지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식의 보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실제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큰 문제를 깊게 탐사보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요.
뉴스타파는 사실 전체가 탐사보도라는 부분을 지향합니다. 2013년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친구들이 2년 반 돼 가는데, 이들이 10년, 20년 탐사보도를 지속해서 한다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여기서 파헤칠 수 있는 사안이 굉장히 넓어지고, 깊이도 계속 깊어질 것으로 생각해요. 가면 갈수록 장점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MBC 동료들, 지금은 어차피 안 된다는 생각 버려야”

경쟁자로서 옛 동료로서, 지상파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까?
“지금 상황이, 특히 MBC 같은 경우 PD들이 하고 싶은 것, 꼭 알려야 할 것을 하기 힘든 시기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그래도 좀 할 수 있는 게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노력을 함으로써 PD나 기자들이 여전히 공영방송 안에 있다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줘야 앞으로 회생할 가능성이 좀 있는 것이지, 권력이 자율적인 노력을 차단한다고 해서 순응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만 핑계를 대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야 얼마나 힘들겠어요. 밖에 있는 사람이 말하는 거야 쉽지. 그렇다고 강하게 저항해서 프로그램에서 당장 쫓겨나라는 뜻이 아니라, 그럴 가능성을 자꾸 넓혀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조금씩 상식과 논리에 호소하면서 결국은 위만 바라보는 간부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점을 설득해나가고 늘리면서요. 프로그램이 성공하고 시청자들의 호응이 좋으면 그런 면에서는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어차피 안 되니까 대충 시청률만 생각하지 뭐, 지금은 어차피 아무것도 안 돼.’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그럴 가능성을 넓혀나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 긴장감을 가지고 행간의 의미를 보며 ‘그래도 보니까 의미가 있던데’ 라는 시청자들의 평도 나오겠죠. 그렇게 또 견디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