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포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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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뉴스는 영화나 CF 못지않게 각종 기법을 동원해서 제작합니다. 화면구성, 촬영, 편집, 컴퓨터 그래픽도 최첨단을 달립니다. 앵커나 기자가 가상 입체 공간에서 진행하기도 하고 영화 같은 화면 연출도 가능해졌습니다. 실제보다 뽀얀화질을 얻을 수 있는 DSLR 카메라나 스테디캠Steadicam, 지미 집Jimmy Jib까지 뉴스제작에 활용합니다. CG(컴퓨터 그래픽)3D로 제작하는 것도 이젠 별 일아닙니다. 적어도 포장에 있어서는 영국의 BBC, 미국의 ABC, CBS, NBC도 따라오지 못합니다.

 

방송사가 늘어나면서 시청률 경쟁전쟁수준으로 비화됐습니다. ‘포장을 잘하고’, ‘그림 되는아이템을 우선시하는 경향은 전보다 더 심해졌습니다. 이렇다 보니 CCTV, 차량용 블랙박스 화면, 휴대폰 동영상, 인터넷 동영상을 뉴스 화면 상단에 ‘HD방송이라는 자막을 달기가 쑥스러울 정도로 자주 활용합니다.

 

그럼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우리 방송기자들의 일상을 살펴볼까요. 매일 제작에 얽매인 방송기자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들 여유가 없습니다. 그 시간에 그림을 어떻게 구성할 지부터 고민합니다. CG를 잘 만들기 위해 회사 그래픽실에 전화부터 겁니다. 생생한 영상이 있는데도 CG로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야 공들여 제작했다.”는 평가를 받습

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기자로서 내공을 쌓을 겨를도 없이 어느새 나이는 30, 40대를 넘어서고 데스크로서 다시 후배들에게 같은 방식을 주문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솔직히 저도 그랬습니다. 뉴스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포장은 필요하지만 요즘은 그 정도를 넘어선 느낌입니다. ‘그림 안 되고’, ‘재미없는아이템은 파급력이나 뉴스 가치와 관계없이 편집순서에서 뒤로 밀리거나, 단신 처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신경 쓰는 포장에 대해 일반 시청자도 그렇게 느낄까요뉴스를 보고 컴퓨터 그래픽이 좋았다.”, “편집이 좋았다.”, “제작기법이 특이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일반 시청자를 만나보신 적 있습니까? 심지어 뉴스 스튜디오를 대대적으로 바꿔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방송뉴스를 모니터 요원처럼 살피는 방송관계자(가족 포함)나 기업 홍보실, 출입처 직원들은 일반 시청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방송뉴스에 대한 피드백을 누구로부터 얻고 있습니까? 뉴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로 바뀌었어도 사람들이 방송 뉴스를 시청하는 이유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방송뉴스의 위상은 포장이 아니라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소식을 제대로 전해주는 지,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고, 권력 눈치 안 보고 할 말 하는 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포장만 그럴듯하고 내용이 부실한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기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