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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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현대 선임기자를 생각하면 몇 해 전 함께 콧바람 쐬러 만났던 휴일 아침이 떠오른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김 선배는 그보다 더 이른 새벽에 강화도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구제역 르포 기사를 썼는데 접근이 쉽지 않은 피해 농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기에 현장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산행하는 동안에는 후배 부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보고인지 설명인지를 하고 있었다. 특이해 보였다. 20년차 넘는 선배가 농업 기자를 자원한 것부터, 휴일 아침에 취재를 다녀온 것, 그리고 후배 밑에서 일하는 것까지. 그러나 즐거워 보였고, 조만간 나도 부러워할 거라고 예감했다.

 

이번 원고는 여행지인 부탄에서 보낸다고 했다.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부탄에서 행복 현장과 행복 정책을 전문가팀과 함께 살피고 있다는데, 여행 겸 취재?… 부탄만큼 김 선배가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살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잘 찾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취재하다가 혹은 관심 갖고 찾아보다 좋은 책들을 만났다고 해서 『내 인생을 바꾸는 대학』, 『진보의 힘』, 『협동조합 참 좋다』는 번역서를 줄줄이 내놓은 기자가 그리 흔할까? 결국 중요한 건 ‘평생 기자’에의 열정이 아닐까?

 

2

중견기자가 처한 현실을 실컷 걱정해 놓고서는 정작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중견기자가 뉴스에 많이 못 나오는 것을 한탄만 할 필요가 있을까? 근본을 따져 보면 현재 방송뉴스가 그렇게 경험과 숙련을 요구하는 고품질의 리포트를 요구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중견기자를 원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좌담회에서 KBS 엄경철 선배가 지적한 대로 ‘나와 있는 팩트들 갖고 현장에서 그림 찍어 포장이나 잘 하는 뉴스’라면 굳이 고참 기자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런 식의 리포트를 무엇 때문에 하고 싶겠습니까? 10년 이상 해 왔는데.”라는 지적은 그래서 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MBC 이우호 국장 말씀처럼 현재의 낡은 틀을 유지한 채 시니어 기자의 활용 방안 운운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게다가 네이버 유봉석 실장의 인터뷰에서 재차 확인된 방송뉴스의 위기를 감안하면, 중견기자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한가한 진단일 수 있다. 방송기자 전체의 위기라는 것을 못 보고 있거나 짐짓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3

방송의 달인으로 소개된 SBS 김종원 기자는 현장과의 사랑에 깊이 빠져 있었다. 6년차인 그의 입에서도 나이 들면 안에서 앉아 있는 역할로 남고 싶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저널리즘 아카데미 수습과정에서 만난 수습들의 사슴 같은 눈망울 48개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