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노트] 편집자 노트

연초부터 무겁고 중요한 주제로 특집을 꾸몄습니다. 원고들을 종합하면, 언론사의 자유는 제도적 보장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포기한 측면이 있고, 언론인의 자유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맞물려 있는 문제일 텐데, 그에 대한 걱정과 문제의식마저 얼어붙고 있는 건 아닌지 싶습니다.
박성호 본지 편집위원장(MBC 해직기자)

 

‘희망의 새해가 밝았다’고 쓰고 싶었다. ‘올해는 담배를 끊는다’고 다짐하고 싶었다. ‘술도 좀 줄일 것이다’고 마음먹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 접기로 했다. 어느 SNS에서 병신년을 병신년이라고 쓰지 못하게 했단다. 발음이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라는데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문제 아닌가? 이렇듯 주객이 전도된 해괴한 일들이 횡행하고 있는데 나만 살자고 희망이니 금연이니 절주 따위를 바랄쏘냐. 올해는 딱 이 정도의 염치만 가지고 살겠다.
이진성 편집위원(KBS)

 

원고를 청탁할 때면 언제나 마음이 무겁습니다. 빛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매번 어둠과 절망만이 가득한 것 같아서입니다. 해가 지났어도 여전히 해직된 동료기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언론을 둘러싼 환경들은 엄혹하기만 합니다. 터널이 길면 빛이 가까워 온다는데 과연 올해는 그럴 수 있을런지요. 그렇지만 언제나 펜과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뛰고 있는 동료들을 응원하고 또 기록하겠습니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그렇게 말입니다.
양두원 편집위원(SBS A&T)

 

새해 들어 출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출산이 가까워져서입니다. 앞으로 1년간 제 삶의 초점은 말이 안 통하는 새 ‘1진’을 돌보는 데 맞춰지겠지만 올해도 기자들은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쓸 겁니다. 그런데 그걸로 충분할까요? 4사의 젊은 기자들에게 보도국 분위기를 물었더니 하나 같이 ‘알아서 기고’ ‘침묵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언론 자유가 망가지기 전엔 어떤 모습이었는지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기자들이 제자리를 찾는 길에 『방송기자』가 중심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홍주예 편집위원(YTN)

 

“나는 꼭 살아남아야 했다. 희망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나는 이런 문장을 스크랩 했다. 존경하는 기자 선배가 번역한 책에 나오는 말이었다. 살아남는 것이 무엇인지, 희망이 무엇인지는 갈수록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싸움을 하건 간에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바뀔 것이다. 변화가 도적 같이 왔을 때에도 동료들과 함께였으면 좋겠다.
조현용 편집위원(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