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노트] ‘김영란’에 이어 ‘최순실’을 생각하며

편집자 노트

 

 

‘김영란’에 이어 ‘최순실’을 생각하며

찬반의 대상이었을 때와는 달랐습니다. 막상 준법과 위법의 국면으로 접어들자 혼선도 원성도 없었습니다. 이번 호에 익명으로 기고한 한 지방법원의 공보 판사조차 이른바 ‘김영란법’의 조항과 해설서를 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했지만, 기자들은 ‘헷갈리면 더치페이’라는 수칙으로 법이 안고 있는 모호성에 적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기자들 눈의 초점은 다행히 ‘밥과 술’의 액수에 머물지 않았고,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다시 살펴보자는 근본적인 화두로 옮겨갔습니다. YTN 이승윤 기자는 그동안 취재원과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에서 ‘불가원’만 강조됐다며 ‘불가근’에 주목하자고 제안했고, KBS 용태영 에디터는 ‘권력과의 친해짐’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기사가치가 높은 취재원과 친해지는 데 ‘밥과 술’이 강력한 매개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매개는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진실과 친해지는 데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밥과 술’은 취재원이 퍼뜨리고자 하는 뉴스에는 자주 수반돼 왔습니다. 기자들이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기보다 취재원의 꿍꿍이를 궁금해 할 때 ‘밥과 술’은 취재에 윤활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이 나서서 발견하고 캐내는 뉴스에서는 그런 도움이 별 필요 없던 것 같습니다. ‘계파 간 동상이몽’ ‘검찰총장의 고뇌’ 같은 기사는 밥과 술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최순실 태블릿 PC’ ‘미르·K 재단 통한 9백억 모금’ 같은 기사도 그럴까요?

지금 많은 방송기자들의 머릿속에서 식사비 영수증에 찍혀 나올 액수의 한도나 그것을 나눗셈한 값이 문제가 아닐 겁니다. ‘종편이 없었다면, 지상파 방송만 있었다면, 최순실 게이트 보도가 이렇게 밝혀졌을까?’라는 물음에 ‘아니오’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 시민들이 기다리고 찾아보는 뉴스에 방송기자연합회의 회원사를 좀처럼 찾기 어려운 현실이, 부끄러울 뿐일 겁니다. ‘밥과 술’ 앞에 되돌아본 취재윤리에 대한 고민에 더해 이제 ‘알고도 보도하지 않는’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는’ 방송 저널리즘의 심각한 윤리 상실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박성호 본지 편집위원장 (MBC 해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