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노트] 개인기보다 시스템

[편집자노트] 개인기보다 시스템
송형국 본지 편집위원장 (KBS)

우리는 오늘의 보도에 급급한 나머지 내일에 필요한 전문성을 미뤄둔 채 달려왔습니다. 문제는 매스미디어 시절부터 유지해온 낡은 업무 시스템입니다. 입사 기수에 따른 인사, 권력기관과 대기업 위주로 구성된 출입처 체제 등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관성에 빠져왔습니다. 공부하지 않고 취재만 열심히 하면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21세기가 요구하는 경쟁력과는 하루하루 멀어져왔습니다. 이제 기자가 공부하지 않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재교육은 여전히 뒷전입니다. 외부 환경이 어지러울 만큼 변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에서 시청자들은 깊이와 맥락을 원합니다. 그렇지 않은 기사는 더이상 가치가 없게 됐습니다. 각자가 전문가인 21세기 시민들은 더 이상 뉴스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 원인을 시급하게 따져야 합니다.

이같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더라도 현실의 문제에 밀려 매일 성실히만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는 세계 최악의 언론 신뢰도입니다. 믿음을 잃은 언론은 죽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메인뉴스 특종보다 전문성 부재의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대처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 아닌가 하는생각도 듭니다. 혹여 ‘그 정도 위기는 아니니 차분히 고민해보자’는 정도의 인식을 갖고 계신 분이있다면, 자신이 홍보 담당자 또는 언론을 필요로 하는 취재원 등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이들만 만나고 다니는 기자는 아닐지 의심해보시길 권합니다.

재교육을 포함한 전문성 문제가 자꾸만 후순위로 밀리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중 하나로 낡은 출입처 체계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힘 있는 기관 위주의 주요 출입처를 통해 정보를 입수해온 기자들은, 지금도 출입처에서 정보를 얻어다 보도하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떨치지 못합니다. 진정 시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는 기자라면 새롭게 공부하고 깨우쳐야 할 것 들이 산더미라는 걸 압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힘 센 자들의 꽁무니만 쫓아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이를 개인의 노력으로만 극복할 수 없습니다. 업무 시스템으로, 언론 환경으로 전문성을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신뢰받는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출입처와 속보 경쟁에서 유연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전문 취재팀이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 속에서 힘있는 자의 시각이 아닌 시민의 시점으로 맥락을 보도하는 팀 단위의 기자들이 시청자의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이 같은 취재 시스템의 변화를 앞서 꾀하는 언론사가 있다면, 추락하는 언론 신뢰도에 신선한 전환점을 찍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