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진단_묘수 없는 시청률 경쟁_ 편집위원회

앞서 소개된 4편의 글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텔레비전에서 멀어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 방송사들이 지금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그러나 그것들은 방송사가 뉴스에 투여하는 전체 에너지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녁 8시나 9시에 방영되는 메인 뉴스는 시청자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청자를 붙들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대체로 뉴스 편집진에게 ‘시청자’는 ‘시청률’로 상징된다. 사실 디지털 전략에서 말하는 도달률이나 조회수도 시청률과 의미가 다르지 않다.

MBC
MBC ‘뉴스데스크’의 야심작은 2015년 11월 9일 첫 선을 보인 ‘앵커의 눈’이라는 코너다. 이 코너의 전담 기자들이 따로 있으며, 평일 뉴스에 5~6분짜리 집중 취재물을 제작해 내보낸다. 초창기에는 매일 방송되다가 최근에는 1주일에 3번 정도로 줄었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심층 코너라는 점에서 전에 없던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선택된 아이템은 대부분 ‘연성’ 뉴스에 쏠려 있다. MBC의 한 기자는 “주 시청자층인 40~50대 주부들을 타겟으로 삼아 아이템을 선정하고 있고, 뉴스 중반부의 시청률을 견인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 방송된 ‘앵커의 눈’ 아이템의 소재를 살펴보면, ‘친환경차 구입’(2일), ‘가전제품 사용’(6일), ‘분양권 단타족’(7일), ‘다운계약’(8일), ‘틈새보험 인기’(27일), ‘실손보험’(28일) 등의 생활경제 뉴스가 다수를 차지했다. 그밖에는 ‘아이스크림’(10일), ‘배달 앱’(15일), ‘매운 음식’(20일) 등 먹거리에 관련됐거나 ‘벌레와의 전쟁’(13일) 등 화면으로 시선을 끌 수 있는 리포트들이 다뤄졌다. 7월이 되자 ‘야외공원 술판’(4일), ‘여행작가’(11일), ‘맥주 전쟁’(15일), ‘공포를 찾는 사람들’(20일) 등 계절적 특성을 반영한 뉴스가 많았다. 그밖에도 ‘창고형 매장’(18일), ‘통신사 경쟁’(22일), ‘출근복’(25일), ‘한정판 마케팅’(27일) 등이 다뤄졌다. 종합하면, 생활에 밀착한 뉴스들이 증가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정치뉴스나 사회적 이슈를 집중해서 파고드는 아이템은 심층 리포트로 채택되지 않았다.
시청자를 붙드는 손쉬운 방법으로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률을 의식하다 보면 사건사고 뉴스를 늘리기 마련인데, 뉴스 가치가 크지 않더라도 혹은 이미 여러 번 뉴스로 다뤘던 것이라도 CCTV나 블랙박스 영상이 존재하면 리포트로 쉽게 채택됐다. 그런 영상이 빠지지 않는 대표적 뉴스가 바로 보복운전과 교통사고 보험사기에 관한 것들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8월 14일까지 MBC ‘뉴스데스크’에서 CCTV나 블랙박스 영상을 사용해 보도된 보복운전 뉴스는 25건, 교통사고 보험사기 뉴스는 17건에 달했다.

SBS
SBS는 KBS2에서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대에 이동하는 시청자를 흡수하기 위해 소구력 있는 아이템을 배치하고 있다. 그 시간대에 ‘생생 리포트’나 ‘뉴스 인 뉴스’ 등의 타이틀을 붙인 고발성 리포트나 심층 뉴스를 배치하거나, ‘그림 되는’ 발생 뉴스를 배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청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없지 않다. 한 기자는 “데스크나 기자들이나 구매력 있는 시청자에게 소구하는 아이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를테면 자동차나 유통 관련 기사에 대해서는 요구도 많고 발제도 많다. 하지만 자궁암 등 부인성 질환에 대한 기사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즉 편집회의에 참석하는 부장들이 대부분 40대 이상의 남성이라, 여성 시청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화제성을 의식해 필요 이상으로 뉴스로 다루는 관행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의 성폭행 논란 아이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건이 발생한 6월 14일 이후 한 달 동안 박유천 관련한 리포트가 SBS는 11개로, KBS의 5개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았다. 한 기자는 “사회적으로 비중이 큰 공인도 아니고, 쌍방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렇게 리포트를 많이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SBS는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한 이후로 시청률을 대하는 방식에 변화를 예고했다. 한 편집부 기자는 “편집회의석상에 더 이상 시청률 표를 올려놓지 않기로 했다. 편집부가 시청률 분석을 하고 부장들도 열람할 수 있는 것은 변함없지만, 이제는 국장과 부장들이 편집회의에서 시청률을 놓고 논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KBS
독보적인 시청률로 앞서가는 KBS의 경우라고 해서 시청률에 초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각 부서 부장들은 아침마다 전날 방송된 프로그램 시청률을 시간대별, 지역별로 수치로 보여주는 5~6쪽 분량의 시청률 일보를 전달받는다. 국장이나 주간(부국장)들은 시청률이 크게 추락한 다음날에는 시청률 회복을 위한 아이템 선정에 골몰하는데, 대개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그림이 좋거나’ 이야기가 재미있는 아이템을 부장들에게 주문한다. 즉 부드러운 내용의 연성 뉴스를 주로 요구하는데, 이를 테면 국제부에는 해외 토픽성 기사를 요구한다. 뉴스 가치와 무관하고 맥락도 없지만 단지 ‘그림이 좋다’는 이유로 메인뉴스 리포트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30일 KBS ‘뉴스9’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 주인공인 배우 송중기씨가 출연한 경우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드라마의 중심인물이긴 하지만, 리포트 속에서 연예인을 인터뷰로 다루지 않고 스튜디오에 출연까지 시킨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었다. 그럴 경우 다른 중요한 뉴스가 누락되거나 단신으로 축소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이런 관행의 배경은 ‘높은 시청률에 대한 착시 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기자는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의 미디어와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는데, 아직도 피플 미터를 활용해 측정한 텔레비전 수상기의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