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부정청탁 금지법 이후 ⑧_정부부처_지방법원 B 공보판사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됐다. 지방법원 공보관인 만큼 청탁금지법은 시행 전부터 우려의 대상이었다. 더욱이 법 시행을 며칠 앞두고 청탁금지법상의 청탁방지담당관으로까지 지정되면서 걱정은 더 커졌다. 법조항이나 그 해설서를 살펴봤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전과 다른 풍경…기자들이 식사비 계산해
우선 공보관으로서 기자들과의 관계가 고민이 됐다. 공보관이기에 출입기자들과 식사라도 하게 되면 계산을 어떻게 할지가 큰 고민이었다. 관련 부서로부터 ‘원활한 직무수행 목적에 해당하여 3만 원 이내의 식사이면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과연 우리 법원에 대해 구체적인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와 식사해도 무방하다고 해석할 수 있을지, 그런 경우에도 전체 출입 기자를 초대할 경우는 괜찮은지, 아직 판단이 잘 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는 출입기자들이 (예전과 달리!) 먼저 몰래 계산을 하여 나를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판례 없는 상황…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행정청이 부과하는 일반적인 과태료와 달리 청탁금지법상의 과태료는 법원이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수많은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들이 과태료 부과를 위해 법원으로 몰려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법원의 과태료 처분에 대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해 법원에서 재판을 할 경우 당사자들이 관련된 사실 관계를 다툴 것이 명백한데, 이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시 식사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수, 먹었던 음식의 종류, 가격과 개수, 시켰던 술의 종류와 가격, 수량 등 당시 상황을 당사자가 모두 다툴 경우 이를 어떻게 심리할 것이며 증인을 몇 명이나 불러서 심리해야 할까? 설사 사실 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법리도 확립이 안 됐고 참고할 판례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법률을 적용하여 판단할 것인가?
참고로 국민권익위원회는 여러 사례에 관한 Q&A, 해석집, 직종별 매뉴얼 등을 배포하고 있으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앞으로 나올 법원의 판단과 권익위의 견해 사이에 서로 다른 부분이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활 전반에 크나큰 변화 예상
우려와 달리 아직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관계기관에 신고돼 우리 법원으로 넘어 온 사건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생활 전반에 법의 시행이 미친 영향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도 있었다. 여러 번 식사를 사 주신 법원장께 감사의 의미로 여러 판사들이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법원장을 초대한 이후 마침 청탁금지법이 시행되었고 ‘법원장은 평정권자로서 소속 법관에 대한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법원 내부의 ‘청탁금지법 Q&A’를 접한 판사들은 약속을 취소할 수도 없고 고민이 됐다. 결국 초대받은 법원장이 센스 있게(!) 먼저 계산을 해 문제의 소지를 없애긴 했지만 다소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