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부정청탁 금지법 이후 ⑦_기업체 홍보담당자_MBC 조현용 기자 (본지 편집위원)

김영란법 시행 뒤 한 달, 업계에서 이름난 기업체 홍보 담당 직원들에게 물었다. 15년 이상 1년 365일 중 350일 이상 기자들과 식사, 술자리를 가져온 이들에게 김영란법 시행은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을까.

“저녁 있는 삶 가능”, “소주만 마시려니 힘들어”
한 대형 보험사 홍보부장은 “김영란법 시행 직전부터 저녁 자리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가정을 돌볼 여유도 없이 거의 매일 밤 ‘술에 떡이 돼’ 귀가하며 가족들의 원망을 샀던 자신의 생활이 ‘저녁이 있는 삶’으로 바뀌면서 식구들 모두 좋아하고 자신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15년째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대기업의 홍보 담당 차장은 폭탄주를 마실 수 없게 된 점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주로 ‘소맥’을 마셔왔는데 맥주를 주문하면 3만 원 규정을 어기게 돼 소주만 마시게 됐다는 것이다. “술자리를 피할 수는 없으니 소주만 마시게 되면서 오히려 음주 강도는 더 세졌고, 그래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을 받았던 전날에는 술자리 막판에 비용 제한을 어기면서 맥주를 주문해 소맥을 ‘말았다’고 했다.

“고참과 신참의 몸값 차이 커져”
20여 년 경력의 한 자동차 회사 홍보 직원은 “법 시행 이후 점심 식사 약속은 약 20%, 저녁 자리는 절반으로 줄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신참들의 업무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홍보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해 온 고참들이야 그동안 기자들과 쌓아온 관계가 있지만, 신참들의 경우 기자들을 만나서 안면을 트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미 인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쌓아온 이름 난 고참 홍보맨들의 몸값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한다. 다만 신참들의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사내에서 홍보 직군의 입김이 약해지고, 예산이나 인력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한다.

“메이저와 마이너의 차이가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홍보 담당 간부는 “법 시행 이후에도 약속 자리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했다. 기업 관련 이슈가 이어지는데 기자들과 홍보맨들이 만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3·5·10 규정이 생기면서 약속 장소를 가리게 됐고, 골프 등 고가의 접대 자리는 없어졌다 해도 약속 자체가 줄지는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반면 건설 관련 중견기업의 한 홍보부장은 상반된 이야기를 전했다. “기자들이 약속 자체를 꺼리면서 몇몇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의 홍보맨들은 기자들과의 만남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주 3회 이상 기자들과 저녁 술자리를 가졌지만, 이제 저녁 약속은 아예 거의 없어졌고, 점심 약속을 잡자고 애원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