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부정청탁 금지법 이후⑨_청탁 금지법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_안재형 변호사 (SBS 정책팀)

청탁금지법의 가장 큰 특징은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또 대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금품 등을 수수 또는 약속하는 것을 제재한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에는 명백히 공무원에게 금품이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직무관련성이 없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여온 사례가 많았다. 그러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과연 법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 국민들이 많았다. 대가성은 입증이 어려울 뿐 대다수 국민은 향응, 금품, 이익 수취의 기회 등이 아무런 대가 없이 공무원에게 제공되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사법처분의 결과가 국민의 정서와 너무나 괴리가 컸다. 그간 직무관련성,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법원에서 웃으며 유유히 나가는 부패 공직자를 보아왔던 국민들은 청탁금지법이 연고주의, 온정주의를 틈탄 부패한 공직사회를 정화하고 정의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는 시점 전후에 사내 임직원을 위한 설명자료와 각종 질문과 가상의 사례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면서 필자는 청탁금지법의 법규정 형식에 대한 아쉬움이 없을 수 없었다. 첫 번째는 적용 범위와 관련된 부분이며, 두 번째는 금품수수 등 금지행위 규정의 규정 방식에 관한 것이다.

적용 대상은 공적 업무에 종사하는지에 따라 정해져야
청탁금지법은 법적용대상자를 규정함에 있어 우선 법 적용대상기관(공공기관)을 정의한 후 그 공공기관의 대표자, 임직원을 ‘공직자 등’으로 규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을 우선 규정한 후 그 소속 임직원등이 당연히 공적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고 공직자등으로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규율방식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소속되어 있지만 공적업무에는 종사하지 않는 자들까지 모두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상황이 되었다. 언론사의 경우 기자뿐만 아니라 경영, 기술지원 업무에 종사하는 자, 단시간 근로자까지 공직자 등에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단순 사무직을 담당하는 파견직원까지 법 적용 대상이 되고 말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파견근로자법에 따라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한 자를 공무수행 사인私人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청탁금지법 적용대상 기관 및 적용대상자 판단기준」 8쪽)
이들의 업무는 언론사에 소속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직무가 특별히 공적인 업무라고 할 수 없으며 일반 사기업의 동일한 업무 종사자와 구별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또한 단시간 근로자, 파견근로자 등은 오히려 보호의 대상이지 직무의 공정성이나 부패 방지의 대상인 직무수행자로서 규제의 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자들이다. 결국 청탁금지법의 목적인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것과는 무관한 자들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섭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SBS의 카메라 기자는 자회사(SBS A&T)에 소속되어 있어 같은 카메라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발생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최초 법안이 공직자를 공무원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공무원으로 인정된 자, 그리고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만을 대상으로 한정했던 것(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 제2조 제2호)이 국회 통과 과정에서 공적 업무에 종사하는 자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언론사 등을 공공기관에 포함시키고 그 공공기관의 대표자, 임직원을 공직자등에 포함하는 형태로 규율한 결과인데, 언론사는 언론사로서 공적 역할을 하는 한편, 일반기업으로서의 지위와 역할도 있다는 점에서 존립 그 자체로 공공성을 가진 정부기관, 공공기관과는 다르다는 점이 간과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금지 조항과 금품수수금지조항이 언론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거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합헌결정(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5헌마236 등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만일 기자가 아닌 언론사의 임직원, 단기근로자, 파견 직원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면 그 부분에 한해서는 위헌 가능성도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부정청탁금지법의 금품등 수수금지 행위는 한정적으로 열거되었어야 한다
부정청탁금지법상 금품등 수수금지 행위에 대한 규율 형태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인 네거티브 방식이다. 즉, ‘공직자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으면 안 된다. 예외적으로 사회 상규에 허용되는 경우 등에는 그러하지 않다’라는 형태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적용기준의 불명확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법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원칙적 금지행위가 법 시행 당시까지 일상적으로 행해져 온 것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외딴 섬에 취재를 가려 하는데, 어떤 어선이 무상으로 섬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고 하는데 어선을 이용하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나요?”
“다른 언론사의 창사기념일에 저희 회사가 가격이 10만 원 상당인 화환을 보내도 될까요?”
“중국 OO방송사에서 교류협력 차원에서 저희 회사 직원을 초대했는데 이번에는 교통비, 체류비를 모두 OO방송사에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초대에 응해도 될까요?”

필자도 청탁법위반인지 여부가 아리송한 의문들이다. 그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질문과 사례가 있었고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기는 쉽지 않다. 도대체 어떤 행위가 법 위반에 해당하고 어떤 행위가 법 위반이 아닌지에 대해 이렇게 혼란이 있는 법이 있었을까 싶다. 최근 선생님이 학생으로부터 카네이션이나 캔커피를 받는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된 것도 법규정의 불명확성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사기업은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과 달리 자신의 영리추구를 위해 경쟁자를 비롯하여 이해관계자들과 교류, 교섭, 거래를 하면서 영리를 추구하거나 존립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언론사 임직원도 콘텐츠/미디어 기업으로서 콘텐츠 생산, 유통 및 기타 사업을 위해 수반되는 다양한 비즈니스 행위를 하게 된다. 이러한 필요 상당한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영역에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청탁금지법의 금지행위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게 된 것이다. 어떤 행위가 위법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는 행위는 구체적인 법률규정을 모르더라도 이를 준수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지만,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행위가 어느 날 갑자기 위법한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사회상규에 해당하는 일상적인 행위까지 못하게 되는 위축 효과가 발생하거나 위법성 인식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법률의 부지不知는 용서받지 못 한다’는 법언法諺이 있다. 자신의 행위가 법에 위반되는 행위인지 몰랐다는 변명만으로 죄를 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피서지에서 호기심으로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의 신체 부위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행위자가 그러한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구체적인 법률 규정이 어떠한지 모르더라도 행위자는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14조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어떤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생각한 것을 법률의 착오라고 하는데, 이러한 착오에 대해 형법 제16조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법률의 착오를 인정한 사례가 많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최종적인 법 해석 기관인 법원의 판단 기준이 상당히 제시될 때까지는 수범자의 위법성 인식이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률의 착오를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궁극적으로는 청탁금지법의 금지행위 규정 형식을 한정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는 것이 법적용대상자로 하여금 위법성 인식을 높이고 법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