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살려야 한다 ③_박근혜 4년, YTN의 독립은 어디로?_이영주 교수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대, YTN 시청자위원)

권력 앞의 YTN
1995년에 첫 방송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YTN의 방송 연령은 만 22세다. 22년 동안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5개의 정부가 YTN에 여러 형태의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했다. 걸음마를 떼고 말을 하기 시작한 때에 김영삼, 김대중 두 정부가 있었고, 10대 청소년기를 노무현, 이명박 정부와 함께 보냈다. 그리고 성년기에 접어들어 박근혜 정부를 만났다. 24시간 보도전문채널에 대해 정부나 정치집단을 포함한 여러 사회집단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러저러한 요구들도 많았다. 뭐니 뭐니 해도 정치적 권력을 쥐고 있는 정부와 여당, 경제적 권력을 두텁게 형성하고 있는 대기업 자본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니 YTN의 보도 공정성과 정치·경제적 독립성이 항상 중요한 문제였다.

표면적인 지표들을 보면 KBS나 MBC와 같은 지상파방송에 비해 YTN 보도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게 높거나 방송계의 뜨거운 논쟁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YTN이 길게는 지난 10년, 짧게는 지난 4년 동안 걸어온 길은 YTN의 내부 발전 역량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정부,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시민의 편에 서서 감시와 비판의 ‘정론직방’正論直放을 시도하며 많은 인기를 모았던 뉴스 프로그램이나 ‘돌발영상’과 같은 새로운 실험들로 YTN의 존재를 제대로 알렸던 때의 이야기는 먼 옛날 일이 되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기자 해직, 노조 지도부 구속과 PD 대기 발령, 문화부 실세의 협박, 국무총리실의 YTN 내부 사찰, 권력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폐지, 정권 비판적인 인사들의 인터뷰 방송 불가 조치, 사장이나 보도국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기자들에 대한 지방 발령, 노조 우호적인 인사들의 승진 차단 등 심각한 사건들이 뒤따랐다. 또 주요 요직에 정권 친화적인 사람이나 상층 간부들과 사사로운 인연들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졌다.

시청률은 하락하고 경영도 실패를 거듭했다. 요직을 차지한 사람들이 보도를 개인적 목적에 이용하거나 충성해야 할 권력집단을 위해 활용해 온 사건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권력기관들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시도했던 보도물의 불방, 기레기라는 집단 공격 대상 중 앞줄의 한자리를 차지했던 정부 비호 방송 ‘윤택남’ YTN의 신뢰 회복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새어 나왔던 “YTN에도 최순실 사람 있어?” 하는 농담조 질문들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지난 10년간 YTN 발發 사건 목록들을 보고 있으면 20대 성인의 길에 들어선 보도전문채널의 정치·경제적 독립과 보도의 공정성, 사내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 YTN 내부의 합의된 노력이 부재할 경우 방송계의 주변부에 머물며 ‘그렇고 그런’ 뉴스 채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TN의 상층 간부들은 YTN이 가꾸어가야 할 가치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게다가 스스로 YTN의 값어치를 떨어트리고 미래를 위한 기반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충성하고 보호해야 할 권력 집단이 명확히 존재하고, 이들로부터 자신의 자리와 언론 권력을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독립이니 공정이니 사내 민주주의니 하는 말들은 그저 공허한 기표에 불과하다.

YTN의 ‘문제아’들은 그나마 YTN이 지지와 기대를 받을 수 있었던 ‘공정방송을 위한 YTN노사협약’(2009년 6월)도 철저하게 부정해 왔다.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하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자, PD 등 노동자들이 보다 공정한 보도를 위해 사측과 함께 의논하고 토론할 수 있는 편집회의, 확대간부회의, 편성회의 등에 참석할 것을 서로 약속하고 체결했던 협약마저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보도국 기자들을 존중하고 이들을 보호해야 할 보도국장은 오히려 이들을 거부하고 차단했다.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산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가장 잘 안다. 재료의 불충분함이나 저질성, 생산 과정에서의 오류나 실책 혹은 의도적 조작이나 불량품 생산, 외부로부터 오는 불합리한 압력 등 여러 차원의 문제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생산자이다. 뉴스 또한 다르지 않다. 취재가 불충분하거나 불순한 의도 속에서 이루어졌는지, 자신에게 가해진 압력이 있었는지, 기사 작성에서 감추거나 포장하거나 왜곡시킨 부분이 있는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보도를 하고 있는지 등 자신의 언론 행위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기자와 PD들이다.

그래서 경영진과 상층 간부들은 뉴스 생산자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며 최종적인 의사결정자로서 이들의 능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YTN은 정치·경제적 권력의 주문을 받아 뉴스를 생산해서도 안 되고, 이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채널을 운영해서도 안 된다. 권력의 선택을 받은 소수의 ‘주문형 뉴스 통제자’들이 방송사를 장악하고 전횡을 일삼아서도 안 된다. 이들의 권력은 정권이 바뀌면 한순간에 떨어지고 마는 ‘붉은 꽃’에 불과하다. YTN이 지금 해야 할 일은 YTN의 독립성과 자율성, 뉴스의 진실성과 공정성, 사내 민주주의라는 명확한 성장 전략이자 미래를 위한 튼튼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KBS와 MBC가 10년 동안 정치 경제적 권력의 품안에서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면, YTN이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그리고 이 길은 결코 복잡하거나 어려운 계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