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살려야 한다 ②_MBC를 살려야 한다_최강욱 변호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분통터지는 나날
매번 궁색하다. “어떻게 그렇게 망가질 수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마봉춘은 이제 영영 엠빙신으로 전락했을 뿐, 회복될 기미가 없다는 말에도 뭐라 항변할 수가 없다. 참담했다.
참으로 많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고, 참으로 많은 이들의 한숨이 있었다. 참으로 많은 이들의 눈물이 있었고, 참으로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래도 저 뻔뻔한 권력을 뒷배로 한 철면피들은 아무런 반성이 없다. 공영방송은 계속 표류하고 방문진법 개정안은 미뤄지고 있으며, 탄핵정국을 맞아서는 각종 알박기까지 횡행하고 있으니 정말 면목 없고 분통 터지는 일의 연속이다.

방문진의 명성과 흑역사
방문진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일은 소위 ‘큰집 조인트’ 발언이었다. 나조차, MBC 구성원들조차 그 존재에 대한 인식이 희미했던 방문진이 일반시민들에게 그 존재감을 아낌없이 드러낸 계기가 된 사건이자, 권력과 공영방송의 관계를 유감 없이 보여 준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관심에서 철저히 멀어져만 가는 뉴스는 차치하고라도, 그간 MBC 경영진이 저지른 숱한 문제들은 소위 법정 관리·감독기구라는 방문진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긴, 국회의 부름도 국가기관인 세월호 특조위의 부름도 철저히 외면하는 상황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어떤 궤변을 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속기록은 남겨두지 않고, 회의록엔 이름을 쓰지 않는다. 원칙과 논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이익과 숫자만이 필요한 것이다.

되살리기 싫은 기억
권력자와의 친분으로 사장에 오르고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면 자신을 “한강에 매달아 버려라”고 외쳤던 어떤 이는 한강에 빠지는 것보다 법인카드를 사랑하는 베드로의 길을 택했다. 경호원 없이는 외부에 나가지 못하는 갖은 악행 끝에 결국 해임을 당하고 나서도 추가 꼼수를 통해 퇴직금 3억원을 챙겼다. 아니, 그걸로도 모자라 ‘특별퇴직위로금’을 더 달라며 소송까지 했다. 그가 심어둔 이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여전히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그의 뜻을 계승한다. 그러니 그에게 그 돈은 너무도 아깝고 억울한 것이다.
돈을 향한 욕망은 그토록 간절한 것이었다. ‘표절’을 이유로 불신임된 이사장은 나가는 그 날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 수백만원 어치를 구입하여 챙기는 알뜰함을 보였고, 저 유명한 공산주의자 감별사 출신 감사로부터 전액 환수와 형사고발이라는 처분 결과를 통보 받고도 단돈 1원을 토해낸 적이 없다. 바로 그 감사가 다음 이사장이 되었는데도 이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단다. 본인이 대충 소명했으니 그냥 그렇게 끝내자며…

난장판
자, 이렇게 권력의 욕망은 공영방송에 노골적으로 투사되었다. 본능에 충실한 그들은 여전히 힘을 숭상하고 권력에 굴종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여길 뿐이다. 공영방송의 이사회는 난장판이 되고 억지와 궤변만이 회의를 휘젓는다.
방문진 이사를 맡은 지난 2012년 이후, 참 희한한 이야기를 많이도 들었다. 언론의 사명이 권력자에 대한 비판과 감시에 있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천명하는 보도본부장까지 만났으니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 그러니 그 충정에 너무도 공감하는 이들은 절대 그 장면을 공개하지 않는다. 6:3은, 3분의 2를 점하는 숫자라는 것은, 그렇게 이성과 상식을 차단하는 매우 효율적인 무기가 된다.

새로운 희망은
그렇다면 문제는 뚜렷해졌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저들도 안다. 과거 방문진 소위 석상에서 KBS 길환영 사장의 해임과 조대현 사장 선임 후 이길영 이사장이 사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유를 묻자 “오더를 따르지 않은 탓이겠지요”라고 답하는 사무처장에게 이사 중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또 있다. 전문가들을 모시고 경영지표 개선 연구를 위촉하는 자리에서, 이사회 때마다 가장 극렬하게 회의를 퇴행시킨 당사자는 “공영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천연덕스럽게.
그러고도 앞 뒤 가릴 것 없이 알박기에 나선 것이다. 물론 그대로 두어선 안 된다. 하지만 원칙은 분명하다. 맹목적으로 굴종하며 영혼을 팔고, 부당한 지시라도 철저히 수행하는 탐욕적 성실성이 공영방송을 구성하는 조직인의 덕목으로 자리하게 할 수는 없다.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잠시의 아쉬움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뻔뻔함을 지닌 이들이 더 이상 공영방송을 농단해서는 안 된다. ‘시용기자’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이들조차 언론인으로서 자괴감을 느끼는 방송은 분명히 고치고 되살려야 한다. MBC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구성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