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위축③_‘시사’가 버거운 ‘시사매거진’ 2580_MBC 이호찬 기자

<시사매거진 2580>(이하 ‘2580’), 오는 8월이면 1천 회를 넘어서는 MBC의 대표적 시사보도 프로그램이다. ‘따스한 그리고 깊숙한 눈으로 세상을 보다’, <2580>의 슬로건이다. <2580>의 프로그램 소개는 이렇게 이어진다.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에 대한 고발, 시사 현안에 대한 탐사보도,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인간의 체취가 묻어 있는 시사프로그램’. <2580>에 대해 말하려면 지난 몇 년 간의 ‘잔혹사’부터 쓰지 않을 수 없다.

파업… 복귀… 그리고 지속된 탄압
지난 2012년 파업에서 복귀한 뒤 <2580> 기자들은 담당 부장과 극심한 충돌을 빚었다. 공정 방송을 외쳤던 170일간의 투쟁이 부끄럽지 않도록 업무에 복귀한 기자들은 아이템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했고, 부장은 사사건건 막고 억누르는데 최선을 다했다. 차별금지법을 다룰 때는 ‘미혼모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차별받는 건 당연하다’는 부장의 황당한 발언이 나왔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한 취재는 ‘국정원이 인터뷰를 안 할 것이다’, ‘<2580>이 민변의 나팔수냐’는 논리에 가로막혔다. 2012년 10월, 한겨레를 통해 공개된 ‘이진숙-최필립(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 대화록’을 보면 당시 이진숙 본부장도 <2580> 상황에 대해 “하여간 (2580) 내부에서도 전쟁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2580> 부장은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을 ‘종북친북좌파’라고 불렀다. 여기에 항의한 데스크와 기자는 방송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신천교육대’로 쫓겨났다. 외부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기자 2명은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쫓겨났다(지난해 대법원에서 정직 무효 판결이 확정됐지만, 사측은 정직 1개월의 재징계를 내렸다). 또 다른 데스크 한 명도 업무에서 배제됐다.

사상 초유의 불방 사태
<2580> 역사상 초유의 불방 사태도 일어났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다루던 아이템이 부장의 반대로 방송 당일 누락됐다. 아이템 3꼭지씩 나가는 <2580>에서 국정원을 다룬 한 꼭지가 통째로 빠진 채 방송됐다. 부장의 지시로 예닐곱 차례 기사의 수정이 이뤄졌음에도, 담당 국장이 나서 내용을 중재까지 했음에도, 부장은 결국 ‘불방’을 선택했다. 담당 부장은 국정원 사건의 본질이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민주당이 결탁한 더러운 정치공작’이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로 편향된 인식을 감추지 않았다. 해당 기자는 업무에서 배제됐고, 이어 <2580>에서 쫓겨났다. 당시 부장은 시사제작국장까지 승진했고, 계열사 사장으로 영전했다.

이후 <2580>에 대한 사측의 노골적 탄압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에 대한 윗선의 꼼꼼한 통제는 계속됐다. 개인적 경험담이다. 논란이 됐던 한 정치 현안을 다룰 때였다. 영상 편집 이후 음악을 깔고 있는데, 모 간부가 듣더니 음악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좀 더 ‘중립적인’ 음악이 없냐고 했다. ‘중립적인’ 음악이란 게 있는지 의아했다. 기사와 영상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들며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던 것이 배경 음악이었는데, 긴박감이 덜 해도 좋으니 평범한 다른 음악으로 바꾸라는 지시였다. 그런 지시는 처음이었다.

한 기업체 관련 아이템을 다룰 때였다. 제작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MBC에 광고를 새로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윗선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명시적인 압박은 없었다. 기사 톤을 조절하라는 지시도 없었다. 하지만, 데스킹 과정에서 기사의 날은 무뎌졌다. 아이템 제작을 하면서 ‘광고’ 이야기를 전해들은 건 입사 10년 만에 그때가 처음이었다. <2580>엔 그렇게, 이전엔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정치적이거나 논쟁적 이슈를 다룰 때의 부담은 점점 커져만 갔다. 기자들의 자기 검열도 함께 강해졌다.

기자는 방출, 고발 보도는 증발
‘사회 부조리와 비리에 대한 고발, 시사 현안에 대한 탐사 보도’로 2580은 자신의 역할을 소개하고 있지만, ‘권력’의 부조리, ‘권력’ 비리에 대한 고발, ‘권력’이 불편해할 현안에 대한 탐사 보도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취재 자체도 어렵지만, 취재가 된다 하더라도 윗선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란 걸 구성원들 모두가 알고 있다. 3~4주, 고정된 아이템 주기에 제대로 된 고발이나 탐사 보도를 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하물며 데스킹을 거쳐 기사가 제대로 나갈 수 있을까 우려가 앞선다면, 취재를 해 보겠다는 얘기조차 꺼내기 어려워진다.

<2580> 기자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 발령도 멈추지 않았다. 윗선에 밉보였단 이유로, 카톡방에서 회사에 대한 분노를 표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신사업 개발이나 뉴미디어 개발을 명받고 사실상의 유배지로 쫓겨났다. 시사 현안들을 많이 다루고자 했던 젊은 기자도 쫓겨났다. 과거 MBC에서 기자들은 <2580>이 속한 제작국과 뉴스데스크를 만드는 보도국에서 번갈아 일했지만, 조직개편으로 <2580>이 보도본부에서 떨어져 나온 뒤로, 보도국과의 인사 교류는 사실상 중단됐다. <2580>을 나간다는 건, ‘이제 기자 일은 끝’이란 의미가 됐다.

금기어가 늘어났다. 논쟁적 이슈를 다루는 보도는 점차 사라졌다. 지난해 정국을 흔들었던 성완종 리스트, 국정원 해킹 사건. 좋은 탐사 보도 거리였지만, <2580>은 이를 비켜갔다. 지난해 말 발생한 농민 백남기 씨 사건, 최근의 핫이슈였던 어버이연합 사건, 시사 프로라면 충분히 다룰만한 사안이었지만, <2580>은 외면했다. 노동개혁, 테러방지법, 개성공단 중단 사태 등도 심층적으로 다뤄볼 수 있는 시사 이슈였지만, <2580>은 눈을 감았다. 4.13 총선도, 세월호 참사 2주기마저도 <2580>은 다루지 않았다.

물론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이런 이슈들만을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아이템에 대한 기준도 각자 다를 것이고, <2580>이 조명해야 할 사회도 훨씬 다양하다. <2580>은 최근까지도 다양한 영역에서 좋은 아이템들을 발굴하고 보도해왔다. MBC에서 그나마 볼만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도 학원가의 SAT 시험지 거래 실태를 고발해 경찰 수사를 이끌어냈고, 유명 주류업체 금복주가 결혼을 이유로 여직원들을 퇴사시켜왔던 관행을 고발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현대기아차 핸들의 숨겨져 왔던 결함을 고발해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했고, 장기밀매 리스트에 올랐던 한 소년의 감춰졌던 사연을 취재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국과수 감정의 문제점을 파헤쳤고, 방송 진행을 미끼로 한 은밀한 스폰서 제안, 마취 상태에서의 유령 수술, 연기학원 원장과 의사들의 성추행, 미군기지 오염 실태 등을 고발했다. 기업들의 각종 갑질 행태를 수차례 지적했고, 노동계의 쪼개기 계약 실태도 보도했다. 영화 ‘귀향’의 제작 사연을 전한 리포트는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권력 감시, 포기할 수 없다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사회적 현안에 대한 심층 보도 등의 역할을 제외한다면 2580은 이미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과연 제외할 수 있는, 포기할 수 있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영역이냐 하는 것이다. 답은 누구나 알 것이다.

치열한 논쟁을 통한 제대로 된 시사 보도는 현재의 MBC에서 결코 불가능한 것일까? 답을 뻔히 알면서도 물었다. “토론이 가능한 상황인가? 앞서 그랬던 기자들이 어떻게 됐는지 이미 학습효과가 있지 않은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고발 아이템을 찾을 때도 윗선이 불편해할 주제는 아예 제외해 놓는다.”, “논쟁적 이슈들은 발제조차 거의 하지 않는다. 데스킹 과정에서 날은 무뎌지고,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아이템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부의 목소리였다. 기자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문제를 제기하고 마이크를 놓느냐, 제한된 아이템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느냐, 둘 중 하나. 그 중간 지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더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 자기 검열이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비판이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회사는 최근 <2580>에 투입할 ‘시사 전문’ 경력기자를 채용했다. 마이크를 뺏기고 쫓겨나 있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취재하고 제대로 보도할 수 있는 ‘베테랑 시사 전문’ 기자들이 사내에 수두룩하지만, 회사는 외부 수혈을 선택했다. ‘시사 전문’ 기자들이 이제는 ‘시사 이슈’를 제대로 보도하는 것인지, 기대(?)를 걸어보고도 싶지만, 몰아닥칠 피바람이 더 우려되는 것이 MBC의 암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