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④] 대통령 탄핵:언론은 어떻게 ‘공범’이 됐나?_추락한 방송의 신뢰, 회복은 가능한가_김세은 교수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 연구회장)

방송의 어제와 오늘
희망을 말해야 할 새해 아침, 방송 저널리즘에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권에서 다시금 노골화된 방송 장악과 언론인 탄압의 결과는 방송의 영향력 감소, 신뢰도 추락으로 나타났다.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펴낸 2015년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였던 미디어법 효과가 톡톡히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BS 계열(17.5%)의 합산영향력 점유율이 가장 높다고는 해도 바로 그 뒤가 조선일보 계열(11.1%), 연합뉴스 계열(9.9%), 동아일보 계열(9.7%)이며, MBC 계열(7.6%)과 SBS 계열(7.1%)은 중앙일보 계열(6.4%), 매일경제 계열(5.8%), YTN 계열(5.3%)과 별 차이 없는 수준이다(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2015, 38쪽).
<표 1>에서 보듯, 2008년 KBS는 영향력과 신뢰도 모두 30%를 넘는 압도적 1위였고 MBC도 21% 이상으로 3위인 네이버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지상파 방송에 커다란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상황조건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환경 탓’은 최근 JTBC가 보여준 신뢰도 수직 상승 앞에서는 설득력이 작아진다.

2016년 <시사인>의 조사결과는 8년간의 신뢰도 변화가 어떻게 귀결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KBS가 신뢰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수치는 15.5%로 절반 가까이 하락해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랐다. 주목할 것은 불신도인데, KBS는 8,2%로 1위 조선일보(11.1%)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MBC의 추락은 더욱 극명해서, 신뢰도는 4.5%로 2008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네이버와 JTBC, 한겨레, 조선일보에 이어 겨우 6위를 기록했고, 불신도는 신뢰도보다 높은 5.5%로 조선일보와 KBS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시사저널> 조사결과는 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가장 신뢰하는 매체 (복수응답 3순위까지) 1위는 34.4%를 차지한 JTBC였다. KBS는 26.6%로 2위, MBC는 10.3%로 6위였다(안성모, 2016. 9. 13). 이 수치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거치면서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해 12월 21일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 연구회에서 ‘방송 저널리즘의 공정성 복원과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설진아 교수(한국방송대)의 사회로 이대욱 기자(SBS), 이승선 교수(충남대), 이호찬 기자(MBC), 정수영 기자(KBS), 정철운 기자(미디어오늘), 홍원식 교수(동덕여대) 등이 패널로 참석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방송 저널리즘의 향후 전망에 대한 논의를 갈음하기로 한다.*

방송 저널리즘의 회복 가능성
“시청자 입장에서 지상파 방송이 어떤 의미인가? 지상파 방송의 회복을 원하는 건 방송인 입장에서만 중요한 것 아닌가? 그들에겐 이제 JTBC가 있다. KBS, MBC, SBS는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시청자들은 갖고 있다.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지상파 저널리즘의 회복은 가능성보다 당위성의 문제다. 지상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여전하다. 비난이 있다는 것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양한 의견이 검증, 교환되는 큰 장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지상파가 담당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최고의 감시대상은 지상파다. 최고의 인력을 지상파 방송이 확보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저널리즘이 갖는 강점을 살려 시민의 기대와 사회의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서 지상파 3사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12월 6일 닐슨코리아 자료를 보면 JTBC <뉴스룸>의 개인시청자 수는 197만5천4백 명으로 KBS <뉴스 9>의 159만6천6백 명을 훨씬 앞질렀다. 어제는 MBN의 뉴스가 MBC보다 많이 나왔다. 처음 있는 일이다. 종편은 2012년 총선 당시 보도·시사프로그램에 집중하면서 시청률이 올랐는데, 앞으로 대선 정국에서도 더 오를 것이다.
지상파 경영진은 지금 해사 행위, 배임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인의 보신을 위해 회사를 희생하고 있다. 이들이 바뀐다면 지상파도 회복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19%를 기록한 것은 좋은 보도를 하면 시청자가 돌아온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취재 역량은 JTBC보다 지상파가 뛰어나다. 취재를 해도 보도가 안 되는 상황이 문제다.”
“‘회복’의 기준점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가 중요하지만, 회복은 가능하며 가능해야 한다. 지난 100년 한국 저널리즘 역사에서 언론의 존재감을 지금처럼 과시하는 때는 없었다. 시민들이 ‘취재하는 존재’로서 언론의 가치를 체감하고 있다. 다만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취재력을 복원하는 것이다. 구조와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

개선 방안
“탐사보도팀을 사실상 해체하면서 KBS는 한국 사회의 일탈을 추적하고 감시, 폭로하는 일에서 손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다. 5천억의 예산, 6백억의 수신료라는 규모와 위상에 맞게 이름값을 하는 것이 본분인데 현실은 참담 그 자체다. JTBC를 통해 국민을 위한 방송이 어떤 것인지를 시청자들이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는데도 정권의 비위에 맞는 제목을 뽑고 있다. 핵심은 결국 사장 선임이다. 구조적으로 망가트려 놓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사장 이하 말단 기자까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단단히 묶여있다.”
“지배구조 개선은 저널리즘을 논의할 수 있는 기본 시작점이다. 청와대 의중을 반영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현실은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여야 어디에도 쏠리지 않는 사장이 중요하지만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내부 견제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사권이나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편성규약과 보도준칙은 완벽하다. 제도적 장치들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운용하는가가 문제다. 사내 정치를 잘 하는 사람이 보직을 맡는 분위기가 언젠가부터 형성되어 있었는데, 간부의 보도 개입 방지를 위해 보강 장치를 마련 중이다. 기자 10명 이상이 실명으로 발제하면 반드시 다루겠다고 사장과 본부장이 선언했고, 어제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방송사 종사자들이 공정한 방송을 하기 위한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권리임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방송 종사자들의 파업이 정당하다는 2014년 이후 판결의 의미를 잘 생각해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 시기에 학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미리 일정한 합의점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선출직 학회장들 역시 일정 기간 관련 정부위원회나 공영방송이사직 등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학회 정관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 학회와 저널리즘 업계의 상호존중이 이루어진다.”

결론: 제도·조직·기자 바뀌어야
요약하자면, 지상파 방송의 회복은 당장 기대하기 어렵지만 시민과 사회에 대한 책무를 생각할 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당면과제이며 그 우선순위는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보도에 간섭하고 징계를 남발하는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내부적 견제장치 마련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노조의 권한은 그런 의미에서 강화되어야 하며, 저널리즘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재교육도 필요하다.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문제적 관행과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기자 개개인의 자성과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2017년 방송 저널리즘은 ‘희망적’이다.

<참고문헌>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2015. 12). <2015년도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보고서>.
안성모 (2016. 9. 13). [2016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매체 / 신뢰도 JTBC, 영향력 KBS. <시사저널>, 1404호.
오수정 (2008. 7). 200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①. <신문과 방송>, 451호, 146-149.
전혜원 (2016. 9. 20). JTBC가 KBS·MBC 앞질렀다. <시사인>, 470호.


* 구체적인 방송사명은 되도록 나타내지 않았고, 옮기는 과정에서 문맥 상 생략과 첨언, 강조가 불가피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