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① 나와 ‘1진’과 ‘하리꼬미’_YTN 나연수 기자

 06-1

06-2

06-3하리꼬미1) 첫날, 경찰서 2진 기자실에 어색하게 발을 들였다. 습기 찬 골방에서는 타사 수습기자가 세상 피로를 다 끌어안고 자는 양 지나치게 코를 골았다. 옷 가방을 내려놓고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열어 미리 저장해둔 1진 선배의 번호를 누른다. 역사적인 첫 보고. 이후 6개월의 생활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방송사는 달라도 우리의 수습 생활은 매한가지일 테니까.

원문의 취지를 충실히 살리기 위하여 일본어 표현은 그대로 실었음을 밝힙니다. _편집자 주
 

버텨야 할 이유들
 

확 사표를 지르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선배들이 사표 쓸 시간도 안 주고 ‘마와2)’를 돌려서 아직까지 기자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버텨야 할 이유도 있었다. 무엇보다 밑바닥까지 패대기쳐진 경험이 소중했다.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도 차차 만나게 될 텐데, 엉뚱한 자만심은 갖고 싶지 않았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사건들, 그 과정에서 맺은 인연도 신기하고 재밌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꿈속에서도 아이템을 발제하고, 길거리에서 누가 인터뷰에 응해줄지 알아맞히는 능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물구나무로 산을 오르는 심정으로 보낸 나날들, 마침내 수습 딱지를 뜯어낸 자리에는 ‘기자’라는 훈장이 붙었다.

야, 우리 때는 말이지…

대다수 언론사가 사건팀을 새내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데, 이 조직 생리가 군대와 참 비슷한 것 같다. 지옥을 맛보는 수습이나 새벽까지 보고에 시달리는 1진이나, 고달픈 교육 기간을 이겨내기 위해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 버텨야 하는 이유들, 지나고 보니 꼭 필요하더라는 주장의 근거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시스템은 유지되고 모두가 그 안에서 약간의 부당함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문득 깨닫는다. 나 역시 후배에게 ‘야, 이게 뭐가 힘드냐? 우리 때는 말이지….’라고 거들먹거리는 ‘꼰대’가 되어 있음을. 어쩌면 우리는 ‘수습·하리꼬미·마와리’ 같은 업계 문화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기자를 길러내는 방법이 정말 이것뿐인 걸까?

사건팀, 수습을 부탁해

문제는 새내기 기자 교육이 시경캡 이하 사건팀(일명 사쓰마와리) 개별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도제식’ 교육이지, 실상 회사가 맡아야 할 직원 교육을 젊은 기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 커리큘럼과 ‘입봉’ 스케줄은 시경캡이 짜고, 1진들이 일대일 교육을 도맡는다. 1진이라지만 고작 1~2년 먼저 입사한 젊은 기자들이다. 아직 취재 경험이 다양하지 않고 다소 부족한 면면도 있다. 의욕적이고 능력 있는 1진을 만날 수도 있지만, 후배를 아이템 자판기로 써먹는 1진을 만날 수도 있다. ‘서장실 문 뻥 차고 들어가.’라고 말하는 1진은 또 어떤가. 수습은 그 자신이 1진이 되어서도 같은 지시를 내리게 되기 마련이다.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매뉴얼이 없다 보니 ‘군기 훈련’에 초점을 맞춘다. 효율적인 취재 방법을 전수하기보다 ‘뭐라도 물어와.’ 식으로 닦달하는 것이다(무릇 취재스킬은 맨땅에 헤딩하며 혼자 깨치는 법!). 단독 압박에 수습이 조서를 훔쳤다거나 폴리스라인을 넘었다는 정보보고는 새롭지도 않다. ‘꺼리’ 없다고 수면 시간을 빼앗기다 보면 취재 윤리는 생각나지 않는 게 당연하다. 몇 해 전부터 서울시내 경찰서는 수습기자를 당직실에 들이지도 않는다. 밑으로 갈수록 취재를 못하는 건지, 선배들이 친 사고 때문에 갈수록 취재 환경이 어려워지는 건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자!

신고식이 힘들고 험할수록 조직에 대한 애정은 솟아난다. ‘기자’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도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겁 없이 덤벼들고 안 돼도 들이대는 깡을 그때 배웠다. 하지만 누구나 수습 기간에는 부당하다고 여기고도 1진이 되어서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비판 없이 대물림되는 업계의 문화는 선후배들이 한데 모여 한 번쯤 까놓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아닌 건 아니라고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지혜를 모을 수도 있다. 그것이 언론인으로서 언론인을 길러내야 할 선배들의 자세가 아닐까.

(본문에서 든 ‘1진의 나쁜 예’는 과거 제 1진들이 아님을 밝힙니다. ‘1진의 나쁜 예’를 만나 고생한 제 후배들에게는 미안함을 전합니다.)

——————

1) 하리꼬미: 경찰서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귀가가 허용되지 않는 수습기자 초기의 취재 관행.

2) 마와리: まわり(回察). ‘돈다’는 뜻의 일본어. 기자가 돌아다니며 취재한다는 뜻을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