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언론장악방지법, 2월 국회에 통과시켜야 한다

2016년 12월 28일 오후 2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가 열렸다. 야당의 미방위원들이 언론장악방지법 논의를 위해 상임위 개의를 요구한 것이었다. 그러나 2시가 지나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새누리)은 나타나지 않았다. 위원장실 문은 잠겨 있었다. 지역구에 갔다고 했다. 여당 간사는 물론 다른 여당 의원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20대 국회가 개원하고 국회의원 과반수를 훌쩍 넘는 162명의 의원이 서명해 발의한 언론장악방지법은 늘 새누리당의 반대로 토론 한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여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야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라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안건 상정을 거부해 왔다. 위원장은 국회 선진화법에 기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해 오라며 안건 상정을 미뤘다.
이날도 신상진 위원장은 ‘야당 위원들이 상임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여야 간사간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위원장이 간사 뒤로 숨은 것이다.

‘낙하산 사장 견제’ 첫 관문 통과
위원장과 여당 위원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그러나 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야당 위원들끼리의 푸념일 뿐이었다.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이 중대 발언을 했다. “내일 10시에 다시 상임위 개최를 요구하고, 내일도 위원장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제가 상임위 사회권을 행사하겠다.” 국회법 제50조 ⑤항은 위원장이 위원회의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할 경우, 위원장이 속해 있지 않은 교섭단체의 간사가 위원장 직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사일정을 마냥 지연시키는 위원장과 여당 위원들에 대한 마지막 수였다.
다음 날인 29일에야 신상진 위원장과 여당 위원들이 나타났다. 마지막 수가 통한 것이다. 이날도 박대출 간사는 “이 개정안은 야당과 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궤변을 되풀이했다. 의미 없는 공방이 오간 다음에야 여야 간 합의가 이루어졌다. 합의 내용은 ‘1월 중순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그 후 위원장이 대체토론의 종결을 선언’한다는 것이다. 이 합의에 따라 언론장악방지법은 1월 중순에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이로써 언론장악방지법은 첫 관문을 통과했고, 빠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다. 2월에 통과될 경우, 이 법은 부칙의 규정에 따라 3개월 후인 5월에 효력을 갖게 된다. 그 즉시 KBS이사회,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EBS이사회가 여야 7:6, 총원 13명으로 새롭게 구성되어야 하고, 사장들이 다시 선임되어야 한다. 사장 선임에는 2/3의 동의(특별다수제)가 있어야 한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청와대가 공영방송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처리 전망
모든 전망이 그렇듯이, 언론장악방지법에 관한 전망도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부정적인 전망. 첫 관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그다음 과정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소위의 구성은 여야 동수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슨 핑계를 대든 새누리당은 또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려고 할 것이다. 개혁보수신당이 새누리당에서 분리되어 4번째 교섭단체가 된 것도 변수다. ‘개혁’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 ‘개혁’이 국민들이 바라는 수준일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선거 연령을 낮추는 문제에서 후퇴해 버린 것만 봐도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해서도 ‘정치’ 이슈라며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했다. 언론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게 어떻게 정치이슈란 말인가? ‘도로새누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탄핵과 대선 일정도 이 법안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언론노조를 포함해 언론 단체들이 이 법을 2월 국회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헌재의 탄핵 인용 시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헌재의 결정은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탄핵 인용이 이루어지 후에는 60일 안에 치러야 하는 대선 때문에, 이 법이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긍정적인 전망. 광장의 시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개혁 과제 중 하나가 언론이다. 광장의 힘이 언론장악 법의 통과를 추동할 것이다. 각 정당들이 개혁입법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어느 정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개혁을 추진하려 하는지, 또 어느 정당이 분위기에 편승해 흉내만 내고 있는지 예리하게 판별해 낼 것이다.
또 하나는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탄핵의 사유 중 하나로 ‘언론 자유 침해’를 포함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대선 일정에도 불구하고, 2월 국회를 넘기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국회가 더 이상 언론장악방지법을 차일피일 미루기는 힘들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언론에 의해 폭로되었지만, 또 언론에 의해 싹트고 자란 것이기도 하다. 언론이 비판과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었더라면 어처구니없는 국정농단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혹 생겨났다 하더라도 일이 너무 커지기 전에 바로잡을 기회를 우리는 가졌을 것이다. 부역 언론들이 애써 진실을 외면하고 호도한 탓에 우리 사회는 너무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온 힘을 모아 언론을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