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패러다임 전환_SBS A&T 이용한 기자

‘탁’ 소리와 함께 테이프가 들어가고, 곧이어 ‘위이잉’ 하는 소리와 동시에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오래전 이야기는 아니다. 10여 년 전 방송국에 첫발을 내딛은 신입사원 시절, 내가 취재 현장에서 사용했던 ENG 카메라의 소음(?) 이야기다. 당시 취재원 모르게 녹취를 따기 위해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눌러놓고 바닥에 내려놓기 신공이라도 펼치려 하면 “카메라는 끄고 이야기하자.”는 핀잔을 종종 듣곤 했었다. 물론, 성공한 경우가 더 많았지만 말이다.
10여 년이 지난 요즘 풍경은 어떠한가? 테이프 대신 메모리, 디스크가 들어가는 Full HD ENG 카메라의 소음은 열을 식힐 때 돌아가는 가벼운 팬fan 소리 정도이다. 스마트폰으로 4K 동영상을 간단히 촬영할 수 있고, 소형 3축 짐벌을 사용해 영화·광고 등에서 보던 스테디캠 효과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며, 고프로 카메라와 리그를 활용하면 360도 상하좌우 전 범위 동시녹화가 가능하고, 하늘에서는 ‘드론’이라 불리는 작은 비행체가 날아다니며 우리 주변 곳곳을 찍어댄다.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전에는 ENG 카메라 하나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ENG 카메라는 기본이고, 거기에 다양한 장비 옵션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그 옵션의 메뉴는 실로 다양하고, 메뉴의 적절한 선택 여부가 아이템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ENG 비중, 주연에서 조연으로
고프로를 피사체에 직접 장착해 1인칭 시점으로 화면에 역동성과 힘을 불어넣고, DSLR 카메라로 4K~8K의 초고화질 타임랩스(Timelapse: 수백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동영상으로 만드는 것) 작업을 하며, 물리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사건·사고의 현장에서 재빨리 드론을 띄워 부감을 촬영하고, 미니 짐벌을 사용해 두 명의 취재기자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크로스 스탠드업은 현재의 다양한 영상 취재 방법 중 하나일 뿐 더 이상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영상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최적의 장비로 인정받고 있는 ENG 카메라가 아직까지는 주연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 보인다. 뉴스 이외의 다큐멘터리, 시사물 등을 제작하는 경우에는 아이템에 따라 더욱더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5D Mark Ⅲ, D800, C300, 핸디캠, 아이폰 등)와 관련 장비(지미짚, 슬라이더, 드론, 3축 짐벌, 로테이터 등)들이 동원되어 창의적이며 참신한 영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UHD 초고화질이 대세
올해 방송장비기기 전시회인 NAB(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 Show에서도 4K 이상의 초고화질을 자랑하는 카메라와 관련 장비 소개가 주를 이뤘다. 3D 관련 장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는 방송 시장의 흐름이 초고화질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신호로 보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까지만 해도 3D 중계 방송을 보라며 3D TV를 홍보하던 대형 가전 업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UHD 초고화질 TV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지 오래다. 이에 발맞춰 각 방송사도 UHD 방송에 대비해 초고화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각 브랜드의 초고화질 카메라는 전문가를 위한 최상위 제품군부터 아마추어를 겨냥한 보급형 제품까지 화질과 색감은 점점 좋게, 저장 파일의 크기는 점점 작게 출시되는 추세다. 드론 시장의 상승세 또한 무섭다. NAB 최초 드론만을 위한 전용관이 따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그 관심과 열기가 뜨거웠다. 드론 도입 초창기에는 RED, ALEXA, CANON 등 제법 무게가 나가는 카메라를 띄울 수 있는 커다란 드론이 주였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고프로 또는 일체형 카메라가 달린 작고, 가벼운 기체가 대세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4K 카메라가 달린 기체를 안전하게 날릴 수 있고, GPS 수신이 되지 않는 실내에서조차도 자동 제어가 가능한 드론까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드론의 변신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SD급의 구형 소니 SX 카메라를 반납하고, 새로운 Full HD 카메라를 받고 나가서 새로운 장비에 적응하겠다고 복잡한 카메라 메뉴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져보다 ‘Color balance’가 나가고, 아주 예민한 심도 덕택에 검찰에 소환된 인물들 얼굴 초점이 휙휙 나가 식은땀도 좀 흘려 보고, 본체의 컬러 LCD 모니터만 믿고 촬영했다가 노출이 다 날아가는 등 무수한 사고를 몸으로 직접 겪으면서 우리는 HD 카메라에 적응해 나갔고, 이제는 한몸이 되었을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계속해서 더 좋은 사양의 카메라와 관련 장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4K를 넘어 8K, 16K까지 그 한계를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진정 프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