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대통령 뉴스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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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본지 편집위원장(MBC 해직기자)

대통령 뉴스, 청와대 뉴스, 청와대 리포트, 뭐라 부르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3월과 4월 당분간은 그 뉴스들이 넘쳐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에도 취임 직후에는 늘 그랬다. 그리고 그 청와대발 리포트에는 어느 정도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지금도 매일 쏟아지는 청와대발 소식은 과거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을까, 아니면 달라졌을까?

현재 진행 중인 보도를 직격 비교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고 방법론상의 난점도 있다. 그러나 5년 전 이맘때 뉴스들의 특성을 살핌으로써 현재의 청와대 리포트들을 분석할 수 있는 틀은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다음날인 2008년 2월 26일부터 3월 26일까지 한 달간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에 보도된 157건의 대통령 관련 기사를 들여다봤다. 여기에는 리포트와 단신이 모두 포함됐고 대통령의 반응이 두 문장 이하로 삽입된 리포트는 제외됐다.

 

압도적 비중, 단순한 전달

우선 취임 직후인 만큼 대통령 관련 뉴스의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한 달 동안 청와대 리포트가 방송에 나오지 않은 경우는 MBC와 SBS가 하루, KBS가 이틀에 불과했다. 뉴스 아이템의 순서에 있어서도 분석 대상 157건 가운데 94건이 뉴스 전체 시간의 초반 3분의 1 이내에 배치됐고 톱으로 나간 뉴스도 13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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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나타나듯, 내용별로 보면 단순히 대통령의 발언을 요약, 소개하고 청와대의 방침과 입장을 전달하는 평면적인 기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방송사간 차이도 없다. 3사를 합쳐서 보면 이러한 단순 전달형 기사가 138건으로 분석 대상의 88%나 된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표에 나타난 큰 숫자가 아니라 작은 숫자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대통령의 발언이나 입장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맥락을 해설한 기사(7건)나, 대통령의 입장에 반대되는 목소리가 한 기사 안에 균형 있게 소화된 논란 형태의 기사(7건)는 극히 적었다. (물론 별도 꼭지로 야당의 반대 주장을 소화하는 편집상의 기술도 가능하나, 그런 경우는 단 두 건뿐이었다.) 게다가 비판 보도는 각 사별로 한두 건에 그쳤다. 요컨대, 청와대 뉴스는 대통령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흘려 보내주는 ‘수도관conduit’ 역할에는 다가간 반면, 일반적인 뉴스 아이템에서 요구되는 ‘파수견watchdog’ 역할과는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전기획물이 전무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분석 대상이 된 모든 청와대 기사는 그 날 발생한 내용을 전한 것들이었고, 분석성 리포트라 하더라도 그 날 뉴스에 대한 것이었다. 보강 취재를 거쳐 배경과 파장, 문제점 등을 종합해 그 뉴스의 ‘맥락context’을 제공하는 심층 기획물도 없었고, 역대 대통령, 역대 정권과의 비교나 대통령 본인의 과거 입장과 연결 지음으로써 그 이슈의 ‘역사history’를 일별할 수 있게 한 통시적 기획물도 없었다. 이 같은 기획 리포트의 부재不在는 다른 출입처와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대개의 취재 현장에서 기자에게 기획 리포트는 때로는 기한에 쫓겨 제출해야 하는 ‘숙제’이면서 때로는 자기주도적 취재를 실현할 ‘운동장’으로 여겨지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청와대 뉴스의 소재를 살펴보면 위에서 나타난 특징들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부처별 업무보고(45건), 인사(33건), 회의(24건)가 기사 소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임기 초반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대단히 중요한 뉴스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고, 기자들이 이를 전달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 해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몇 가지 고려할 점들이 있다. 대통령의 말이 기사의 핵심 소재이니만큼 그것이 일방적으로 전달될 때 갖는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 또 출입기자 입장에서는 빡빡한 일정을 챙겨야 하는 사정이 만만치 않겠으나 역으로 그 일정들에 맞춰-예를 들면 국방부, 외교부 업무보고에 맞춰-해당분야 기자들이 관련 이슈들을 사전 기획물로 준비하는 적극적인 보도 태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통령 리포트에 사용된 용어를 살펴보면 일정한 표현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뉴스 소재의 상위 3개 항목(업무보고, 인사, 회의)에 해당하는 방송 3사의 리포트 가운데 대통령을 주어로 삼은 문장(주어가 생략된 문장도 포함) 217개의 서술어를 조사해 보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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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보듯 기자의 입으로 묘사된 대통령은 강조하고, 주문하고, 지시하는 최고 통치권자로서의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났다. 기념식 연설, 국무회의, 수석비서관 회의 등등 취재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늘 대통령이 화자話者인 만큼 근원적으로 불가피했을 터이다. 그러나 ‘양해를 구했다’, ‘호소했다’, ‘설명했다’등과 같은 좀 더 다양한 표현을 왜 쓰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도 가능할 것이고, 보다 근원적으로는 그런 표현을 쓸 상황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물음도 있을 수 있다.

 

불통不通의 도구

텍스트에 국한해 살펴보는 것은 어차피 한계가 있다. 청와대의 공보 관행과 기자단의 취재 환경, 방송사들의 편집 판단까지 두루 살펴야 큰 그림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다시 묻는다. 위에 나타난 특징들이 지금의 리포트에선 사라졌을까? 남아있을까?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대통령의 말에 대한 압도적인 비중과 평면적인 전달이라는 일견 모순된 특성을 굳건히 유지한다면, 청와대 리포트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불통不通’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