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방송기자로 산다는 것_CJB 청주방송 황현구 기자

p22 제목

 지방의 사전적 의미는 ‘한 나라의 수도 이외 지역’, 곧 서울 이외의 지역은 지방으로 통칭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방’이라고 부르는 밑바탕에는 하대下待의 뜻이 있어서 가치중립적인 의미인 ‘지역’으로 써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방이든 지역이든 차치하고, ‘수도 이외 지역에서 기자’로 일한다는 건 어떤 무게와 의미를 가질까요? 신문기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지역에서 방송기자로 산다는 것은 맨몸을 드러내놓고 거리를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곪은 부위를 터뜨리고 썩은 상처를 도려내 지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의를 관철한다는 기자 본연의 의무와 책임은 중앙 기자나 지역 기자나 차이가 없습니다.

연줄, 짬짜미 그리고 토호
하지만 ‘지역’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혈연과 학연, 지연의 3대 연줄이 ‘중앙’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고, ‘짬짜미’도 통용될 개연성이 많습니다. 토호세력의 마수가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게 현실입니다. 그만큼 각종 유혹에 빠져들 확률이 높은 게 지역 기자들입니다. 재정여건이 어려운 회사 사정상 광고와 협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정론직필을 실현해야 하는 방송기자이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합니다. 지역 방송기자로 산다는 것이 낯 뜨겁고 자신에게조차 두 얼굴을 가진 ‘아수라 백작’이 되는, 그런 왜곡된 삶을 산다는 자괴감에 잠 못 드는 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도 기자입니다.’ 아니, ‘나는 지역 방송기자입니다.’ 지역의 정의를 실현하고, 끊임없이 중앙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외치며 수도권 집중개발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절차탁마切磋琢磨하고 있습니다. 또 벼랑 끝에 몰리는 지역 방송의 생존을 위해 동료들과 머리띠를 두르고 상경시위를 하며 ‘지역 방송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습니다.

기사 한 줄의 책임과 보람p22 황현구
지난 22년 기자생활 동안 스스로 많은 채찍을 가하며 지역을 이끈다는 자부심으로 생활해왔지만,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내 말 한마디, 내가 쓴 기사 한 줄이, 도도한 물줄기를 바꾸지는 못한다 해도,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언젠가는 지역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습니다. 내 방송기사로 인해 바뀌는 지역의 모습을 보고, 개선된 정책을 보면 뿌듯합니다.
지역에 대한 애착과 사랑, 지역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는 지역 방송 구성원으로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후배들에게는 귀감이, 선배들에게는 자랑이 되는 기자로 살고 싶습니다. 지역 방송기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베껴 쓰고 따라 쓰는 ‘대서소 직원’이 아니라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통해 ‘기록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