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결국은 서울에서 지역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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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_ 2014년 10월 19일  /  장소_ 대전

참석자_ 대구MBC 도성진 기자, KBS 창원 송수진 기자, MBC 고은상 기자, TJB 대전방송 채효진 기자

진행_ MBC 조현용 기자(본지 편집위원) 

 

서울의 데스크 한 명이 전국 각지의 뉴스를 쥐락펴락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평소 함께 일을 하면서 아쉬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도성진(대구MBC) ∷ 서울 데스크 스타일에 따라 부침을 겪어요. 제가 발로 뛰어 취재해 보니 단신 거리도 안 되고 화면도 없었어요. 그런데 통신 기사가 떴다면서 오후 6시에 리포트로 제작하라는 지시가 내려와요. 반대로 석 달쯤 발품 팔아 꼭 전국으로 방송하고 싶은 단독 기사였는데, 서울에서 안 받아줄 때가 있죠. 그러다 며칠 뒤 통신에 기사가 뜨면 제작해달라고 한다거나…. 편집회의에서 발언권이 센 사람들이 데스크일 때는 지역에서 서울로 올리는 리포트가 일주일에 4개인 경우도 있었죠. 데스크에 따라 부침이 심해요.

송수진(KBS 창원) ∷ 통신 기사 보고 지시하는 건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지시를 내리는 사람의 지역 경험 여부가 문제 같아요. 본사 근무만 하시던 분은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할 때가 있는데, 지금 저희 네트워크 부장은 지역 근무를 하다 올라가신 분이거든요. 사정을 아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죠. 전화상으로만 대화가 이뤄졌을 때는 오해가 생기고 이해의 폭이 좁아지거든요.

채효진(TJB 대전방송) ∷ 사건담당이다 보니 서울 데스크와 접촉이 많아요. 현장 기자의 말을 믿어주실 때 가장 감사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고, 제 기사에 대해 신뢰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데스킹 끝난 기사인데 서울의 맥락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읽어줄 수 있느냐는 주문도 있고요.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장을 좀 더 생각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고은상(MBC) ∷ 통신이나 신문 지상주의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지역에서 올라온 기사를 보면 ‘더 세련되게 할 수 있을 텐데… 편집을 더 잘할 수도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루에 리포트 한 편은 기본

 

매일 업무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송수진 ∷ 지역 자체 뉴스는 14분 정도에 리포트는 5개, 데일리 리포트를 만드는 취재기자 인원은 10명입니다.

채효진 ∷ 저희도 방송시간은 비슷하고요. 12명 정도예요.

p32 도성진도성진 ∷ 15분 정도, 리포트는 5~6개죠. 현장 뛰는 기자는 12명 정도예요. 어느 지역의 경우에는 매일 리포트를 4~5개 내야 해서 휴가도 잘 못 가요. 숙직하며 진행도 해야 하고요.

고은상 ∷ 매일 제작하고 주말 아이템도 하니까 지역에서 매번 공을 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걸 3, 4년 차 지나서야 알았어요. 저는 한 달 동안 기획해본 적도 있는데… 실정을 알고 나니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어 보냈나.’ 싶을 때도 있었죠.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지역에 내려가서 한 달 만이라도 있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송수진 ∷ 저도 사실 서울에서 순환 근무할 때 제일 좋았던 점은 아이템 사흘 동안 잡고 있어도, 심지어 일주일 잡고 있을 때도 캡이 아무 말 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웃음).

 

“서울과 지역은 거리 감각 자체가 달라요”

고은상 ∷ 저희는 취재기자 3명에 카메라기자 2명이 야근을 해요. 그래도 부족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당연히 밤에 일이 터지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지역에 부탁을 드리려다 보면 나갈법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도성진 ∷ 단순히 나갔다 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때가 많을 거예요. 그런데 서울과 지역은 거리 감각 자체가 달라요. 대구MBC는 대구 수성구에 있는데 군위군 공사현장에서 누가 숨졌으니 찍어 달라고 하면, 군위 갔다 오는 데에 세 시간이 넘게 걸려요. 새벽 4시에 전화가 왔다, 그러면 6시 아침 뉴스 납품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요.

송수진 ∷ 저희도 합천 같은 경우는 창원에서 밤에 가려고 해도 도로가 잘 안 닦여 있어서 두 시간 정도 걸려요. 합천 저수지에 차 한 대가 떠올랐는데, 그 안에 두 사람이 숨져있던 적이 있었어요. 합천 뭐 그냥 갔다 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촬영기자 부르고 차량 부르고, 하면 그게 아니었던 거죠.

 

서울 야근자는 막내급이 많은데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을 때도 있죠?

고은상 ∷ 야근할 때 전화하면 지역 데스크가 받으셔서 “어어~ 이야기 안 되는 거 아닌가~.”(웃음)p33 고은상

송수진 ∷ 8일에 한 번 야근하고요. 평일에는 부장급은 하지 않고, 부장들은 주말에 데스크를 봅니다. 회사 내부 시스템에서 찾아보면 선배인지 후배인지는 가늠할 수 있어요.

도성진 ∷ 우리는 부장급 빼고 다해요. 15년 차 이상도 합니다. 저희는 전산시스템이 연결돼 있지 않아서, 새벽에 “서울 야근자 누구입니다. 기사 좀 챙겨주십쇼.” 이렇게 전화하면, 약간 성질 있는 선배는 “몇 사번이야?” 이렇게 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 일이 안 되는 거죠. 

“서울-지역 간 기자 교류가 이해 폭 넓혔어요”


   네트워크와 서울 사이의 인사 교류는 어떤 상황인가요? 네트워크에 있다가 서울 데스크가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도 하죠?

송수진(KBS 창원) ∷ 지금 네트워크 부장이 창원 보도국장이셨어요. 저도 서울 순환 근무할 때 사회부 야근 1진을 해봤기 때문에 전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당시 통신 기사를 보고 지역에서 보낸 우리 기사를 보니 우리 기사가 너무 간단하게 돼 있어서 리포트로 만들기에는 난감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서울과 인사 교류가 있으면 그런 문제점을 깨닫게 되는 거죠. 그래서 지금 저는 당직하며 단신을 쓸 때 몇 가지 팩트를 추가로 써서 올리는 편이고요.
서울이나 종편으로 가는 지역 기자들은 사실 넓은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거겠죠. 그런데 사람을 빼 간다는 말이 안 나오려면 누군가는 내려오거나 사람을 새로 뽑거나 해야 하는 것 같아요.

p32 채효진채효진(TJB 대전방송) ∷ 저희는 독립된 회사이다 보니 인사 교류라는 게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인데, 대신 신입 기자들을 서울에서 1주일 정도 교육 받게 한 적은 있었어요.

 

“서울도 하나의 지역”

지역 기자 입장에서 보면 뉴스가 너무 서울 중심적이죠?

채효진 ∷ 네. 고발기사를 취재하다 로컬 시간대에 나간다고 하면, 취재 대상자가 안도하는 거예요. 서울에 안 나가니까. 어떤 경우는 취재 끝나고 취재원들이 “이 뉴스, 서울에 좀 내보내줘.”라며 부탁할 때가 있고요. 지역민들도 서울에 관심이 쏠려 있다는 생각이 들죠. KBS조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실시간으로 지역 뉴스를 보기가 힘들다는 점에 놀랐어요. TV 말고는 지역 뉴스를 접할 방법 자체가 차단돼 있다 싶었죠. 서울과 지역의 홈페이지 차이도 많이 나는데 플랫폼이 구축되면 좋겠다 싶어요.

도성진(대구MBC) ∷ 대구에서 가스 폭발 사고로 10명 가까이 숨진 적이 있었는데 리포트는 2개 정도 나간 적이 있어요. 서울에서 10명이 숨졌다면 난리가 났겠죠. 똑같은 대한민국 사람인데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뉴스의 비중이 다른 거예요. 서울도 대한민국 전체로 봤을 땐 하나의 지역이고, 대구도 하나의 지역이잖아요.
또 갑자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울에서 우리 지역 사안을 리포트할 때가 있어요. 저희는 그걸 ‘털린다’고 표현하는데요. 시간 제약은 있겠지만, 지역 기자와 논의하다 보면 취재원을 소개받는다거나 더 많은 걸 얻어갈 수 있거든요. 궁극적으로는 지역에서 취재한 것과 서울에서 큰 틀로 만든 리포트를 묶으면 이상적일 것 같아요.

송수진 ∷ 자조 섞인 말이긴 한데 ‘백로일서’라는 말이 있어요. 백 번 로컬에 나가도 한 번 서울에 나가는 것이 낫다는(웃음). 모든 걸 담을 수는 없다는 고민도
 서울 나름대로는 갖고 있을 것 같아요.
다매체 다채널 시대니까 본사 차원에서 통로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네트워크 뉴스 시간을 만든다거나 인터넷 방송으로라도 지역 뉴스를 소화할 통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본사 뉴스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민의 소리를 반영하는 것, 지역국의 존재 이유잖아요. 1분 20초가 아니라 ‘이슈 앤 뉴스’처럼 리포트를 2~3개 붙이는 경우는 지역에서 나오는 사례를 반영할 수도 있겠고요.

p33 송수진

“SNS 대응전략 함께 짜면 좋을 것 같아요”

도성진 ∷ 저는 지역 MBC 기자들과 함께 ‘All MBC’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카카오스토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팔로워가 12,000명을 넘었고 TV 보다 반향도 커요. 대구MBC의 경우 시청률 3%가 3만 명이 본 정도인데,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는 6만 8천 명이 리포트를 봤어요. 그런 일은 퇴근해서 보상 없이 하고 있지만, 회사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SNS 대응전략도 로컬과 서울에서 같이 짠다면 좋을 것 같고요.

채효진 ∷ 서울에서 생활하다 지역 기자에 합격해서 내려간다고 하니까 서운한 반응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 경력이나 능력에 비해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 지역 기자이기 때문에 낼 수 있는 아이템도 있고요. 지역 뉴스도 서울에서 충분히 흡수할 만하다고 느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야죠. 그걸 담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수진 ∷ 결국 지역 뉴스를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서울에서 지역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뉴미디어를 통해서 지역 뉴스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건 큰 기회라고 봐요. 그러면 사실 서울에만 목맬 필요는 없는 거죠. 좋은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지역 기자의 역량 강화도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제도가 좋게 바뀌어도 결국 제도를 뒤집고 바로 세우는 건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