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WTO 일반이사회 취재기] 국제무대에서 맞짱뜬 한-일… 스위스 제네바를 가다

[제네바 WTO 일반이사회 취재기]
국제무대에서 맞짱뜬 한-일… 스위스 제네바를 가다

YTN 최아영 기자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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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찾아온 제네바
신혼여행 다녀온 지 일주일 만에 예상치 못한 출장 명령이 떨어졌다. “스위스 제네바 가자”. 당장 다 풀지도 못한 짐을 다시 싸야겠다는 마음보다 ‘의구심’이 앞장섰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이슈이긴 하나 WTO는 보통 특파원이나 외교부 기자가 가기 마련 아닌가.
생각도 잠시 나는 곧 이 이례적 출장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는 주제네바 대사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직접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은 외무성 경제국장이 참석해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두 나라 경제 고위급 관료가 맞붙는데 어찌 경제부 기자가 안 갈 수 있으랴.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갑자기 암담함이 엄습했다. 당장 WTO 이사회 일정도 모르는데 제네바에 가서 어떻게 취재하고 누굴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나는 맨땅에 헤딩한다는 부담감을 잔뜩 짊어지고 뜻밖의 출장, WTO 격전지 스위스 제네바로 향했다.

“눈 감고 귀 닫은 일본”
한 차례 순연된 끝에 WTO 일반이사회 이튿날, 드디어 일본의 수출 규제 논의가 WTO 정식 의제로 올랐다. 휴회를 제외하고 45분 동안 두 나라의 팽팽한 자존심 대결이 이어졌다. 공교롭게 회의장 자리 배치가 딱 맞붙어 있었던 탓에 회의 내내 기 싸움이 대단했을 것이다.
비공개회의가 끝난 뒤 먼저 입을 뗀 건 한국 정부 대표단인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일본을 향해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회의장 안팎에서 일본이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지만 결국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본의 공격적인 발언을 기대한다고까지 했지만, 일본은 끝내 대화 요청에 침묵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 실장은 한국 기자들과 따로 만나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우리의 진짜 전략은 이런 일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김 실장은 WTO 참석을 앞두고 가장 고민했던 것이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일본의 부당한 행동을 스스로 증명하게끔 하는방법이라고 했다. 지난 7월 한국에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뒤 어떠한 대화에도 나서지 않은 채 눈 감고 귀 닫은 일본의 태도 그대로를 말이다.

출구 없는 한일 경제 갈등
이번 WTO 이사회는 우리나라의 승리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사회 내내 우리의 태도는 당당했고 일본은 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그동안 물밑 갈등에 머물렀던 이번 문제를 국제사회로 끌어낸 데도 그 의의가 있다고 본다. 비록 미국이나 중국 등 어느 나라도 한쪽을 옹호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WTO 이사회 뒤에도 한일 경제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 우리의 대화 요청에 일본은 계속 묵묵부답하며 한국이 전략물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못한 채 말이다.
WTO 이사회장에서 김승호 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대화로 이 문제를 푸는 데 반대한다면 이 자리에 있는 어떤 국가라도 손을 들어 주십쇼”. 이에 대해 침묵했을지언정 어떤 국가도 반대의 손을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자유무역’이라는 국제적인 약속에 역행하는 일본은 지금이라도 정치보복을 그만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