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삶] 제가 정말 드센가요?




제가 정말 드센가요?


 


SBS 최고운 기자


 


여자가 왜 그런 운동을 해?”
어우~ 최고운 씨 돈 많나봐


제가 아이스하키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하면 열에 여덟 명은 이렇게 묻습니다.
간혹,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성격다운 운동을 골랐네하고 말하긴 하지만요.


사실 제가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게 된 건 아주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지난 겨울, 당시 저는 5년 가까운 기자생활의 흔적으로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몸에는 근육대신 살이 붙고, 심지어 붙다 못한 살이 옷을 비집고 나오기 시작하면서 체력도 급격히 떨어져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런 저질 체력으로는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어 가장 먼저 헬스장을 갔습니다.
하지만 열 번이나 갔을까요. 결국 기간이 끝났으니 사물함에 짐 치우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헬스장을 다시 방문하는 악수에 그쳤습니다.


다음은 요가. 처음에는 저도 S 라인이 될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과 함께 기사에 시달리며 차곡차곡 쌓인 스트레스가 명상으로 풀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요가복 몇 벌만 저의 옷장을 장식했을 뿐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낙은 야구밖에 없다면서도 직접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싫다며 툴툴대는 저를 본 선배가 제안을 해 왔습니다. “너 아이스하키 해 보지 않을래?”


사실 제 고향은 겨울이면 꽝꽝 얼다 못해 강에서 얼음 축구해도 무리가 없는 강원도 시골 마을입니다. 촌년이라는 거죠. 얼음판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그래도 살면서 아이스하기 경기 한 번 본 적 없는데 대책 없이 긍정적인 저의 성격 탓인지 뭔가 박진감 넘치는 그 모습만 상상하며 흔쾌히 수락하는 사고를 쳤습니다. 하고 싶지 않다는 남편도 설득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스케이트를 신고 처음 마주대한 얼음판은 제 상상과는 달랐습니다.
아빠가 만들어주신 썰매 타면서 호령하던 그 얼음판이 아니었던 거죠.


 


앞으로 넘어지고 뒤로 넘어졌습니다. 쉴 새 없이 얼음판과 스킨십을 나누고 집에 돌아오면 온몸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고, 다음날은 허리와 허벅지가 아파 엉거주춤 걸어야했습니다.
동갑내기 코치에게 지적을 받다 못해 혼이 나면 욱해서 그만두고 싶은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성장했습니다. 조금씩 퍽도 다룰 수 있게 되고, 넘어지는 일도 줄었습니다. 잘한다며 칭찬을 받는 일도 늘었죠.





, 나는 정말 운동신경을 타고 났나보다그렇게 우쭐거리고 있을 때쯤 첫 공식 시합을 했습니다. 상대는 목운 초등학교 아이스하키부 꼬맹이들.
설마 지랴 했는데 아주 처참하게 깨졌습니다.
(아이들이라 거친 몸싸움을 할 수 없어 졌다는 핑계가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패배는 패배.)


경기가 끝난 후 애들 앞에서 졌다고 얼굴 붉히기 뭐해 태연한 척 했지만 정말 기분 별로였습니다. 이후 운동하는 마음가짐을 다잡는데 아주 좋은 도움이 되긴 했지만요.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야구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주말에 활기가 돕니다.
얼굴도 멋진데 시합하는 모습은 더 훌륭한 우리 팀 코치와 그 동료들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종종 갑니다. 경기도 보고 그 핑계 삼아 나들이도 하곤 하죠.





아이스하키? 돈 많이 안 듭니다. 헬스장 한 달 비용이랑 비슷하거나 쌀 겁니다. 장비요? 꾸준히 운동할 마음만 있다면 코치진이 선수들이 쓰던 장비 구해드립니다. 중고가 싫어서 다 산다고 해도 술값 두어 번 아끼면 되는 정도입니다.


대신 무척 박진감 넘칩니다. 얼음 위에서 달리고, 부딪치고 하다보면 마음속까지 시원해집니다. 어쩌다 골을 넣으면 국가대표도 부럽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도 잘 풀립니다. 아주 중독도가 높아서 운동가고 싶어 안달이 날 때도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냐고 물어오는 분들도 있는데 두 시간 동안 땀 흠뻑 흘린 후 맥주 마시러 직행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안타깝게도 살은 안 빠집니다. 대신 좋은 친구들을 얻을 수 있어요.


망설이지 마시고 이 기회에 함께 얼음판을 누벼보시죠. 혼자 오셔도, 커플이 오셔도, 부부가 오셔도, 아들 또는 딸과 함께 오셔도 열열이 환영해 드립니다.(쓰다보니 아이스하키 협회 관계자 같은 느낌이네요. 하하하.)


그런데, 이런 운동을 좋아하는 저는 정말 드센 사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