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단체대화방 파문]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 와치 독으로서 지켜본다

[정준영 단체대화방 파문]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 와치 독Watch Dog으로서 지켜본다

SBS 김종원 기자 (끝까지 판다 팀)

현장01_메인

취재진이 입수한 정준영 단체대화방 내용은 휴대전화 그대로가 아닌 포렌식을 통해 추출된 자료였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성범죄, 성매매와 성접대, 탈세, 공권력 유착 등 심각한 범죄로 볼 수 있는 행위가 한 둘이 아니었다.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영웅담 늘어놓듯 주고받은 범법 행위들이 실제 벌어진 일인지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일시, 장소, 등장인물 등 대화방에 나오는 단서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이들이 2015년과 2016년에 무슨 일을 벌였는지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데 주력했다.
성범죄부터 공권력 유착까지, 끊임없이 나오는 범죄

현장01_사진1_성접대현장01_사진2_권력유착1

이들의 성범죄와 성매매 혐의는 비교적 명확해 보였다.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으며, 개중에는 몰래 찍은 영상과 사진이 남아있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불법촬영물이 정말 정준영 등 대화방 멤버들이 찍은 게 맞는지 확실히 해야 했다. 행여 추후 “불법촬영물을 유
포한 것은 맞지만, 직접 찍은 건 아니다”라고 잡아 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취재진은 사진이 찍힌 장소와 이를 유포한 대화방 멤버(연예인과 매니저 등)의 동선을 맞춰봤다. 소속사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과거 일정까지 모두 공개가 돼 있었는데, 대화방 속 내용과 정확히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예인이다보니 사생활이 일정부분 공개 된 것이 이번 취재에는 도움이 된 셈이다. 또 성범죄는 대부분 파티 자리에서 벌어졌는데 당시 참석했던 관계자 들을 파악해만나는데도 주력했다.
성접대 역시 대화방의 주요 내용 중 하나였다. 특히 승리는 2015년 크리스마스 파티에 큰 공을 들였다. 일본의 기업가인 A회장을 접대하는 자리였는데, 왜 A회장이 이리 중요한지에 대한 취재가 필요했다. 그 결과 A회장이 승리 사업에 가장 큰 투자자 중 하나이며 승리가 주인이라고 알려진 라멘 체인점의 상표권자 역시 일본의 A회장임을 알 수 있었다. 2016년 사업을 본격화하기 직전, 승리가 투자자로서 일본 A회장을 접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현장01_사진3_경찰

이와 별도의 중요한 취재 포인트가 또 있었다. 이 자료를 통째로 파기하려고 시도하는 경찰관의 육성 녹음 파일을 취재 도중 입수한 것이다. 대화방에도 경찰 유착 내용이 등장하긴 하지만 명백한 증거는 없던 상황에서 경찰관 녹취는 그 자체로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유착의 증거였다. 정준영은 2016년이미 한 차례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에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은 어찌 된 일인지,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국과수에 맡기는 절차를 무시하고, 정준영이 ‘자기 방어용’으로 사설업체에 휴대전화를 맡기도록 놔두었다. 그런데 더 나아가 그 사설업체에 전화를 해 ‘휴대전화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해 달라’고 종용을 한 것이다. 당시 정준영의 변호사 역시 사설업체에 전화를 해 ‘경찰관과 이야기를 끝냈다며 해당 자료를 파기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경찰관이 자신이 맡은 사건 피의자의 변호인과 증거인멸을 위해 팀을 이뤄 움직인 것이다. 역시 관계자들에 대한 취재를 조심스럽게 이어 나갔다.

확인의 확인을 더하는 작업의 연속
보도가 임박해서는 단체대화방 속 인물들과 직접 연락을 취했다. 탐사보도를 하면서 당사자 취재를 통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솔직한 답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번에는 유독 더 심했다. 승리는 변호사를 통해 너무나 명백한 사실까지도 모조리 부인을 하고 나섰고, 승리의 동업자인 유인석 대표는 모든 의혹에 적극 ‘해명’하겠다며, 방송국까지 직접 찾아와 눈 하나 깜짝 않고 거짓말을 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 인터뷰 당시에는 거짓말인지 아닌지조차 판단이 안될 정도로 완벽한 거짓말이었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한 장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대화방에 등장하는 가수들의 소속사는 취재진의 확인이 들어가면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 보도 자료를 내기 바빴다. 많은 등장인물들의 진술이 저마다 모두 엇갈리는 상황에서 무엇이 팩트인지 확정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또한 근원적인 문제로 단체대화방 복원 자료 그 자체가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했다. 만약 자료에 조금이라도 결함이 있다면, 결함이 없더라도 상대방이 절차적 문제를 주장할 수 있는 빈틈이 있다며, 보도 이후 법적 대응 과정까지 고려해 봤을 때 치명적이라 판단했다.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는 자료 그 자체에 대한 검증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했다.
대화방에서 오간 내용을 분석하고 취재한 결과,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 이들의 당시 행적과도 정확히 맞아 떨어졌기에 누군가 없던 일을 꾸며낸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디지털 포렌식 자료의 증거력 등을 따로 취재해야 했다. 국내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을 만나 취재했고 오염되지 않은 자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보도는 이런 모든 취재 과정보다도 훨씬 더 어렵고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취재원 보호였다. 내용 자체가 엄청나다보니 자칫 그 파장이 취재원에게까지 미칠 수 있었다. 아무리 취재가 탄탄하게 이뤄져도 취재원에 대한 보호책 없이는 보도할 수가 없었다. 취재도 취재지만, 취재원 보호를 고민하는 시간이 무척 길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 버닝썬 사건이 터졌다. 공교롭게도 승리가 등장을 했고, 불법촬영과 마약, 공권력과의 유착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직 경찰관이 피의자로 전환됐지만 거기까지였다. 수사는 더디기만 했고 좀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는 듯 했다. 이 무렵 취재원은 방정현 변호사를 대리 신고인으로 해 국민권익위로부터 공익 신고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어떤 식으로 보도를 할지 팀 내 논의를 시작했고 5개월 만에 해당 보도는 전파를 탔다.

이번 보도는 SBS FunE의 강경윤 기자가 없었다면 할 수 없는 뉴스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취재·보도하면서 많은 도움을 준 강 기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여전히 사건의 핵심인 윤 총경 유착 의혹 등, 수사가 미진하다는 비판이 많다. 와치 독Watch Dog인 탐사보도 기자로서 이번 수사도 끝까지 파헤쳐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