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콘텐츠 생산방식 버릴 때_정태명 교수(성균관대)

90 특집4 제언

14 정태명

23억 명 이상의 대규모 사용자를 가진 인터넷은 스마트폰의 급속한 진화와 함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초연결망 환경에서 연예, 금융, 교육 등 모든 분야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나아가서는 기존의 질서까지도 위협한다. 싸이가 유튜브로 세상을 정복하고, 전자화폐 비트코인이 금융의 역사를 바꾸려 한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라디오와 함께 걷기 시작한 1920년의 방송은 1954년부터는 TV와 함께 뛰더니,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날개를 달고 날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초연결망 시대에 진입하지 못한 일부 방송은 날개는 고사하고 신발조차 벗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슈머’ 등장에 주목하라!
방송이 공중파 중심의 일방적 전달에서 소비자가 참여하는 쌍방향 서비스로 진화하고, TV라는 단일 디바이스 유통 방식은 스마트폰 등의 다양화된 기기를 통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이 가져온 혁신적인 변화다. 방송인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방송이 1인 방송국 등의 다양한 방송 생산자들에 의해 점령되고 있는 실정이다. 12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미디어 몽구가 좋은 예다. 애써 부정해보려 하지만 인터넷이 만드는 새로운 판세가 대세인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방송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 소비자가 아닌 Prosumer(프로슈머: 생산자 ‘producer’와 소비자 ‘consumer’의 합성어_편집자)로 변화한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유통 경로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단순 유통이 아닌 ‘진화 유통’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일단 생산된 뉴스가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전달되는 동안 보완되고 정제되어 새롭게 변모되는 것이다. 물론, 진화 유통은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되던 생산자의 가치가 무너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득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방송 매체도 공중파에서 디지털 케이블로, 그리고 인터넷을 매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소비 패턴으로 발전하고 있다. 심지어는 디바이스를 바꾸어가며 동일 방송을 접하는 호핑 서비스도 등장했다. 방송 전 알림 서비스도, 디바이스 간 백업, 공유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쉽고 편리하게 방송을 접하려는 소비자의 욕구에 기인한 것이다. TV만을 통한 방송 유통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시청률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를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한 소비자의 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는 민감하고 이기적이다
방송 콘텐츠가 천문학적인 숫자로 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다량의 콘텐츠를 만나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만 간다. 하지만 전통적인 콘텐츠 생산자들은 공익이라는 틀에 이리저리 묶여 있어 마치 격투기 시합에서 발목에 족쇄를 차고 싸우는 격이다.

이러한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방송계의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소비자는 방송 패러다임의 변화에 민감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공익만을 강조하는 방송계의 족쇄를 풀고, 수준만을 따지는 전통적인 콘텐츠 생산 방식을 버릴 필요가 있다. 여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취재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동안 경쟁력은 점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비전문가의 방송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방송과 비방송의 영역을 넘나드는 열린 공간이 미래의 방송 환경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만드는 뉴스, 비전문가가 만든 드라마를 무조건 외면하는 닫힌 사고도 열려야 한다.

정부는 방송 소비자의 보호 정책을 세워 예기치 않은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진실이 왜곡된 콘텐츠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방송은 사회를 발전시킬 수도 파괴할 수도 있다. 그것이 공영 방송이건 1인 방송이건 소비자 보호라는 차원에서 존재해야 한다. 방송은 정보의 제공자인 동시에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의 역할도 병행하기 때문이다. 이제 글로벌을 향해 뛰어야 하는 방송계에 주어진 선결 과제다.

15 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