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 – 심석태 위원장

 shim

글_ 박성호 MBC 기자회장(본지 편집위원장)

 

책이 도착한다. 보도국으로. 기자들이 보면 도움 될 책이란다. 대개 그 자리에 몇 달이고, 아니 1년 넘게 꽂혀만 있게 된다. 제목이 적힌 옆면을 내놓고 서 있건, 표지가 있는 정면을 드러낸 채 누워 있건, 좀처럼 손을 타지 않는다. 기자들과 눈을 마주치긴 하지만 이내 외면이다. 잊혀지고, 사라진다.

여기 하나의 책이 있다. 각 사의 보도국으로 이미 뿌려졌다. 제목은 건조하지만 기자들이 보지 않으면 손해 볼 책이라고 한다. 읽어봤다. 얇았다. 1년 아니 그 이상 오래 버티고 서 있어도 될, 기자들로서는 곁에 두고 수시로 들춰봐야할 매뉴얼이자 오답노트였다.

자료 수집과 토론 등을 거쳐 4개월 만에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라는 사례 분석집을 발간한 심석태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 특위 위원장을 만났다.

 

기사 교육부터 잘못됐다

  Untitled-1

KBS, MBC, SBS, YTN 등 방송 보도에서 드러난 7가지 문제 가운데 첫 번째로 꼽힌 것은 ‘사실 관계 확인 부족’이었다.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보도처럼 기사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사는 물론이고 ‘사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기사도 사례와 함께 제시됐다.

 

“기사가 아닌 거죠. 엄밀히 말하면 기사를 쓰면 안 되는 걸 쓴 것입니다. 확인하지 않고 의도에 따라서 하다 보니 나타나는 행태죠. 다만 올해의 극단적인 상황이 반영됐고 특정사에 편중돼 나타난 경향이 있지만 길게 보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과거부터 이를테면 국정원, 안기부에서 뭘 발표했다고 하면 사실 확인 안 하고 보도자료에 나온 대로 그냥 막 쓰잖아요. 북한 정치범이 100만 명이라고 하면 그것도 본 것처럼 구체적으로 쓰고요.”

 

‘기자의 출입처 동화’ 역시 두드러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폐쇄성이 높은 출입처일수록 기자와 취재원이 유착이라고 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특위위원 9명이 각 사별로 편차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만장일치의 공감을 나타낸 건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기사였다. 다음은 그 가운데 한 대목이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청와대 내부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 내수 경제를 살리겠다며

민관 경제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른바 ‘끝장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재계와 민관 관계자들의 얘기를

꼼꼼하게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친인척 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을 딛고

일 중심의 경제 사령탑 행보를 재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확인이 부족한 기사나 출입처에 동화된 기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는 기자의 감정이입이다. 즉 있는 그대로 쓰지 않고 지어냈다는 것일 터인데, 그렇다면 ‘述而不作’에 곧바로 위배되는 셈이다. 어떤 분류 항목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이 문제점을 저널리즘 특위는 ‘관습적 기사 작성’이라는 항목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철되면 철따라 쓰는 기사가 있죠. 여기도 확인 안하고 씁니다. 날씨 스케치를 예로 들죠. 등산객의 마음속을 다 읽어서 기사를 쓰잖아요. 기사의 기본은 결국은 팩트인데, 갓 들어온 기자한테 이런 훈련을 시킵니다. 휴일 스케치 말랑말랑하게 잘 쓰면, ‘아, 잘 쓰네. 작문 능력과 제작력이 있네.’하고.”

 

제시된 사례를 보자.

(A)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은 울긋불긋한 산세를 내려다보며

산행의 피로를 잊었습니다.”

(B) “혹한의 날씨도 특전대원들의 앞길을 막진 못합니다.

적진 깊숙한 곳에 은신처를 구축해 적의 동향을 살피고,

쥐도 새도 모르게 목표물에 접근해 폭파 임무를 완수합니다.”

 

여기서 나타나듯 (A)의 경우는 아예 기자가 ‘독심술’을 부리고 있고, (B)의 경우는 날씨의 조화와 자연 생태계까지 관장하는 전지전능한 경지로 올라가 있다.

 

저널리즘 특위는 이런 관습이 기자를 망치고 뉴스를 망치는 주요한 요인으로 봤다. 심석태 위원장은 심각했다. 평상시 여러 사람에게 이런 문제점에 대해 동의를 구했을 법한 어조였다.

 

2

 

“그런 식으로 훈련 받던 사람들이 재벌 취재를 한다면서 속마음까지 읽어서 다 쓰잖아요. 청와대 출입을 하게 되니 불 꺼진 창문만 봐도 대통령의 고뇌를 읽어내고 그러잖아요. 이런 식으로 발전해 가다 보면 이게 정파적인 부분에 휘말리면 사정없이 기자가 한 방향으로 가는 거죠. 자사이기주의로 가면 사정없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 몸 던지는 것이고. 팩트에 의존하지 않은, 확인하지 않은 글을 쓰는 버릇이 초년병 때부터 몸에 배어서 절정으로 꽃피우는 형태가 청와대 리포트가 되는 것이죠. 회사마다 똑같지는 않지만요. 어쨌든 우리 스스로가 확인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쓰는 것에 대해서는 손이 떨려야 하는데…”

얘기는 자연스레 ‘반(反) 휴일 스케치론’과 함께 ‘반(反) 제작능력론’으로 옮아갔다.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써대는 기사들에 대한 회의적 인식이었다.

 

“난 그래서 휴일 스케치가 대단히 나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차라리 휴일 영상을 보여주거나 팩트를 가지고 드라이하게 해야지 말랑말랑 그렇게 초쳐서 하는 것은 가슴이 오그라들어요. 그런걸 후배 기자들이 아무런 저항감 없이 쓴다고 생각해요. 스포츠 기사의 경우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는 선수들의 피땀 어린 스토리 등등 잘 만들거든요. 그럼 제작 잘한다고 하죠. 난 그게 진짜 문제라고 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릇된 기사 작성 관습이 기자의 경력이 쌓일수록 더 문제가 된다는 심 위원장의 진단은 비록 일반화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생소하지 않은 우려와 경고를 담고 있다. 어렸을 때의 교육이 중요한 것처럼 초년 기자 시절 기사를 팩트에 따라 정확하게 쓰는 훈련이 중요하다는 기자 교육론이다.

 

“법조 기자 같으면 팩트 취재를 열심히 해서 팩트로 승부를 걸어야 하죠. 거기에서 초년 경력을 많이 쌓은 기자들은 좀 다른데… 사건기자, 요즘 사건기자는 사실 제작기자 아닙니까? 그거 몇 년 하다가 고생 했다고 정치부로 가고, 정치부에서는 팩트만 갖고 쓰는 게 아니라 분석에 매달리죠. 팩트를 따지려 들면 ‘아, 그건 사회부 기사야.’ 하고. 그리고 청와대 가면 완결되는 것이죠.”

 

저널리즘의 위기는 어디서 왔는가

 

『7가지 문제』에서는 방송 기자들의 자사 이기주의 행태도 짚어냈다. 수신료 문제, 정수장학회 논란, 지상파 종일 방송 등의 이슈를 다룰 때, 이해가 걸린 방송사 보도는 늘 공공 자산인 전파를 자사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썼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었다.

자사 이기주의의 기사가 나가는 데에는 기자들의 협조, 순응이 깔려 있다. 기자가 회사원이 돼 간다는 지적과도 같은 말이다. 심 위원장은 그것이야말로 저널리즘 위기의 근원이라고 강조한다.

 

“저널리즘의 위기가 어디에서 왔냐 하면, 기자가 회사에 들어와서 급속도로 회사원으로 편입되고 조직에서의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 한 몇 년은 자기 고민 없이 그냥 몸을 던져서 사는 것이죠. 그래야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살잖아요.”

문제점들을 정리했으면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도 생각했을 것이다.

 

“기자들이 어떤 기사를 쓸 때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때 이번에 낸 ‘7가지 문제’를 통해서 ‘이 기사는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거야. 이 기사는 이렇게 써야 하는 거야.’ 하는 식으로 모든 기자들의 기본적인 업무 매뉴얼로 공유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생기면 ‘확인하지 않은 팩트를 갖고 기사 쓰지는 말자’는 결의를 조직적으로, 방송기자연합회 차원에서 공동 결의를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확인되지 않은 것에 대해 쓰라는 데스크의 요구는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프로페셔널로서의 기본적인 원칙을 선언하면, 그릇된 기사 작성을 요구받아도 ‘선배가 그걸 확인했습니까? 나는 확인 안 했으니 못쓰겠습니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이번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좋은 책을 읽고 술자리 선후배들 앞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식이었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3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고문 및 위원들.
(왼쪽부터) 임대근(MBC, 제4대 방송기자연합회장), 김호성(YTN), 정필모(KBS) 고문, 김기봉(YTN), 이성주(MBC), 강형철(숙명여대), 윤태진(연세대), 최문호(KBS) 위원

 

“2011년 7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The Elements of Journalism』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외국에선 기자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그것을 교육에 반영해 시스템화 시켜서 뭔가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론의 독립성 등의 문제제기를 많이 했지만 진짜 언론의 본질적인 측면에 대해 진지하게 문제의식을 갖고 해 본 적이 있었나 하는 고민을 한 거예요. 그러다 그 책을 역시 읽어보셨던 당시 임대근 방송기자연합회장과 의기투합했죠. 진보 언론도 보수 언론도 다 좋은데 언론이라면 최소한의 가치는 동의하는 게 있어야 하지 않는가? 조선일보든, 오마이뉴스든. 그리고 외부에도 언론에 대해서는 이 정도 기대를 넘어서 요구하는 게 아니오, 라고 선을 그어주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매뉴얼이 부족한 한국 사회, 그것도 더더욱 부족한 기자 사회로서는 후속작이 기대된다. 의례적 마지막 질문인 향후 계획에 비장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이걸 일회성으로 끝내는 게 아니고 방송기자 사회 내의 운동처럼 실천하자는 생각이 퍼질 때까지 적어도 2, 3년은 계속 저널리즘 특위에서 노력을 할 것입니다. 피드백을 받아서 더 발전시키고 학계에 요구해서 교육을 하게 하자는 원대한 계획이 있죠.”

이제 텍스트 밖으로 나가자. 언론계 내부의 요인뿐 아니라 외부 환경을 봐도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할 지금 같은 시기를 방송 기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지금이 매우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현 정부 덕분에 언론이라는 게 상당히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취약하다, 누구라도 언론 자유를 놓고 장난질 할 수 있고, 방송사 몇 개가 한꺼번에 생겼다가, 언론인들이 해고가 됐다가, 하는 걸 봤잖아요. 이런 위기에서 도대체 언론이 뭐냐에 대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민을 많이 갖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데에는 참 좋은 시기라고 보고요. 입사했을 때의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목에서 ‘7가지 문제’ 대신 ‘7가지 문제점’이라고 하는 게 어땠을까 싶다는 것 외에는 트집 잡을게 없다. 일독을 권한다.

7대 문제 유형

1. 사실관계 확인 부족

2. 정치적 편향

3. 광고주 편향

4. 출입처 동화

5. 자사 이기주의

6. 시청률 집착

7. 관습적 기사 작성

 

<방송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는 PDF와 ePub(이북) 두가지 버전으로 무료로 배포됩니다. 단, 인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표시해주셔야 합니다.

 

 

[PDF 버전 다운로드]

 

 

 

 

 

[ePub 버전 다운로드]

 

 

epub 버전의 경우 컴퓨터 epub 뷰어 또는 안드로이드 유페이퍼 어플을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저장방법

1. 구글 플레이 혹은 마켓에서 유페이퍼 전자책 어플을 다운로드.

2. 위 링크에서 ePub 버전 다운로드 후 컴퓨터에 저장.

3. 2번 과정을 통해 저장한 ePub 버전을 스마트폰 sd카드에 저장 후

유페이퍼 어플에서 파일 지정 후 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