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새로운 미래, Big Data 정보의 홍수 시대 저널리즘의 좌표_KBS 박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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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TV를 켜지 않는 현실
저널리즘의 위기는 예견돼 있었다. 누구든 손쉽게 자신이 보고 느낀 걸 세상에 올리고 공유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생각해 보라. 어떤 이는 저녁을 먹고 침대 위에 누워 그날 놓친 주요 뉴스를 ‘가장 많이 본 뉴스’와 ‘가장 많은 댓글’ 순으로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읽어내려 간다. 그녀의 남편과 아들은 어떤가? 아침마다 출근과 등교를 앞두고 식탁에 앉은 그 바쁜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 지난밤 포털에 올라온 사건 기사부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에 업데이트된 수많은 정보를 소화한다. TV를 켜거나 종이신문을 집어들 일이 없다.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은 당신보다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당신은 그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젊은 날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말처럼 훗날 스마트폰이란 것을 세상에 내놓았다. 스마트폰의 탄생이 대변하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기존 미디어 수용자들의 습관을 뒤바꿔 놓았다.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만든 정보를 손쉽게 공유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찾아 소비한다. TV 뉴스나 신문기사, 좋아하는 드라마 혹은 영화를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서 자신이 원할 때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정보는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 가운데 어느 것이 자신에게 필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인지를 확인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보의 단순 전달이라는 기능에서만 보면 언론은 이미 SNS에 패배한 지 오래다.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한 수천만 대의 스마트폰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방방곡곡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스마트폰과 트위터를 통해 생산되고 전해진 정보와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재생산, 기사화되고 있는 현실을 되새겨 보자. 언론은 이제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

빅 데이터란 무엇인가?
단순하게 보이는 사건도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소가 숨어 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사건 전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건과 정보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특정 사건 혹은 사회 현상과 관련한 핵심 정보는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이런 면에서 탐사 저널리즘은 그동안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무수히 많은 탐사보도들을 통해 사건의 이면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진실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빅 데이터 시대, 탐사 저널리즘의 고전적인 역할과 기능만으로는 쉼 없이 다원화되고 세분화되어가는 미디어 수용자들의 요구를 담아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빅 데이터Big Data는 단순히 오늘날 생산되는 정보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를 일컫는 것만은 아니다. 수없이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기기들로부터 생산되는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를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처리하고 분석하고 있는 세상의 새로운 트렌드를 아우른다.
인터넷에 짤막한 댓글 한 줄을 다는 순간,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이동하는 순간, 음식점이나 쇼핑센터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순간에도 모두 데이터가 생산된다. 현대인이 움직이는 순간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 기관에서 만들어내는 데이터, SNS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사진과 영상, 텍스트를 포함해 하이패스 혹은 바코드 등을 통해 자동으로 생산되는 제품 및 물류 정보들이 모두 데이터다. 2년마다 기존 데이터의 두 배가 넘는 양의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 데이터 속에는 기존 저널리즘으로는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빅 데이터로 발굴한 새로운 기사들
뉴욕은 교통지옥이다. 택시를 잡으려면 수십 분씩 기다리는 게 다반사다. 뉴욕 시민들은 이런 질문을 할만하다. 택시 잡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덕분에 이제 뉴욕 시민들은 그 답을 알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9천만 건의 뉴욕 택시 승하차 데이터를 분석해 ‘Tracking Taxi Flow across the City’란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택시가 승객을 태운 시간과 장소를 핫 스팟hot spot으로 분석해 맨해튼의 택시 운행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뉴욕 시민들의 24시간 이동과 생활 패턴 또한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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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Tracking Taxi Flow across the City’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의 데이터 저널리즘은 정평이 나 있다. 2011년 런던 폭동 당시 떠돌았던 경찰의 소녀 폭행설 등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된 트윗 257만 건을 분석해 ‘Reading the Riots’란 기사를 실었다. 가디언 데이터 블로그에는 지금도 당시 폭동을 인터랙티브하게 시각화한 그래픽은 물론 폭동에 가담한 젊은이들의 이동 경로뿐 아니라 폭동 전후 해당 지역이 어떻게 변했는지 등에 관한 탐사보도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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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Reading the Riots’

빅 데이터를 활용한 탐사보도물은 아직 많지 않다. 데이터 저널리즘의 역사가 2, 3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 저널리즘의 이름으로 나온 상당수 보도물이 ‘빅 데이터’를 활용한 보도라기보다는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한 경우임을 보게 된다.
하지만 저널리즘은 현재 빅 데이터를 만나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미래 저널리즘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 데이터 저널리즘의 특징은 무엇보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시각화하는 데 있다. 정보의 요약이 아니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분석해 시각화한 뒤 인터랙티브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클릭 몇 번으로 누구든 쉽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가 개인에게 필요한 맞춤정보가 되는 순간이다. 경찰국으로부터 범죄 데이터를 건네받아 범죄가 늘고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 인터랙티브 맵interactive map으로 실시간 서비스하는 LA타임스의 ‘Crime LA’ 프로젝트가 그런 예다.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 어떤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손쉽게 알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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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Crime LA’

 

 일목요연한 시각화, 인터랙티브 그리고 맞춤형 뉴스

『정밀 저널리즘』Precision Journalism이란 저서를 통해 컴퓨터를 활용한 탐사보도 CAR의 시대를 최초로 열었던 필립 메이어Phillip Meyer는 “정보가 별로 없던 시절에는 기자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넘쳐난다. 이제는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분석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졌다.”라고 말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 및 가공, 분석해 기사화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이 어떤 사안에 대한 파편화된 정보가 아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통찰력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립 메이어의 말은 빅 데이터 시대 저널리즘의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고 있다.

센서스 데이터를 인종, 수입, 교육 수준 등 카테고리별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뉴욕타임스의 ‘Mapping America: Every City, Every Block’ 프로젝트뿐 아니라 오바마와 롬니의 대선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가장 경쟁이 치열한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등 9개 주에서 롬니와 오바마가 각각 승리할 경우의 수를 분석해 차기 대통령을 누구나 쉽게 예측해 보도록 한 ‘512 Paths to the White House’라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는 한발 더 나아가 반세기 넘는 미국의 대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1952년 민주당 스티븐슨 후보와 공화당 아이젠하워 대통령 후보의 격돌을 시작으로 이후 대통령선거 때마다 미국의 50여 개 주들이 어떻게 공화당과 민주당을 지지해 왔고 시대상황에 따라 어떻게 입장이 변했는지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기사도 내놓았다(‘Over the Decades, How States Have Shifted’,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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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512 Paths to the White House’

내가 낸 세금을 정부가 어떻게 사용하는지(‘Where Does My Money Go?’, Open Knowledge Foundation Project), 어느 병원에서 어떤 감염이나 사고의 위험이 환자들에게 도사리고 있는지(‘Do No Harm: Hospital Care in Las Vegas’, Las Vegas Sun)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인터랙티브하게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예전 같으면 몇 회에 걸친 시리즈로 마무리됐겠지만, 이 기사들은 모두 데이터가 추가로 확보될 때마다 업데이트돼 더욱 정밀한 기사와 서비스로 다시 태어난다.

      

마치며: 위기의 저널리즘을 구할 콘텐츠 혁신
스마트폰 혁명으로 시작된 뉴스 소비패턴의 변화는 기자들에게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저널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와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석해 시대의 흐름과 사건의 핵심을 관통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다. 월드와이드웹WorldWideWeb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 역시 저널리즘의 미래를 데이터에서 찾고 있다(“Data-driven Journalism is the Future” Tim Berners Lee).
스마트폰과 앱app 그리고 웹web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혁명은 수많은 데이터와 콘텐츠를 매일같이 쏟아내고 있다. 학계와 기업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빅 데이터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정보와 패턴을 찾아내 활용할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저널리즘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으로 세계 뉴스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주도해 왔던 탐사 저널리즘은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증가와 이를 분석하기 위한 컴퓨터 분석 도구의 출현은 위기에 빠진 한국 저널리즘에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콘텐츠에서 비롯되고 있다. 빅 데이터를 활용한 양질의 콘텐츠 생산만이 저널리즘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