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와대가 아닌 시청자를 바라봐야” KBS 김태선 기자

  interview

앞서 본 청와대 뉴스의 특성은 비단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에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다르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방송기자』는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2002년, 2005~2007년)에 걸쳐 청와대를 출입한 KBS 김태선 차장을 만나 청와대 리포트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더 깊이 물어봤다. 김 기자는 출입 당시 폭넓은 취재와 함께 관행적 기사작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자사는 물론 타사 기자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에 기사를 쓸 때 어디에 중점을 뒀습니까

청와대 기사에는 외교, 정책, 정치, 인사, 대통령의 발언처럼 대단히 중요하고 무거운 주제들이 많습니다. 청와대에서 주는 자료나 대변인, 수석들의 브리핑을 그대로 쓸 경우엔 시청자들이 정확하게 내용의 본질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내용을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고 어려운 단어나 내용도 가급적 쉽게 단문으로 풀어서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자칫하면 보도자료를 그냥 요약 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가급적 벗어나려고 노력은 했는데, 충분치 않았던 것 같아 부끄러운 생각을 할 때가 있죠.

 

“제한된 취재 여건, 제대로 하려면 무한대의 취재”

 

IMG_7612기자들이 그런 말을 하죠. 모르면 어렵게 쓰고 취재 많이 하면 쉽게 쓸 수 있다고요. 취재는 어떻게 했습니까

사실 청와대 출입기자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예컨대 부동산 정책 브리핑이 있다고 하면 해당 부처의 관계자나 자사 담당 기자와 통화해서 어떤 맥락에서 논의가 진행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발표가 있게 된 건지 확인을 했죠. 청와대와 부처 간의 논의 과정이나 청와대 내의 관련 수석들 간 논의 과정을 체크해 보면 전반적인 윤곽이 잡혔고, 그러면 국민들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제대로 전달될 필요가 있겠다는 기자 나름의 인식과 판단이 서게 됐던 것 같아요.

저도 많이 그렇게 했지만 사실 쉽게 하려면 쉽죠. 발표 내용을 그대로 받아쓴다고 해서 딱히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사실은 누구나 다 할 수 있거든요. 제 생각에 청와대 기자는 그야말로 1, 2년차, 수습기자도 할 수 있고 또 고도의 판단력과 취재력을 가진 베테랑 기자가 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결과물은 좀 다르겠지만요.

 

청와대 기자들은 권부 핵심에 있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굉장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실제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기자실과 화장실 외에는 없다는 얘기도 합니다. 만날 수 있는 취재원 수가 적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사실은 아무도 안 만나도 상관이 없고요. 상관이 없다는 것이 그냥 받아쓰는 식으로 기사 쓰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무한대로 취재를 해야 하죠. 청와대 내에도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을 비록 다는 안 되더라도 체크해야죠. 그 사람들이 부처와 협의 과정을 거친단 말이죠. 그런 과정도 맥락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각 부처 사람들, 예컨대 교육정책이면 교육부 장관이나 차관 또는 담당 국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그런데 하루하루 계속 기사를 따라가다 보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점심 저녁 약속을 잡아 만나는 식의 취재가 필요했죠. 제 경우는 자주는 아니었지만 기자 몇몇이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고위 관료들과 점심 자리를 만들어서 흘러가는 동향이나 사안의 맥락을 들어보는 식이었습니다. 입체적으로 취재를 하려면 무한대로 할 수 있고요. 그렇게 안 하려면 그냥 화장실과 기자실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이고요.

 

취재 여건이 좋지 않군요.

김대중 정부 이후로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에서 청와대로 이동하는 게 차단이 됐거든요. 수석이나 보좌관들을 자유롭게 만날 기회가 많지 않게 됐죠. 그러다보니 그쪽이 원하는 대로 메시지를 생산할 가능성이 많고요.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도 일을 해야 하는데 기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취재하면 국정을 맡은 사람 입장에서는 괴로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자 입장에서는 메시지가 나오게 된 과정을 전화 취재나 면담을 통해 확인하고 그 내용들을 기사에 적절히 녹여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한계는 있습니다.

 

“끊임없는 각성 없다면 출입처 동화 소지 커”

 

그래서 청와대 리포트의 절대 다수가 단순 전달의 형태이군요

청와대 기사가 대통령의 동정과 발언 위주로 갈 수 밖에 없는 부분에 한계는 분명히 있죠. 그 사람들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일들도 많아요. 그런 것들을 걸러 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정제된 말로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싶은 내용만 보도되길 원하는 속성이 있고, 그 이외의 맥락이나 비판적 논의라는 게 알려지길 원치 않죠. 제가 출입하던 때(참여정부)도 마찬가지였겠죠.

 

참여정부 때건 MB정부 때건 청와대 기자들의 리포트가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넘어서 출입처와 건강한 긴장 관계를 만드는 데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비단 청와대뿐만 아니라 출입하다 보면 출입처 논리에 경도되는 기자의 경향성이 있죠. 더군다나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 옆에서 지켜보고 정책결정 과정을 취재하다보면 대통령의 고뇌, 보좌진들의 애환들에 대해 이해를 많이 하게 돼요. 저도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문제는 이해를 넘어 공감하고, 또 그걸 넘어 그들에 대한 공격이나 문제제기에 대해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의 마타도어, 정치적 공세로 인식하게 되는 경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시청자의 위임을 받아 취재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각성하지 않으면 출입처에 동화될 가능성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경우에 보면 대통령의 말에 오히려 기자가 더욱 의미 부여를 하고 각색을 하면서 ‘강력하게 지시했다’라는 식으로 멘트를 많이 쓰죠. 가급적이면 표현상의 기름을 더 빼서 팩트 위주로 쓰는 게 맞겠죠.

 

2006년 11월 29일 리포트 하셨던 <대통령직의 무게>가 기억납니다. 그 때 ‘대통령직이라는 게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위임된 권력은 의무이지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 발언의 가벼움을 비판하셨던데요

당시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어서 이것을 한번 짚어줄 필요가 있겠다 싶었죠. 방송 당일 아침에 부장과 이야기를 했고, 편집회의에서도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KBS가 대통령에 대한 정면 비판 비슷한 리포트를 했으니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공식적으로 기자에게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오게 됐냐는 문제제기나 항의는 없었어요. 국장이나 부장에게는 했는지 모르지만 들은 바는 없습니다. 그리고 한 일주일인가 지나서 당시 비서실장이 점심을 하자면서 대통령의 현재 입장과 심리, 전체적인 상황은 어떻다고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그러면서도 기사에 대한 항의는 없었어요.

 

노무현

 

“대통령 비판 기사 쓸 수 있는 여건 아쉬워”

 

근래 1, 2년 사이에는 그런 식의 비판 보도는 눈에 띄지 않더군요.

지금은 그런 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명박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게 비판을 받았는데, 그러면 그런 부분에 대해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짚어줄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데 제가 과문한 탓인지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복합된 상황이 전제돼야죠. 언론환경, 정치권력, 기자 개인의 노력,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비판 보도가 가능한 게 아닌가 싶어요. 기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것 같고요. 전반적인 사내 분위기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를 용인하지 않는다면 기자가 발제를 할 수도 없고, 편집회의에서 채택될 수도 없는 것이죠.

 

지난해 방송사들의 제작거부 때 지적된 불공정 보도에 청와대 기사도 포함됐었는데요.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 입장에서 볼 때는 어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이 불거졌을 때가 생각납니다. 초반에는 촬영기자만 내곡동 현장에 가서 스케치를 해 온 걸로 압니다. 물론 청와대 기자들이 출입처를 벗어나기 어려운 측면은 있지만 기자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게 기본인데 사내 시스템을 통해서 사회부 기자라도 즉각 보내 취재를 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나중에는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사안이 발생했을 때 청와대 기자들은 청와대 담당자의 해명만 받아쓰고 중계방송을 거듭 했죠. 물론 저도 과거에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는 청와대 해명만 보도하는 기자는 아니잖아요.

이런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부터 내려오는 청와대 출입기자의 자세, 고정된 틀에 갇히려는 관행에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기사를 쓸 때도 대통령을 주어로 하지 않는 청와대 기사는 이상하다는 식으로 대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건 다른 부서에서 해야한다고 생각을 하는…

 

청와대 해명을 전하더라도 액면 그대로일 필요는 없겠죠. 과거 김 선배 리포트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파장을 수습하려는 청와대측 해명을 이렇게 꼬집었더군요. ‘연설 현장에서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다소 격한 표현이 사용됐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입니다만, 그것이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네,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반복되는 얘기지만 그것을 용인하는 사내 환경과 언론 환경, 정치권력의 의지, 이런 것들이 포괄적으로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그 당시에는 그나마 조성이 돼 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기사 표현에 대해 얘기해 보죠. 대통령 기사의 서술어는 통상 ‘지시했다, 질타했다, 강조했다,

당부했다’가 많죠. 마치 교장 선생님 훈화처럼 전달된다는 느낌을 과거부터 받았는데요. 김 선배 기사에는 그런 표현이 상대적으로 적긴 했습니다만. 말씀대로 전형적인 게 있어요. ‘000 대통령은 ~라고 말했습니다, 지시했습니다 또는 당부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한 리포트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면 사실 단신과 다를 바가 없죠. 그래서 가급적이면 저도 ‘대통령은’이라는 주어를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지만. 서술어도 시청자들을 상대로 리포트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시했다, 당부했다’라는 일방적 내용으로 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기사를 썼죠.

 

쓰셨던 기사를 또 보죠. ‘대부분의 언론은 간과했습니다만 어제 고 전 총리 발언은 사실 한 참석자의 건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경고 메시지다, 세 결집 시도다 등등의 얘기가 있습니다만, 모두 추측들입니다.’ 이런 표현들은 타 매체의 보도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겠다는 표시로 읽히던데요

제대로 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맞습니다.

 

“국정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는 건 착각”

 

극히 일부이겠습니다만, 간혹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뭔가 오만하다고 할까 좀 부정적으로 비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청와대 출입을 해보지 않은 기자들의 생각입니다만.

출입기자들 가운데 그런 생각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와대라는 곳의 분위기 자체 때문에요. 정치도, 외교도, 정책도,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의 최고 단계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옆에서 들여다보기 때문에 마치 자기가 국정을 꿰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기사도 그쪽에서 하는 이야기만 듣고 ‘아, 이건 이런 거야’ 할 가능성도 있고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정책이나 발언은 그것이 나오게 된 과정이 있고, 우리는 그 마지막 단계만 접하는 것이죠. 그것도 그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일방적 으로. 그렇기 때문에 출입기자 입장에서는 마지막 단계까지 나온 과정들을 훑어볼 필요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예컨대 외교 사안이 나오면 외교부 출입기자에게 계속 물어보죠.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이렇게들 이야기하던데 맥락은 뭐냐, 부처 내에서 반대 의견은 없냐, 여론은 어떠냐.’ 그러면 청와대가 내놓은 일방적인 내용 이외에 다른 맥락까지 여러 흐름을 파악할 수 있지 않겠나 싶었어요. 그 기본 전제는 내가 최고의 권부를 출입하고 옆에서 지켜보기 때문에 국정 시스템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는 건 착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청와대 출입을 하게 될 후배들에게 한 말씀하신다면?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청와대나 대통령이 아니고 국민이고 시청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 청와대에서 나온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고 국민들의 입장에서 수용되게끔 기자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시청자 입장에서 기사의 형식, 내용을 가다듬어서 정확한 내용을 훼손하지 않고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저도 그런 노력을 하긴 했는데 많이 미흡했습니다.

 

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