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미디어 시대, 콘텐츠 전략 어떻게 짜야 하나?_강형철 교수(숙명여대)

93 특집1 진단

02 강형철

 

이른바 ‘융합 미디어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방송영역에서 과거와는 획기적으로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랫동안 과점을 유지해온 지상파 방송사들에, 또 지상파 방송에 대한 도전자로서 점유율을 급속히 확장하던 케이블 TV에, 그리고 케이블 TV의 다채널 서비스 지분을 나눠가지려던 위성방송에도 당혹스런 일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학계나 업계, 그리고 언론계에 산재해 있는 ‘신(新)문물 소개 전문가’들이 IPTV, OTT1), N-스크린2) 등을 이야기할 때 “그런 게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이것들이 엄연한 주요 역할자들로 성장하였다.

 

변화의 두 방향: 비선형/이동형
03 그림1미디어와 그의 소비는 분명히 선형에서 비선형으로, 고정형에서 이동형으로 이행하고 있다(그림1). 여기서 ‘선형’이란 끊임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야기꾼처럼 방송사가 편성시간을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을 뿌려주던 방식을 말한다. ‘비선형’은 오락실 주크박스에 동전을 넣고 음악을 골라 듣게 하듯 프로그램을 늘어놓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보게 하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이 선형이라면 IPTV의 VOD 서비스는 비선형이다.

또 다른 축에서는 방송 시청 미디어가 고정형에서 이동형으로 변하고 있다. DMB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이동형 미디어의 확산이 이를 말한다. 한국인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벌써 80%에 육박했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가 전통 매체(TV 수상기, 라디오)의 이용을 줄이는 비율은 스마트폰 비이용자의 그것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융합미디어가 선형에서 비선형으로, 고정형에서 이동형으로 발전하면서 시청자들의 방송 콘텐츠 소비 방식도 그에 맞춰 변하고 있다.

콘텐츠·장르, 시청 방식 변화에 맞춰야
당연히 방송 콘텐츠는 이러한 미디어 변화, 또는 시청방식 변화에 맞춘 것이어야 한다. 우선, 비선형/이동형 미디어에 익숙한 시청 층을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곧 선택주도성(뉴미디어 효능감)이 높은 시청자를 뜻한다. 선형 방송 시절에도 시청률 제고는 이동성이 강한 시청자를 잡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중요한 채널 편성 전략은 자사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 즉 유출을 막는 것과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방법이었다. 채널 이동성이 약한 시청자 층은 리모컨을 잘 돌리지 않지만 이동성이 강한 시청 층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청 층은 아무래도 젊은 편이며, 교육 수준과 구매력도 높다.

프로그램 장르도 미디어 발전과 시청방식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비선형 시청에는 아무래도 드라마,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맞는다. 뉴스와 시사는 ‘시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과 관계없이’ 시청자가 편한 시간에 골라보는 대상이 되기 어렵다(이러한 점에서 종합편성 채널들이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수 있다.). 고정형 시청에는 아무래도 긴 프로그램이 맞고 이동형 시청에는 짧은 프로그램이 맞다. 그러나 스마트패드 등을 이용한 이동형 시청이 반드시 실외 상황을 의미하지 않는다. 즉, 실내의 고정형 TV를 보지 않고 시청자가 원하는 편한 장소에서 시청하는 것을 뜻한다고 할 때는 여전히 기존 지상파 방송 길이의 프로그램은 경쟁력을 가진다.

젊은 층 이탈, 방치할 것인가?
그런데 한국 주류 방송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덜 민감한 것 같다. 지난 10년간 30대의 지상파 시청률은 3분의 1로 줄었다. 젊은 층은 케이블 TV, 위성방송, IPTV, OTT 등 뉴미디어로 대폭 빠져나가고 있다. 지상파 시청률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고령 인구비중이 늘어난 데다, 이들은 익숙한 지상파에 남는 경향이 강하다. 시청률을 올리려면 고령층을 잡아야 하므로 프로그램 내용도 이들에게 맞추게 된다. 그러다보면 선형 미디어(지상파)에서 1차 방영한 뒤 비선형/이동형 미디어(N-스크린 등)를 통해 시청자를 더 확보할 가능성을 좁히게 된다. 그나마 확보하던 고령층도 종합편성채널들이 빼앗아 가고 있다.

tvN <꽃보다 누나>가 첫 방송에서 유료방송 가입 가구 시청률 10%를 넘겼고, 같은 방송의 <응답하라 1994>가 8%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상파가 아닌 방송이 이러한 시청률을 올린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젊은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들에 열광하고 있다. 현재의 고령 시청자들은 어릴 때부터 KBS와 MBC 프로그램을 보며 성장하면서 이 채널들에 충성도를 형성했다. 그런데 현재 젊은 시청자들은 tvN을 보며 자라고 있다. 다매체 시대에 소외되는 노년층을 지상파 방송이 홀대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콘텐츠의 참신성까지 훼손해서는 미래가 없다. 젊은 층의 관심사 및 견해와는 동떨어진 <9시 뉴스> 시청률이 20%나 넘고 있다며 자족하고 있는 방송사의 현실이 안타깝다.

                                  

1) Over The Top. 기존의 통신 및 방송 사업자가 아닌 제3사업자가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2) 하나의 콘텐츠를 스마트폰, PC, 스마트TV, 태블릿PC 등 다양한 디지털 정보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는 차세대 컴퓨팅ㆍ네트워크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