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워싱턴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난 6월 중순에 진행된 방송기자연합회의 재난재해 해외연수는 10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당시 정부 대응 시스템의 문제와 언론 보도의 적실성 평가 등 미국의 앞서간 경험을 배우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워싱턴에서는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등에서 한반도에 대한 ‘워싱턴’의 시각을 가늠해 볼 소중한 기회도 있었다.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북 대화, 남북 관계 진전을 희망합니다. 사드(THAAD)는 결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닙니다.’ 미국 국무부, 국방부 그리고 의회 관계자들과의 미팅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동일하게 반복됐던 입장이 재강조됐으나, 사드 관련 발언들은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의미 심장’한 것들도 적지 않았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고고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말하는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와 양자 간의 협의가 없었다.”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만약 협의 수준까지 진전이 된다면 이는 북한의 위협 때문이다.”라고 했다. 국방부의 아태지역 정책 담당관 역시 “북한 위협에 맞춤형이다. 한국 정부에 요청도 안했고, 협의도 없었다. 다만 만약 앞으로 하게 된다면 그건 북한의 위협 때문이다.”라며 신기하리만치 비슷한 논리를 전개했다. 곧 ‘북한의 위협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예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국방부의 공보 담당관은 추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논란이 촉발된 ‘부지 조사’ 보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관심을 끌었다. 첨단 무기인 사드를 원하는 부대가 많아 뎀프 시 합참의장이 예하 사령관들에게 사드가 왜 필요한지 등을 포함한 ‘사드 보고서’를 내도록 지시했고, 주한 미군도 그 차원에서 왜 필요한지, 하게 된다면 부지는 어디로 할 것인지 등이 포함된 보고서를 준비했으며 한국 땅에서 이뤄지는 부지 조사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얘기하고 부지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군인들은 정책담당관이나 외교관과는 달리 직설적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협의했나?’하는 질문에 ‘부지 조사를 위해 협의’한 것은 맞기 때문에 ‘했다’는 대답이 나왔고 그게 파장이 일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지 조사를 위한 협의’를 한 것은 맞지만 이는 미군 전체 차원의 보고서 작성 차원이었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위한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연수를 마치고 워싱턴을 떠나던 6월 25일, 로즈 국무부 차관보는 한 토론회에서 “한반도에 대한 잠재적인 사드 배치 결정을 고려하고 있지만,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며 다시 한 번 ‘한반도 사드 배치’를 위한 분위기를 공개적으로 띄웠다. 그는 이미 6월 19일 “협의는 없었다.”면서도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 있지만….”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목받은 바 있다.

남북관계는 요즘 말 그대로 최악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을 공개하는 등 핵전력을 강화해 나가자 한국은 대통령이 참관한 500km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대응했다. 또 UN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설치,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금융 제재 등 연이은 압박에 북한은 ‘북남 관계 파국, 도발, 징벌, 종착점은 전쟁’이라는 극한 용어를 동원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동북아 정세는 그렇지 않아도 미·중 간의 대결 국면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아시아 복귀(Pivot to Asia), 재균형 전략에 중국은 ‘신형 대국 관계’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남중국해를 비롯한 곳곳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국의 대리인을 자처한 일본의 군국주의, 국가주의 역시 핵심은 군비 증강이어서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한반도의 외교·안보 전략을 다루는 언론의 기사가 더욱 중요해진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의 엄중함 때문이다. 워싱턴의 당국자 및 담당자들은 한반도의 상황을 매우 편하게, 여유 있게 설명했다. 수만리 떨어진 한반도는 그들에게 객관화된 ‘타자’他者일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한반도가 결코 ‘타자’가 될 수 없지 않은가?

이번 호 『방송기자』가 특집에서 살펴본 것처럼 객관성과 공정성, 사실 확인(fact finding)에 기반을 둔 북한 관련 보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과도한 추측, 과장, 아니면 말고 식의 외교·안보 기사 쓰기는 정부의 냉철한 외교 전략에 ‘들보’를 끼워넣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 바로 지금 우리 언론이 되새겨야 할, 특히 대북 관련 취재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금언金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