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폴리널리스트, 그들은 누구인가] 이제는 새롭지 않은 그들… 청와대 폴리널리스트

[우리시대의 폴리널리스트, 그들은 누구인가]
이제는 새롭지 않은 그들… 청와대 폴리널리스트

YTN 김주영 기자(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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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널리스트polinalist
폴리널리스트. politics와 journalist를 합친 말로 언론의 위상을 이용해 정관계 진출을 시도하는 언론인을 의미합니다. 지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전후해 많은 언론인들이 전날까지 일하던 언론사를 떠나 정치권에 몸담는 결정을 하면서 생겨난 말입니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한쪽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인들의 정치 참여를 막을 수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정치권과 언론 유착의 상징적인 표본이라며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한 언론에서는 폴리널리스트를 ‘언론계의 산업 스파이’라고까지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전날까지 언론사의 이름을 내걸고 취재를 하고 정치 중립과 공정 보도를 주장하던 언론인들이 비판의 대상 편에 선 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더구나 그들의 손에는 언론사 간판을 통해 얻었던 다양하고, 가치가 풍부한 정보들이 들려 있기 마련입니다.

靑, 권력의 핵심으로 간 언론인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오는 것은 역시나 청와대로 향하는 언론인들입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의 가장 큰 권력 기관은 청와대입니다. 권력의 어두운 면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의 숙명 때문에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가장 큰 출입처인 셈입니다. 청와대, 그리고 정권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선호를 떠나서 말이죠. 김의겸 한겨레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이직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언론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자 사직 이후 몇 개월의 텀Term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권력의 반대편에 서서 이른바 ‘최순실 특종보도’에 앞장섰던 그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김 대변인의 이직은 생각보다 파장이 크지 않았습니다. 앞서 비슷한 이직이 많았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민경욱, 정연국, 윤두현 (출처: KBS)
민경욱, 정연국, 윤두현 (출처: KBS)

오래된 역사,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
언론인이 청와대의 입으로 변신한 사례는 그 역사가 깊습니다. 과거에는 청와대에 공보수석비서관이라는 자리가 있었고, 공보수석이 대변인을 겸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김성진 동양통신 정치부장이 공보수석이 됐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이경재 동아일보 정치부장이 논설위원을 하다가 공보수석을 맡았습니다. 이후에도 언론인이 공보수석 역할을 맡는 경우는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 출신 인사가 본격적으로 ‘청와대의 입’이 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로 파악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보수석은 홍보수석으로 바뀌었고 대변인도 따로 임명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은 YTN 상무로 있다가 대통령 홍보수석로 전직한 홍상표 씨입니다. 홍 씨는 YTN에서 보도국장으로 일하며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통제했다는 의혹을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후 최금락 SBS 방송지원본부장도 언론인에서 곧바로 홍보수석으로 간 사례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은 이어졌습니다. 이남기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윤두현 YTN 플러스 대표이사가 각각 홍보수석으로 갔고, 민경욱 KBS 문화부장, 정연국 MBC 시사제작국장이 대변인으로 임명됐습니다. 이번 정권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MBC 출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MBC에서 퇴직한 지 일주일 만에 청와대로 입성했습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누구보다 권력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던 분이 청와대 홍보하는 자리로 갔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렇듯 언론사의 칼에서 청와대의 입으로 가는 방송인, 그리고 언론인의 역사는 뿌리가 깊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의 이적을 합리화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당연시돼 왔던 현실을 돌아보며 과연 그 관행이 적절한지, 변화의 여지는 없는지 고민해볼 필요성이 더 커지는 요즘입니다.